*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23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알고리듬(algorithm)은 페르시아의 수학자 알 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유래한 단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일을 수행하는 절차나 방법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곱셈하는 방법에서부터 음식 레시피에 이르는 중립적인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단어는 인간의 선택에 관여하며,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알고리듬은 그 정의상 사용자의 선택 폭을 줄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너무 많은 선택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택지를 어떻게 보여주든 순서는 필요합니다. 곧, 기업은 적어도 사용자에게 사용자가 원하는 순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 의미가 있는 가장 대표적인 알고리듬이 등장합니다. 바로 추천 알고리듬이죠. 오늘날 추천 알고리듬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소셜미디어 피드와 온라인 쇼핑의 상품, 넷플릭스의 영화 등 사용자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거의 모든 순간의 이면에는 추천 알고리듬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추천 알고리듬의 시작은 고객의 만족이었을지 몰라도 끝은 결국 기업의 이익이라는 데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이 문제는 특히 심각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제시하는 상품이 뉴스나 타인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에 영향을 받으며, 따라서 소셜미디어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있으며, 이는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또,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쉽게 따라가는 특징도 있습니다. 알고리듬과 이런 인간의 특성이 만나 필터 버블이라는 문제가 만들어집니다. 곧, 사람들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인 결과 모두가 자신과 같이 생각한다고 착각하며, 그것이 정답이라 믿게 되는 현상입니다.
기업이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이유는 오늘날 기업의 수익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체류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곧, 사람들을 가능한 오랫동안 자신의 서비스에 머물게 하려고 고객이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최고의 IT 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간 연구해 온 것이며, 그 결과 우리는 알고리듬의 부정적인 면을 똑똑히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고, 어쩌면 이 문제가 위의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곧, 기업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나 사상을 주입하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시장의 힘과 선택의 자유를 믿으며, 따라서 해당 기업을 거부하고 다른 기업을 선택하면 그만이라 말합니다. 문제는 세상이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인간 역시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줄리아 앵윈은 8월 17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란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전문 번역: 당신이 소셜미디어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알 수 있다면?
앵윈은 대표적인 예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자기 뜻대로 운영함으로써 트위터를 ‘극우 소셜미디어’로 전락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법으로 알고리듬에 대한 선택권(pro-choice)을 이야기합니다. (참고로 선택권은 임신중절 문제에서 보수 진영의 생명권(pro-life) 주장에 대항하는 진보 진영의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앵윈이 말하는 이상적 대안은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피드, 곧 알고리듬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야기합니다. 물론 알고리듬을 기업이 독점하지 않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필터 버블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도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한편, 앵윈은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후원한 블루스카이가 이런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은 ‘테크 뉴스’, ‘귀여운 동물 사진’, ‘긍정 피드’를 오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앵윈의 설명에 따르면, 블루스카이에서는 외부의 개발자들도 알고리듬을 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트위터에서도 누구를 팔로우할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리스트 역시 팔로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어떤 큰 차이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알고리듬에 기업과 사용자가 모두 매인 지금의 시스템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람을 눈앞에 두고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 사실을 끊임없이 후회하면서도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어떤 면에서는 기술의 참으로 놀라운 승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더해지면 더해지지 결코 덜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을 잠시 우울하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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