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1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스프에도 소수자 우대 정책, 대법원 판결, 기여입학제에 관해 글을 여러 편 썼네요. 아메리카노에서도 이 사안을 자세히 풀어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대법원이 회기 마지막에 굵직굵직한 판결을 잇달아 내리면서 관련 뉴스와 칼럼이 내내 뉴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대법원판결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하는 판결이 바로 수십 년 된 소수자 우대 정책에 내린 위헌 판결일 겁니다.
이에 관해선 지난달에 매사추세츠 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칼럼을 번역하면서 자세히 짚어 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기여입학제(legacy admission)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 합니다.
한 달 전에도 썼고, 많은 사람이 예측한 대로 보수 우위 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적극적인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의 의미와 판결이 나온 맥락에 관해선 마부뉴스에서도 자세히 짚었습니다.
판결 이후 뉴욕타임스에 올라오는 칼럼들은 대체로 대법원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우선 그 가운데 포드 재단의 대런 워커 회장이 쓴 칼럼을 골라 번역했습니다.
다수의견을 이룬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은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 캠퍼스의 다양성이 교육에 아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소수자 우대 정책이 폐지되면 다양성이 줄어들 테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대학, 나아가 사회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칼럼에서 대런 워커가 1978년 루이스 파월 대법관의 여지를 남긴 판결문을 비판한 이유도 같습니다. 즉, 다양성이 증대되는 것과 공정한 입시 제도는 얼마든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인데,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는 거죠. 소수자 우대 정책은 “입시 과정에서 공정함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다양성이 늘어나는 데서 오는 혜택이 크므로 도입하고 유지한 정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판결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판례가 된 대법원 판결은 미국에서 헌법과 같습니다. 패소한 하버드대학교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는 대법원판결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를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민 투표로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지했던 캘리포니아나 미시건주의 사례를 보면 다양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다양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판결이 난 뒤 몇 일 지나지 않아 소수 인종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단체들이 하버드대학교를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버드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여입학제 때문에 부유한 집안 출신 백인 학생들은 “실력이 부족한데도” 하버드에 입학했고, 다른 모든 유색 인종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기여입학제, 더 자세히 쓰면 ALDCs
다음은 듀크대학교의 피터 아르치디아코노, 조지아대학교의 조시 킨슬러, 오클라호마대학교의 타일러 랜섬이 쓴 논문을 토대로 한 설명입니다. 논문 초록만 봐도 기여입학제의 문제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편의상 기여입학제라고 썼지만, 이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ALDC’입니다. 각각 체육 특기생(Athletes), 동문 자녀(Legacies), 학장 특별 추천(those on the Dean’s interest list, 보통 많은 돈을 기부한 후원자의 자녀), 그리고 교원·교직원 자녀(Children of faculty and staff)를 뜻하는데, 이 학생들은 입시에 특별 가산점을 받습니다.
체육 특기생을 빼면 직접적인 ‘부모 찬스’라 불러도 무방해 보이는 이런 혜택을 받는 학생이 얼마나 많을까요? 한 학번에 몇 명 되지 않으면 괜찮지만, 반대로 많은 학생이 이렇게 합격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크겠죠. 논문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한 백인 학생 가운데 절반 가까운 43%가 ALDC에 속합니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의 경우 ALDC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이 16%였습니다.
저자들은 이어 ALDC 전형으로 입학한 백인 학생 네 명 중 세 명은 일반 전형으로 응시했다면 하버드에 오지 못했을 거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ALDC 전형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백인 학생의 비율이 줄고, 유색인종 학생의 비율이 자연히 늘어나 캠퍼스의 다양성이 증대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ALDC는 공정한 입시 제도라고 보기도 어렵고, 다양성을 늘리는 데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어떻게 보면 소수자 우대 정책보다 더 먼저 존폐를 논의해야 했던 제도인 셈입니다. 그래서 부유한 백인들이 자기 자녀들이 좋은 학교 갈 방법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훨씬 좁은 문을 두고 유색인종끼리 싸우게 한 거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죠.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불만이 나온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뉴욕타임스 독자들의 의견
분명 ALDC 전형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폐지해야 하는 악법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추려 공개한 독자들의 의견에 찬반 양측의 주장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ALDC를 향한 비판의 근거는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테니, ALDC의 순기능을 들며 변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글을 맺겠습니다.
우선 미국 대학 교육은 정말 비싸고, 등록금과 학비도 정말 비쌉니다. 좋은 학교일수록 장학금은 성적에 따라 받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할수록 학비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경우 부모의 소득이 연 8만 5천 달러보다 적으면, 학비는 무료입니다. 또 부모 소득이 15만 달러 이하면, 학비의 10%만 내면 됩니다.
이런 제도는 기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탄탄한 재력의 기금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ALDC 전형을 통해 받는 다양한 기부금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기부금이 줄어 기금의 재정이 불안해지면 사회경제적 계층을 고려한 장학금 제도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ALDC 전형을 폐지하면 캠퍼스의 다양성이 늘어날 것 같지만,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을 가로막아 계급, 계층적 다양성은 줄어들 거라는 주장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미국 대학교들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위 명문 대학들의 기금은 웬만한 대기업의 시가총액보다도 많지만, 그런 대학교는 미국 전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ALDC 전형을 폐지하면 가뜩이나 기금이 부족해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학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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