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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매번 하는 고민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7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인간에게 사회적 관계, 곧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일상의 대부분은 다른 이와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이가 아닌 이상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건 역시 다른 이들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시로 이런 관계들을 유지하거나 발전시켜야할지를, 혹은 단절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이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입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계의 존재 자체가 우리의 정신적 건강을 넘어 신체적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것은 학계가 합의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곧,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사회적 고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노년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심지어 10대에도 그 영향이 나타납니다.

지난 5월 28일, ‘오리지널스’와 ‘싱크 어게인’의 저자이자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의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사회적 관계 중 다소 특수한 관계인 양가적 관계가 심지어 부정적 관계보다도 더 해롭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전문 번역: ‘당신의 친구인 동시에 적’이라는 관계가 가장 해로울 수 있다

 

이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양가적 관계라는 단어입니다. 양가적이란 두 가지 가치라는 뜻으로, 어떤 하나의 대상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무언가를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싫어할 때 우리는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양가적 관계란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동시에 주는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애덤 그랜트는 본문에서 때로 나를 도와주지만 또 나를 괴롭히기도 하는 얄미운 친구나, 육아를 도와주지만 나의 육아원칙은 무시하는 친척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들이 애초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은 실제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애초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반응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고 괴로울 이유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와의 관계를 오래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관계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내게 분명한 기쁨과 이익을 주는 관계라면 다릅니다. 그 사람이 한번씩 주는 상처가 내게는 매우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소개된 연구는 상식과도 일치하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가진 관계 중에 일방적으로 좋거나 나쁜 관계가 얼마나 있을까요? 대부분의 관계는, 적어도 우리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관계일 겁니다. 그러나 그 모든 관계들에서 우리가 항상 긍정적인 감정만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지지하고 아껴주어야 할 가족에게서도 우리는 종종 상처를 받으며, 때로 가장 큰 상처가 그들로부터 오기도 합니다.

 

호르메시스 효과: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는 우리를 성장시킨다

한편, 본문의 연구에서 사용된 ‘해롭다’는 단어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그랜트가 소개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혈압을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곧, 혈압은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높아지기 때문에 혈압이 더 높아졌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여러 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석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삶 – 물론 상상하기 힘든 삶이긴 하지만 말이죠 – 보다는 더 나을 수 있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곧, 니체의 말처럼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는 우리를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호르메시스(Hormesis)라 합니다.

즉, 인간관계 자체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상당히 믿을 만한 사실과, 부정적인 관계보다 양가적 관계가 더 스트레스를 준다는 이번 연구,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우리가 가진 수많은 관계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다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솔직하게,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본문에 소개한 그의 학생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과거 자신이 공을 들였던 학생이 자신을 지도교수로 선택하지 않은 일이 그에게 상처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일은 늘 일어납니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명백한 권력관계에서도 학생은 누구와 관계를 시작할 지를 결정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학교나 직장 같이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곳에서 스트레스는 흔히 일방적인 것으로 오해됩니다.

애덤 그랜트의 경우처럼 학생은 관계의 시작 자체를 결정할 힘이 있고, 직장 역시 부서 이동이나 퇴사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습니다. 곧, 관계를 끊을 수 있는 힘은 권력관계에 있어 하나의 균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런 의미에서, 끊을 수 없는 관계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인간은 너무나 나약하고 사악해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기필코 끊게 만들 정도의 상처가 다시 그런 관계 안에서 피어나지요.

글의 뒷부분에서 그랜트는 결국 이런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움을 통한 친절함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답일 겁니다.

한편, 직장 내에서의 스트레스를 이야기할 때 상사로부터의 스트레스만큼이나 부하 직원으로부터의 스트레스도 많이 언급되는 것처럼 인간 관계의 스트레스는 상호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도 나름의 고충이 있고, 따라서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적어도 일차원적인 사회적 유대감을 만들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또다른 방법일 겁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양가적 관계, 혹은 깨어진 관계를 어떻게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애덤 그랜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지금, 그 학생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물론 그랜트가 그 학생에게 아쉬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그 이후로 열심히 살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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