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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나한테 불리한데 왜 그래야 하지?”를 반박할 수 있을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5월 17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자신의 네 번째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인류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예견합니다. 그가 사용하는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끝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학의 마법에 의한 세계의 번영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란 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 동안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분업 체계와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질서를 뜻합니다. 미국 주도 세계질서 안에서 사람들은 에너지와 물자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학의 마법은 바로 이 기간 동안 세계 인구가 3배로 증가하며 생산 인구는 늘었지만, 부양할 인구는 줄어들어 세계가 더욱 여유 있게 성장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책의 제목처럼, 그는 2020년대부터는 이 두 요소가 반대로 작용해 결국, 세계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자이한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더 핵심적인 문제는 인구학입니다. 곧, 생산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각국은 수요 부족을 겪고, 교역의 문을 닫으면서 세계화가 끝난다는 것입니다.

정말 세계가 그의 말처럼 바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어판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이 특히 이러한 변화에 취약하다는 말에는 매우 아픈 진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이고, 세상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이며,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굳이 자이한의 지적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국이 처한 인구학적 미래가 매우 특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2010년 기사를 보면, 당시 저출산을 걱정하며 2030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의 감소는 훨씬 급격하게 일어났고, 인구는 이미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100만 명을 넘었던 한 해 출생하는 아이의 숫자는 60년 만에 지난해 24만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출산 장려와 인구 부양, 사회와 개인의 이익이 서로 부딪칠 때

인구가 줄어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는 국가가 가진 힘입니다. 시장이 클수록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산업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노동력의 부족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 인구에 비해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면 복지 및 의료 부담이 증가합니다. 지역 소멸의 문제가 있고,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정부는 출산을 장려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출산이란 태어나는 이는 물론이고 길러야 하는 이들의 인생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매우 큰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곧,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전형적인 사회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인 셈입니다.

전문번역: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은 과연 현 시대만의 현상일까

 

지난 6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란에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저자인 페기 오도넬 헤핑턴은 이 사회가 출산을 꺼리는 여성을 이기적인 인간으로 몰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은 이기심의 한 형태라고 말한 일이나 상원의원 J.D. 벤스가 자녀가 없는 이가 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헤핑턴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고, 밀레니얼 세대만의 변덕도 아니며, 19세기말에도 백인 여성 5명 중 1명이, 흑인 여성 3명 중 1명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오히려 다른 의미에서 저를 놀라게 합니다. 곧 백인 여성 5명 중 4명, 흑인 여성 3명 중 2명이 아이를 낳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들이 꽤 있었다는 뜻으로 이런 예를 들었습니다.

 

출산율 0.78명인 한국의 문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여성이 한 명의 아이만을 낳는다고 가정했을 때도 이미 5명 중 1명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현실에서 2명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결혼과 출산의 밀접한 관계를 볼 때 30대 여성 3명 중 1명이 미혼이라는 2020년 통계는 어쩌면 이미 우리나라는 최소 3명 중 1명이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높은 편이며, 2021년 기준 출산율이 1.67명으로 한국의 출산율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헤핑턴의 글은 미국에서 새로 정치적 문제로 부상한 임신중지권을 두고 출산을 개인의 의무로 포장하고자 하는 보수 정치인들의 의도에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곧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이 이 시대 여성들만의 유별난 특징이 아님을 과거의 예를 들며 말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의 경우, (한국처럼)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중지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임신중지권에 제동을 걸고자 저출산 문제를 이용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저출산 문제가 실제 사회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과거의 출산 장려책으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더 적극적으로 젊은 세대의, 정확히는 엄마가 될 젊은 여성의 필요를 귀담아 듣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사실 임신중지권을 제한해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습니다. 이는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시행했던 피임, 임신중지 금지와 같은 강경책이 낳은 끔찍한 결과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인구가 줄지 않는 것이 사회적 이익이고,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를 때 지게 될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게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 집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각종 비용을 최대한 사회가 나눠 부담하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에는 여성이 경력 단절을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으며, 아빠와 엄마가 육아 부담을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적지 않은 비용에 다양한 사례도 듣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래야 인구 감소와 사회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거라면,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들어도 해야 할 일이 됩니다.

 

인구 변화를 바라보는 지구, 각국, 개인의 엇갈린 시선

물론 인구 감소가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인구 폭발이라는 용어도 있었죠. 자녀의 수를 제한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던 게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노동력은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로 메꿀 수 있으며,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 또한 한 가지 답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인류가 처한 가장 큰 위기인 기후 위기에도 인구의 감소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상당 부분은 근본적으로 지구에 사람이 너무 많이 살기 때문이니까요. 특히 1인당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인구가 먼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지구는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지구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운명으로 바라볼 때의 이야기입니다. 각 나라의 차원에서 본다면, 여전히 인구 감소는 좋지 않은 소식일 겁니다. 지구는 인구의 감소를 원하는 반면 국가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기를 바라는 지금의 상황이 국가는 출산을 필요로 하고, 개인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현실과 묘하게 대조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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