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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일론 머스크식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 2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오랜 논란 끝에 테슬라(Tesla)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를 인수했습니다. 머스크를 새 주인으로 맞은 트위터는 상장을 철회하고 비공개기업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갖은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경위, 그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논란에 관해선 언론들이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일지를 함께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트위터 사태’가 종착지에 가지 않았으므로 그 작업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언론의 자유의 메시아”를 자처하는 머스크가 왜 위험한지, 그 위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리디아 폴그린(Lydia Polgreen)이 쓴 칼럼 “If You Want to Understand How Dangerous Elon Musk Is, Look Outside America”을 옮겼습니다.

번역: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위험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면 미국 밖을 보라

 

그의 반쪽짜리 ‘언론의 자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처음 밝혔을 때부터 ‘머스크의 트위터’는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오히려 침해할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2019년 “엘리트 독식 사회”라는 책을 통해 부자들의 자선사업에 담긴 위선을 꼬집었던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통해 “트위터에 결함이 많지만, 그렇다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머스크는 기존의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라는 의견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특정 세력이나 진영의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고 검열한 것을 예로 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플랫폼에서 퇴출한 것을 대표적인 ‘잘못’으로 꼽았죠.

머스크가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는 반쪽짜리 자유라서 문제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크게 소극적인 자유(negative freedom of speech)와 적극적인 자유(positive freedom of speech)로 나눌 수 있습니다. 권력에 의해 처벌받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소극적인 자유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적극적인 언론의 자유를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언론의 자유에 관해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권, 큰 정부나 빅브라더의 검열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들은 소극적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분명한 위협이자, 민주주의의 적이 맞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수정헌법 1조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소극적인 자유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 여성이나 유색인종을 비롯한 소수자, 약자들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가 감옥에 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수자들에게 말할 기회 자체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거나 박탈당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는 미국에 적극적인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과 테슬라를 비판한 블로거가 했던 테슬라의 주문을 손수 취소해버린 적이 있습니다. 머스크를 비판했다가는 머스크의 열성적으로 따르는 팬들로부터 “좌표가 찍혀” 곤욕을 치를 수도 있죠.

팬데믹 초창기에 머스크는 필수 노동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재택근무 지침을 내린 캘리포니아주 방역 당국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며, “코로나19를 둘러싼 호들갑이 지나치다. 확진자는 어차피 전체 인구의 0.1%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러면서 전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몸이 안 좋은 직원들은 억지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상태 봐서 출근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플랫폼 자체가 없던 시절에 비하면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가득한 시궁창으로 변한다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자가 소셜미디어의 타락을 방치한다면, 이 또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가 될 뿐입니다. “뭐든 자유롭게 말해도 좋지만, 뒷감당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세상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세상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테슬라를 비판한다고 감옥에 갈 걱정은 안 해도 되니, 머스크가 그리는 세상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트위터가 트럼프를 퇴출하고, 온라인상의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적극적인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노력했던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한 머스크가 트위터의 주인이 됐으니, 트위터의 행보를 향한 우려가 계속 나오는 겁니다.

 

중국과 너무 가까운 테슬라

테슬라와 중국의 ‘너무 가까운 관계’를 근거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복스(Vox)의 공동창업자인 매튜 이글레시아스(Matthew Yglesias)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 슬로우보링(Slow Boring)에 쓴 글에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세상의 내로라하는 제조업 브랜드 가운데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테슬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애플tv+ 내규에는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콘텐츠는 내보낼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애플tv를 통해 대만을 정상 국가로 묘사하는 내용이 방영된다거나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가기라도 한다면, 중국 정부는 곧바로 아이폰이나 맥북 생산 과정을 멈춰버릴지도 모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8년 브랜드 광고에 달라이 라마가 한 말을 인용했다가 중국 정부의 항의를 받자, 곧바로 사과하고 해당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당신은 좀 더 열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말이었지만, 달라이 라마라는 인물 자체가 문제가 된 겁니다. 중국 정부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출입구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요구에 굴복한 기업이나 유명 인사의 목록은 얼마든지 더 나열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머스크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8월 테슬라 매출을 보면 미국과 유럽이 각각 16%인데,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 매출이 미국과 유럽의 매출을 합한 32%에 달합니다.

오랫동안 해외 기업이 중국에 법인을 세우려면, 중국 자본이 소유한 회사와 합자회사를 세워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없었죠.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테슬라는 2019년 100% 자기 지분을 가진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언론의 자유의 메시아”를 자처하는 머스크가 왜 명백하게 언론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중국의 상황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머스크가 중국에 관련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점점 더 중국 정부가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서 하고 있죠. 최근에는 “대만 사람들은 중국과 합병되는 걸 반길 것”이라고 말해, 대만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산업육성법을 제정한 것도 반도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점하고 있는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중국에서 테슬라의 입지를 더 넓히고 싶은 머스크로서는 미국 민주당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만합니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 진보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아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과는 날카롭다 못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설전을 벌인 적도 있죠.

그래서인지 머스크는 중간선거를 치르기 하루 전날 트위터에 대놓고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을 찍어야 권력 균형이 이뤄져 좋겠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 트윗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머스크의 바람과 달리 붉은 파도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의 새 주인은 언론의 자유를 매우 편협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적극적인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인도처럼 민주주의 제도가 취약한 국가의 언론 자유도, 중국처럼 정부의 엄격한 감시 체계가 작동하는 곳의 자유도 갈수록 더욱 위태로워질 겁니다.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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