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코인은 정말 거품일까?

이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얼마 전 20~30대 대학원생들에게 코인을 사 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대략 20% 정도가 손을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식을 사 본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독자분들도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에 어느 정도는 익숙하실 겁니다.

아마 몇 년 전에 꽤 큰바람이 불었고, 이후 몇 년 잠잠하다가 지난해 다시 더 큰바람이 불었다는 것 정도도 아시겠지요. 즉, 코인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럼 먼저 제목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이 제목은 바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이 시대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폴 크루그먼이 지난 5월 18일 뉴욕타임스에 쓴 글의 제목입니다. 정확히는 “암호화폐 폭락: 이번에는 다를까?”였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라는 질문은 과연 이번에도 과거처럼 ‘존버(HODL)’하면 훨씬 더 큰 가치가 될까 하는 질문입니다. 그의 의견은 부정적입니다.

크루그먼의 글은 지난달, 역시 많은 분이 들어보았을 테라 사태로 시작합니다. 혹시나 테라 사태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이 사건을 설명해보지요. 먼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기존의 코인 가치가 너무 쉽게 변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코인으로 특정 대상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도록 만들어진 코인입니다. 보통 미국 달러를 대상으로 한 것이 가장 많습니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스테이블 코인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1달러 치를 가져오면 누군가가 항상 미화 1달러를 바꿔준다면, 그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로 통용이 될 겁니다. 지금 가장 규모가 큰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는 1세대 스테이블 코인으로 그렇게 미화를 담보로 가지고 있다고 자신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화 대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받는 2세대 스테이블 코인이 있고, 담보 대신 자신들이 발행한 또 다른 암호화폐의 발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듬 기반 3세대 스테이블 코인이 있습니다. 테라는 바로 그런 3세대 스테이블 코인이었고, 한때 30조 가까운 시가총액을 기록했지만, 5월 10일을 전후해 단 며칠 만에 95% 이상 하락했습니다.

사진=Unsplash

 

테라의 하락 원인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테라를 만든 권도형을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에 비유하며 테라와 루나를 일종의 사기로 보는 입장입니다. 앵커라는, 연이율 19.5%를 주는 일종의 예금 상품이 테라의 인기를 만들었고, 그러나 마치 다단계 사기나 피라미드처럼 결국 테라의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면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드러난 창업자의 과도한 자신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 줍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다분히 결과론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곧 수많은 돈이 몰리던 지난해 내내, 그리고 5월 초까지도 이런 비판들은 있었지만, 반향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폭락했기에 이 주장이 원인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비트코인 등의 준비금을 준비하던 3, 4월에 좀 더 큰 규모의 준비금을 만들고, 더 발 빠르게 가치 하락에 대응했으며, 앵커의 이율 또한 적절하게 낮췄다면 테라는 계속 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논리대로라면 테라노스가 투자금으로 마침내 정말 홈즈가 단언한 대로 피 한 방울로 수많은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면, 그럼 홈즈 역시 사기꾼이 아니게 될 수 있었다는 말인지 물을 수 있겠지요. 테라노스와 테라의 차이라면, 피 한 방울로 모든 것을 검사할 수 있느냐는 가능과 불가능이 이미 결정된 과학의 영역이라면, 테라가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적어도 지난 3년 동안 확인한 바 어떤 적절한 조치와 시장의 믿음을 통해 불가능으로 결정된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테라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적어도 테라의 폭락이 암호화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보다 크루그먼이 말하는 암호화폐들이 다시 예전의 가치를 넘어 더 큰 가치를 가지기는 힘들 세 가지 이유는 더 그럴듯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제 시장에 더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서 커졌습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지난해 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맷 데이먼, 킴 카다시안, 마이크 타이슨 같은 연예인이나 뉴욕 시장, 오하이오 주지사 등 주류의 홍보에 의해 들어온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즉, 또 다른 성장을 위해 더 들어올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여전히 암호화폐가 쓸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로 식료품이나 기타 일상 용품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세 번째 이유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고 다양한 사용을 강제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같은 이유로 반론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많은 미국의 제도권 펀드들이 암호화폐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는 건 어느 정도 가치를 보장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전체 금융시장에 비하면 아직도 까마득한 차이가 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크루그먼이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자신과 같은 암호화폐 회의론자에게 가장 강력한 반론 중의 하나는 정말로 암호화폐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면 어떻게 (최고점에) 거의 4천조 원 가까운 크기로 시장이 커질 수 있었겠냐는 것입니다. 곧 사람들이 그저 투기 목적으로 FOMO(기회를 놓치기 싫은 마음) 때문에 그 정도로 어리석을 수 있겠냐는 것이죠.

크루그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과 같은 암호화폐 회의론자가 틀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자신은 그렇다고 답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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