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를 움직이려면 열량이라 불리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세 가지 형태로 섭취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배고픔을 없애고 비만을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만든 이후 이 3대 에너지원 중 지방은 오랫동안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점점 더 많은 발견과 설명을 통해 지방의 누명이 벗겨지고 있으며, 반대로 탄수화물이 가진 위험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곧 탄수화물 덩어리인 설탕이나 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곡물이 혈당 조절 시스템에 지나친 부하를 가하며, 그 결과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특정한 음식, 곧 초콜릿이나 파스타와 같은 탄수화물을 먹고 두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8년 한 연구는 실제로 두통 환자의 30%가 특정한 음식이나 식습관이 자신에게 두통을 유발한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지난 4월 26일 뉴욕타임스는 이 문제에 관해 지난해 말 발표된 런던 킹스 칼리지의 신경과학자 피터 고애즈비의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고애즈비는 특정한 음식이 두통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람들이 특정한 음식을 찾는 원인이 두통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두통 환자가 두통을 느끼기 며칠에서 몇 시간 전 사이의 전구단계에서 환자들의 뇌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배고픔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가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특정 음식을 원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은 대체로 탄수화물이 풍부한, 맛이 뛰어난 음식들이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짭짤한 스낵을 찾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달콤한 디저트나 초콜릿을 원했습니다.
이 전구단계에서 사람들은 피로감, 브레인 포그(머릿속이 안개로 뿌연 상태가 된 느낌), 기분의 변화, 빛에 대한 민감성, 근육의 경직, 하품, 이뇨증 등을 느끼게 된다고 고애즈비는 말합니다.
물론 두통 환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초지종은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두통을 느끼기 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고 이후 두통이 왔다면 바로 그 음식이 두통의 원인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 전구단계에서 초콜릿을 먹었건 먹지 않았건 사람들은 어차피 두통을 느낀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즉, 초콜릿은 원인이 아니라 단지 두통이 오기 전 단계에서 그저 뇌가 원하는 음식이었을 뿐입니다.
고애즈비는 따라서 특정 음식을 두통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억지로 먹지 않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대신 자신이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기분이 들면, 그때가 어쩌면 곧 두통이 오기 전일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두통약을 준비하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지난해 소개한 식곤증에 관한 글에서 말한 것처럼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피로감을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나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었고요. 어쩌면 그런 느낌 중에 저의 착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빵과 디저트에 대한 제 애착 때문에 탄수화물 단식을 지속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한때는 이 탄수화물 섭취 후에 오는 피로감이 어쩌면 다이어트와 탄수화물 단식을 어긴 데 따른 죄책감이 유발한 일종의 자기 암시 증상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연구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통해 일상을 개선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연구라 생각됩니다. 곧, 자기 자신에게 행한 실험으로 인과관계를 추론할 때 그 원인이 되는 행동이 순수하게 독립적인 행동이 아닐 수 있다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탄수화물을 먹어서 피곤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피곤했기 때문에 몸이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고, 나를 지켜보는 나를 그 바깥에서 다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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