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뉴욕타임스는 바이고렉시아(bigorexia)라는 새로운 정신장애를 소개했습니다. 남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바이고렉시아는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가지는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의 하나로, 자신의 몸에 근육이 부족하며 더 많은 근육을 원하는 것이 특징인 정신질환입니다.
기사는 40만 팔로워를 가진 틱토커 바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바비는 겨우 16살의 고등학생이지만, 몇 년째 단백질 식단과 운동을 통해 근육질 몸매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몸 관리에 신경을 쓰는 나머지 때로 학교 숙제를 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제자’와 팬을 거느린 어엿한 인플루언서입니다.
2019년 캘리포니아 건강증진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서 대상자인 149명의 소년 중 삼분의 일은 자신의 몸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그 비율은 더 높았습니다.
사실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이고렉시아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더 날씬한 몸매를 위해 먹기를 거부하는 증상인 거식증을 뜻하는 단어인 아노렉시아(anorexia)는 더 널리 알려진 단어입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공중보건 연구원인 토마스 굴초프는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족을 조사한 연구 대부분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남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고 말합니다.
굴초프는 2020년 인스타그램에서 남성 사진 1천 장을 조사했고, 더 근육질이면서 날씬한 남성의 몸을 찍은 사진이 더 많이 공유되고 좋아요도 많이 받았음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쉽게 전시하고 남에게 평가받을 수 있게 만든 소셜미디어는 분명 하나의 원인일 것입니다. 각종 영화나 게임과 같은 매체의 주인공이 근육질의 남성인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주인공의 몸은 과장된 비현실적인 모습니다.
지난 2월 대표적인 헐리우드 근육질 배우인 채닝 테이텀은 켈리 클락슨 쇼에 나와 자신의 몸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운동만 해서는 저렇게 되기 어려워요. 전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에요. 건강하지도 않죠. 한참을 굶어야 가능한 모습이에요.
코로나19도 한 가지 이유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자 활동량이 줄어든 많은 남학생이 체중 증가를 우려했습니다. 사실 바이고렉시아에 대한 우려는 최근에 대두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6년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연구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헬스클럽에서 몸을 가꾸는 데 돈을 쓰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몸 사진을 공유하는 남자들이 증가했다며, 이들을 스포르노섹슈얼(spornosexual)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도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기존중감이 낮아졌다며, 바이고렉시아 증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자기존중감과 자기애는 분명 중요하고, 충분히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존중감은 타인의 자신에 대한 시선, 평가와 관련이 있고, 따라서 자기존중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타인의 평가에 매달리면서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에 더 집착하게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유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위의 논리와는 반대 논리, 곧 자기자신을 사랑할수록 스스로 자기자신을 보기에도 더 보기 좋은 모습으로 가꾸려 하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자기애가 강한 것이 곧 바이고렉시아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네, 약간의 억지가 있네요. 하지만 전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 정도 시점에서 그럼 왜 사람들은 근육질의 남성을 더 선호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요. 생물학적 이유, 진화, 유전자 등등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출간되어 인기를 끈 아름다움의 진화라는 좋은 책도 있습니다. 오래된 토기를 보면 지금과는 미의 기준이 많이 달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스 조각상들이, 아니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 오늘날과 조금 다른 것은 사실이니 문화적인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정말로 이 문제가 심각한지를 봐야겠지요. 아마 한쪽의 극단적인 이들은 매체에 나오는 배우들의 근육량을 제한하거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규제하자고 할지 모릅니다. 다른 쪽의 극단적인 이들은 이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하겠지요.
위 기사에 달린 46개의 댓글 중 첫 두 댓글 역시 이런 태도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합니다. 알이라는 사람이 쓴 첫 댓글은 정신과 의사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며, 기사에 소개된 소년들한테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저 새로운 병명을 붙이려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다니엘 솔린스키는 이 소년들의 문제는 자기애가 부족한 것이며 그래서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정의하려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들에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줘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의 말이 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현상을 과장하고 있을 수도 있고, 청소년들에게 자기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타인의 평가에 초월할 수 있는 자기애는 때로 정말로 중요하며, 아주 큰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많은 경우 균형 잡힌 가치관을 가지려면 끊임없이 사회의 기준을 토대로 자기 확신을 담금질해야 합니다. 결국 이 둘 사이의 균형이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바뀌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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