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뇌과학이 알려주는 집중의 요령

그동안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찾아보니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나오네요. 믿어지지 않지만, 웬만한 영문 인용구 사이트들도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봐서 사실인가 봅니다. 정확히는 “Well begun is half done”, 곧 “좋은 시작이 절반”이라고 말했군요. 어쨌든 시작이 정말로 어렵다는 점에서 그 말이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 점점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전부입니다.

저 역시 이번 글을 쓰기에 앞서 책상에 앉기 전에 온갖 다른 일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앉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괜히 냉장고를 열어보고, 바닥의 먼지를 닦고, 철봉에 매달렸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찾아보다가 지난 3월 네이처에 올라온 데이비드 바드르의 글을 찾았습니다. 바드르는 인지 제어를 연구하는 뇌과학자로 “뇌는 어떻게 일하는가(On Task)”를 작년 말에 출간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어떻게 어려운 일에 계속 집중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사실 이 글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첫 문장 때문입니다.

과학자에게 가장 큰 보상의 순간은 아주 어려운 문제와 부딪힐 때 주어진다.

이 말은 어려운 것은 좋지 않은, 곧 피해야 하는 것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주장입니다.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게 될 크나 큰 희열입니다. 학문의 길에 선 이들 중에 이런 꿈을 꾸어보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겁니다. 노벨상이라는 명예와 금전적 보상을 뛰어넘는 전 국민의 염원이 있고, 밀레니엄 문제와 같은 비트 시대에 맞는 목표들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연구에서 맞닥뜨린 문제가 그 분야의 잘 알려진 난제일 때,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그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연구자들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그 문제에 빠져듭니다. 물론 대부분은 실패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문제가 난제라고 불리지도 않았겠죠.

사진=Unsplash

하지만 이 단계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의미 하나를 찾게 됩니다. 바로 그러한 문제에 집중하는 그 순간이 보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하이 칙센트마이어가 말한 몰입의 순간이며, 실제로 그 순간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경험입니다. 적어도 이런 의미에서 어려운 문제가 주는 보상은 과학자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을겁니다.

다시 글로 돌아와 보죠. 바드르는 이 글에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여유에는 뇌의 여유와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가 한 번에 머릿속에 넣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때문에 그 문제를 생각하기 위한 연속된 덩어리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기억과 환경을 결부시키기 때문에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두 번째 방법도 첫 번째와 연결됩니다. 딴짓을 줄이고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드르는 이때 우리를 다른 일로 이어지게 만드는 신호(que)를 그 덩어리 시간에는 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전화나 이메일 도착 알림과 같은 것들이지요. 그리고 제가 서두에 언급한 그런 쉬운 일들의 유혹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시험 전에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고 청소나 빨래가 그렇게 즐거운 이유일 것입니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다시 그런 일들을 하지 않게 되지요. 제가 쓰는 방법은 그런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으면서, 이를 해야 할 일을 마친 뒤의 보상으로 저에게 주는 것입니다. (적어도 할 일이 끝난 다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는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을 평소에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앞의 두 방법처럼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휴식 또한 그 어려운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남도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세 번째 방법은 결국 모든 순간, 곧 휴식 시간이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의 순간에도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그 하나의 문제만을 생각하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몰입과도 연결됩니다.

그럼 제가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시작은 반이 아니라 전부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시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저는 이제 이 글을 읽고 더 쉽게 해야할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음, 적어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장 생각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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