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네이처에는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실렸습니다. 바로 우리 지구를 관찰할 수 있었던, 또는 앞으로 관찰할 수 있을 외계 생명의 가능성에 대한 논문입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이 논문은 외계의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다룬 내용은 아닙니다. 단지 지구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영역에 얼마나 많은 별이 있었고, 그 별 중에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행성이 있었는지를 찾은 것입니다. 곧, 이 논문은 아주 멀리 있는 대상들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렇게 수십 광년 떨어진 별에 행성이 존재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행성들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아주 멀리 떨어진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별이 지구와 멀지 않다면, 레이저를 쏘고 반사된 레이저가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재면 됩니다. 달과의 거리는 그렇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는 1초에 30만km를 가니까요! 하지만 수십 광년 떨어진 별이라면,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이니 레이저가 그 별까지 가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리게 됩니다. 물론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의 밝기도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런 멀리 있는 별과의 거리를 알기 위해 우리는 연주시차라는 개념을 이용합니다. 이는 인간이 물체와의 거리를 두 눈에 들어오는 상의 각도 차이로 가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곧, 지구가 태양을 돌 때 한쪽 끝에서 본 상과 6개월 뒤 다른 쪽 끝에서 본 상을 비교해 그 대상과의 거리를 구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럽우주기구가 2013년 우리 은하를 관측하기 위해 발사한 가이아 위성의 데이터를 이용해 지구 주위 300광년 거리에 있는 별들을 조사했습니다.
별은 스스로 빛나기 때문에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고, 연주시차를 이용해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별이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가졌는지는 그 방법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행성의 존재 여부는 그 별이 내는 빛의 세기를 관측함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곧, 행성은 별의 주위를 돌며, 따라서 별의 밝기는 행성의 공전 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어두워지게 됩니다. 또 별 빛의 스펙트럼 변화를 통해 행성의 대기를 구성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우리가 외계 항성이 행성을 가졌는지 알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외계의 항성에서 혹시나 있을 지성을 가진 외계인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 우리 태양계에 지구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을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항성들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 또한 계산했습니다. 우주는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지난 5천 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5천 년 동안 지구를 관측할 수 있었던, 또 관측하게 될 별을 찾았습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코넬의 리사 칼테네거와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재키 파허티는 지난 5천 년 동안 1,715개의 별이, 그리고 앞으로 5천 년 동안 319개의 별이 지구를 발견할 수 있는 영역에 존재했고, 존재할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이 별 중 7개에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Trappist-1이라는 별입니다. 이 별에는 지구 만한 크기의 행성이 7개나 있으며, 이 중 4개는 별과의 거리가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범위에 있습니다. 앞으로 1,600년 뒤 이 별의 행성들은 지구를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찾을 때 이 Trappist-1을 가장 유의하며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들과 만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던 천문학자 헬러는 21세기에 37세기에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음, 갑자기 정신이 확 드네요. 하하
이런 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사실 물리학의 전문 분야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하버드의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저서 “암흑물질과 공룡”에서 공룡은 암흑물질에 의한 유성의 지구 충돌로 멸망했다고 말합니다. 곧, 암흑물질은 우리 은하에 원반 형태로 퍼져 있고, 태양계는 은하를 상하로 진동하며 돌기 때문에, 태양계는 3,500만 년마다 암흑물질과 충돌하며 그 결과 유성이 지구로 쏟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이 맞다면, 앞으로 3,200만 년 뒤 지구에는 유성이 특별히 많이 쏟아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SETI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간절히 외계 문명을 찾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외계 문명도 자신들 외의 다른 생명체를 관찰하거나 신경 쓸 거라는 가정에는 충분한 일리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페르미의 역설‘이 있습니다. 곧, 이 우주가 그렇게 크고, 따라서 지적 생명체가 계속 진화했다면 과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인류가 아직 한 번도 공식적으로 외계인과 만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생각은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소위 ‘동물원 이론’이라 불리는 주장입니다. 곧, 충분히 발달한 문명들은 아직 미숙한 문명을, 그들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다른 외계 문명과 만나지 못하게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또는 외계인이 이미 지구에 와 있으며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페르미의 역설을 설명하는 이론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SF 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중국의 소설가 류츠신이 쓴 소설 “삼체” 2권에 소개된 ‘암흑의 숲’ 이론일 것입니다. 그는 충분히 발달해 서로를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갖춘 문명들은 마치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는 캄캄한 숲속에서 총을 든 사냥꾼들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상대의 존재와 위치를 알게되었을 때, 설사 상대가 선한 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단지 상대가 나를 먼저 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그 상대를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류츠신이 말하는 암흑의 숲 이론입니다. 곧, 이 우주에서 충분히 발달한 문명들은 자신의 존재를 가능한 한 숨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이 이론이 페르미의 역설을 매우 잘 설명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