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Rick Noack
프랑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 합니다. 반면, 독일 정부는 폐쇄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프랑스 동부의 작은 도시 주민들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프랑스는 수십 년 만에 새로운 원전 건설을 재개할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에 과도하게 쏠린 에너지원 비중을 조절하겠다고 공언한 뒤 첫 단추로 2020년 페센하임 원전 폐쇄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여전히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석탄 발전을 줄이겠다는 근본적인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 숫자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전체 에너지 가운데 원전 의존도는 세계 1위입니다. (번역자 주 : 전체 전력 생산의 70% 수준)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2035년까지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력에서 원전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당초의 계획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만합니다.
마크롱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면서 기후 목표를 달성하도록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2천여 개 이상의 일자리를 기댄 페센하임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클로드 벤더(Claude Bender) 페센하임 시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을 환영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잊혀진 존재로 희생되고 싶지 않습니다.”
페센하임이 속한 알자스 지방의 프레데릭 비에리(Frédéric Bierry) 주지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페센하임을 미래의 잠재적인 원전 건설 후보지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원전 폐쇄는 지구 온난화 시대에 재정적,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페센하임과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건설 재개 계획은 페센하임 원전에서 동쪽으로 1.6km 떨어진 독일 국경에서부터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독일 경제기후부의 신임 장관인 녹색당의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는 페센하임 원전 폐쇄를 지지하는 성명서에 서명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원자력 발전이 너무 위험할 뿐만 아니라,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프랑스 원자로의 배관 균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원전 안전이 불안한 증거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와 함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회의론을 견지하는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이 국가들은 유럽이 가동 중인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자는 의견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원전이 친환경 투자로 가치를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에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의 친환경 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페센하임은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페센하임에 있는 1,800메가와트급 원자력 발전소는 1970년대에 건설됐습니다. 마을 뒤편으로 두 개의 하얀 원자로 격납 건물이 웅장한 탑처럼 솟아 있습니다.
페센하임 원전은 국경 도시인 페센하임에 경제적 수익을 안겨주는 자부심의 원천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에서 납부하는 세금은 지역 발전을 위한 스포츠 경기장, 학교, 쇼핑몰 등을 짓는 자금으로 활용됐습니다.
페센하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해 온 로랑 슈바인(Laurent Schwein)은 원전으로 페센하임 경제가 호황을 이어갈 때는 주민과 방문객들이 늘면서 식당 규모를 계속 늘렸었다고 말했습니다.
슈바인 씨는 인근 주민들이 원전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발전소 인근조차도 말이죠.
그러나 페센하임에서 가까운 독일 국경 지역은 오랜 기간 독일의 반핵 운동에 함께 해왔습니다.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에서 피어오른 방사능 구름이 서유럽으로 퍼지면서 서독의 환경 운동가들은 페센하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원자로 덮개의 균열, 증기 누출에 따른 작업자들의 부상, 내부 누수에 따른 비상 가동중단 등 발전소 안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원전 안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인근 지역의 지진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스위스의 연구 결과를 들며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지진의 여파로 일어난 재앙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반대 진영의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 독일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 달 만에 절반에 달하는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고 나머지의 운영 기간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프랑스의 대응은 독일보다 훨씬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후보는 페센하임 원전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프랑스의 원전 폐쇄 공약이 이뤄지기까지는 8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정부도 바뀌었죠. 2020년 6월에서야 페센하임 원전이 문을 닫았고 독일 브라이사흐의 환경 운동가들은 프랑스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며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이들은 페센하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800년 된 교회 근처 다리에 모여 미소 짓는 붉은 태양과 핵 문양이 그려진 현수막을 흔들었습니다.
환경 운동가인 에버하르트 뷔엡은 이날 프랑스의 결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건배를 자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를 한 번에 축하하는 것처럼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죠.”
반면, 페센하임의 분위기는 침울했습니다. 벤더 시장은 시민들의 눈물을 떠올렸습니다. 원전 폐쇄 결정은 역사적인 오판이자 원전 반대진영을 위한 정치적 희생이라고 규탄하는 현수막이 아직 담벼락에 붙어 있습니다.
벤더 시장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항상 우리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서 원전을 빼앗아 갔죠.”
벤더 시장은 사무실에서 독일과 프랑스 국경이 그려진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프랑스 쪽에는 폐쇄된 원전이, 독일 쪽에는 새로 문을 연 석탄 발전소가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독일 주민과 반대로 프랑스 주민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대 국가에 대해 똑같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프랑스의 많은 원전 찬성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벤더 시장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여 기후변화 대응의 선두 주자라는 이미지를 깎아내린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독일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 오염이 유발하는 사망자는 매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수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독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프랑스의 2배에 달합니다. 2022년 마지막 원전마저 폐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향후 수년간 부족한 에너지를 메우기 위해 석탄을 비롯한 유해한 에너지원에 의존해야 합니다. 독일이 석탄 채굴을 위해 여러 지역을 파헤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한편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는 원자력 발전이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을 이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오로라 에너지 연구소의(Aurora Energy Research) 알렌산드르 단틴(Alexandre Danthine) 수석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탄소 배출 관점에서만 보면 원자력은 동급 최고입니다.”
독일 환경 운동가들은 과도기일지라도 석탄에 계속 의지하는 것을 문제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대체 에너지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한 녹색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50%에서 2030년에는 8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치인과 환경 운동가들은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 또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주장을 배척합니다. 이들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환경에 재앙 수준의 피해를 주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 보관에 관련한 문제점에 주목합니다.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투자를 원자력 발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죠.
독일의 환경 운동가인 스테판 아우흐터(Stefan Auchter)는 체르노빌, 또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전 사고가 다시 한번 발생하면 모든 사람이 독일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말합니다. 그는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을 러시안룰렛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예정보다 9년 늦게 문을 연 베를린 공항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항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는데 과연 실수 없이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리라 믿을 수 있을까요?”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박람회에서 원전 업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소형 원자로 지붕 아래서 삼상오오 점심을 먹었고, 오염 제거 기업의 부스에는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습니다. 곳곳에서 축하 샴페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 재개를 발표한 성명에서 신규 원자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신규 원전은 가압경수로(EPR) 원자로를 언급한 것이라 알려졌습니다. 이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도, 더 적은 폐기물을 발생시킵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2021년 6개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형 원자로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는 더 안전하면서 규모도 작기 때문에 유럽,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카드리 심슨(Kadri Simson)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1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럽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둘러싼 논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와 소형 모듈형 원자로 수출 경쟁을 벌이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 프로젝트 책임자인 르노 크라수스(Renaud Crassous)는 “향후 10년 안에 나올 소형모듈 원전은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원자력 에너지의 신뢰를 회복하고 원전에 부정적인 국가들을 돌려세우리라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페센하임 인근의 독일 도시인 브라이사흐의 올리버 라인(Oliver Rein) 시장은 여전히 원전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그는 원전 폐쇄에 힘입어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을 마주한 이웃 도시인 프랑스의 페센하임이 원전 신규 건설이라는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이러한 프랑스-독일 공동 프로젝트를 망치게 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채식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도축장 옆으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라인 시장은 프랑스의 신규 원전 움직임이 2022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기적인 관점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중 절반을 약간 넘는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마크롱 대통령의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들은 대부분 우파, 또는 극우 성향이며,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재개 발언에 동조하거나 심지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 펜(Marine Le Pen)은 페센하임 원전을 즉시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우 언론인 에릭 제무르(Éric Zemmour)는 대선 출정식 영상에 원자로 장면을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페센하임의 일부 주민은 신형 원자로가 페센하임에 자리 잡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원전에서 일하다 은퇴한 장이브 트레츠(Jean-Yves Tretz)는 “독일의 압박 때문에 페센하임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프랑스의 원전 반대 활동가이자 원전 관리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클로드 레더거버(claude Ledergerber)는 원전 재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부품을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페센하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슈바인 씨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폐로가 완료되면 마지막 직원들이 발전소를 떠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태양광 발전용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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