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컨버세이션 / Michael Paul Nelson, Peter Mark Groffman
연어는 강에서 부화해 바다로 나가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를 흐르는 클라매스 강도 산란기를 맞은 연어가 찾아오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상기후 탓에 클라매스 강의 수온이 너무 높아졌고, 가뭄으로 수량도 줄어 부화한 새끼 연어가 자라기 어려운 지경이 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수산부는 급히 클라매스강에서 약 200km 떨어진 트리니티강에 있는 부화장으로 새끼 연어 110만여 마리를 옮겼습니다. 태어난 지 약 7개월 된 몸길이 8cm 남짓한 연어들은 부화장에서 산란해 보통 5, 6월에 강에 방류되지만, 지금 클라매스강의 상황은 새끼 연어들이 살아남기 어려워 보입니다.
연어는 그나마 마지막 순간에 사람이 개입해 폐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연안에 양식하던 홍합, 조개의 폐사는 막지 못했습니다. 바닷물도 온도가 너무 높아져 연안에 서식하거나 양식하던 어패류 수십억 마리가 마치 요리할 때 삶아지듯 폐사한 겁니다. 미국 서부 지역의 산불은 매년 더 넓은 지역을, 오랫동안 태우고 있습니다. 2021년에 나타난 대규모 산불, 홍수, 극심한 가뭄에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태학 학술지 생태권(Ecosphere)에 실린 최근 논문 가운데 다섯 편을 골랐습니다. 논문에 소개된 25개 넘는 사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됐고, 앞으로 지구가 계속 더 데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봤습니다.
우선 국립과학재단(NSF)이 장기 과제로 수행한 생태연구 지역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오레곤주와 워싱턴주를 아우르는 태평양 북서부의 카스케이드 산 중에서도 HJ 앤드루스 숲은 1948년 미국 산림청이 지정한 생태연구 지역입니다. 학자들은 70년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생태 변화를 추적하고 기록해 왔죠. 숲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들은 수령이 4~500년 된 솔송나무, 삼나무, 전나무들입니다. 골짜기가 깊고, 미국 북서부의 숲이 그렇듯 찬 내가 모이면 강을 이뤄 흐릅니다.
나무들의 나이처럼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숲은 최근 들어 균형을 잃었습니다. 수백 년 안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기후 변화 때문에 숲의 생태계 자체가 변하고 있습니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여름에 더 오랫동안 가물고, 반대로 고도가 높은 데 있던 눈과 얼음이 녹아 발생하는 홍수는 잦아지고 규모도 커집니다. 그래서 가물 때는 산불이 더 많이 발생해 수백 년을 산 나무들이 타 죽고, 시내는 마르고 숲의 생태계도 바뀝니다. 북미 반점 올빼미처럼 숲에 원래 살던 종이 자취를 감추고 얼룩이리 같은 종이 나타났습니다.
북서부와 달리 미국 북동부의 숲들은 대체로 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숲을 개간하고 밭을 일구거나 지대를 개발해 도로를 내고 마을을 지으면서 원래 숲이 사라지거나 훼손됐기 때문이죠. 이 가운데 뉴햄프셔주 화이트산에 있는 허바드 브룩 숲을 살펴봤습니다. 허바드 브룩 숲은 1955년에 산림청의 생태연구 지역으로 선정됐는데, 인간의 개발로 망가진 뒤 숲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들도 숲의 회복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후변화나 산성비, 해충이나 (나무가 옮는) 질병이 숲의 회복력을 떨어뜨릴지, 또 기후 변화로 식생대가 바뀌면서 참나무나 소나무 등 새로운 수종이 사탕단풍나무나 너도밤나무 등 현재 숲의 주를 이루는 나무들을 밀어내지는 않을지 등을 살핀 겁니다. 연구진의 예측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앞으로 50년 동안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21세기 후반에는 기후변화의 속도와 정도가 숲의 회복력을 압도할 수도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줄기와 가지, 잎이 옆에 나무들을 덮어 하늘에서 보면 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는 숲을 폐쇄림이라고 부르는데, 허바드 브룩 숲을 비롯한 북동부의 폐쇄림은 50년 뒤에도 지금처럼 사탕단풍 나무나 너도밤나무가 주를 이루는 폐쇄림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숲이 계속해서 회복력을 보일 수 있을지 연구진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인적이 뜸한 시골 지역의 숲과 달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 근교의 숲은 때론 더 뛰어난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볼티모어 근교의 숲을 관찰한 결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중서부 평야는 전 세계에서 손꼽는 농업지대입니다. 기후변화로 이 지역의 식생, 특히 곤충과 해충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일 겁니다. 미시건주 남서부의 켈로그 생태지역에서 학자들이 오랜 시간 관찰한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외래종이 침입해 먹이사슬의 위에 자리하는 포식자가 돼 생태계 교란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외래종은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급증함으로써 생태계를 교란합니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의 종 다양성을 해칠 수 있죠. 예를 들어 갑자기 무당벌레가 급증하면서 미국 중서부의 식생이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곤충의 개체 수, 해충 방역, 토종 곤충 보호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대서양의 해양 생태계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연안 지역의 종 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2012년 연구진은 매사추세츠주 플럼아일랜드 생태연구 지역(PIE)에서 바닷게(blue crab)을 목격합니다. 이곳은 원래 바닷게가 서식하는 지역의 북방한계선으로 여겨지던 곳보다 무려 110km 이상 북쪽에 있는 섬입니다. 바닷물이 그만큼 따뜻해졌다는 뜻입니다. 2014년엔 같은 곳에 수컷 농게(fiddler crab)가 나타났습니다. 바닷게와 마찬가지로 PIE에선 볼 수 없던 종이죠. 최근에는 PIE보다 더 북쪽 바다에서도 바닷게와 농게가 관찰됐습니다.
한 지역에 새로운 종이 모습을 드러내고 서식지가 바뀐다는 건 생태계도 따라서 변한다는 뜻입니다. 해양 생태계 전반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 바닷물이 따뜻해진 건 기후변화의 증거를 모아 쓴 경향신문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생태학자 2천여 명은 미국 전역은 물론 남극과 태평양 산호초에 이르는 곳에 총 28곳의 장기 생태연구 지역을 지정해놓고 변화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관찰 기록과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오는 9일 펴낼 보고서에도 담길 예정입니다.
미래의 생태계가 어떤 모습을 띨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에선 더 그렇죠. 그럴수록 토양 성분의 변화부터 생물종의 변화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친 생태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잘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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