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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서로를 만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TED, Mary Ha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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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접촉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위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인간의 피부에는 다른 사람의 접촉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목적만을 가진, 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완성하고 사회적 연결을 느끼며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까지 가지게 만들어주는 신경 다발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를 만지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코비드-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자, 뇌과학자 헬레나 워슬링은 바로 이런 질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서 그녀는 C-촉각신경(C tactile afferents, 또는 CT)으로 알려진 신경이 우리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분야에 처음 들어왔을때 들은 이 말은 내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곧, 사람들에게 서로를 만지지 못하게 할 경우 사람들은 어쩔줄을 몰라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한다는 사람들이라도 사실 접촉은 이들의 사회적 삶에 큰 역할을 합니다.새로운 동료와의 악수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긴 포옹은 인류가 만들어온 인간관계의 기본과 같은 것입니다. “이를 금지하는 것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뉴욕에 거주하는 심리학자 가이 윈치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촉각은 서로의 감정적 친밀감과 관련이 있으며, 인간은 서로의 신체적 거리를 곧 감정적 거리로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이전 우리는 하루에 수십 번씩 다른 이들과 가벼운 접촉을 해왔습니다.”

이 사실은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C-촉각신경은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인간의 모든 피부에 존재하며 촉각 신호를 감정적, 사회적 반응으로 바꾸어줍니다.

워슬링은 예테보리xTED 에서 이 신경이 세 가지 특징적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가벼운 접촉, 부드러운 움직임, 그리고 약 32도 정도의 온도입니다. 이는 바로 인간의 피부 온도입니다. 즉, 이 신경은 다른 사람의 부드러운 접촉에 가장 민감하도록 되어 있는 신경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피부의 다른 감각 수용체들은 물리적 자극을 단순히 1차 체성감각 피질(primary somatosensory cortex)에 전달하지만, 이 C-촉각신경은 신호를 뇌섬엽(insular cortex)에 전달합니다. “이 부분은 감정의 균형을 관장하는 피질 내의 깊숙한 부분입니다. 즉, 이 부분은 어렴풋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가장 기분 좋은 느낌은 이런 기분을 만들어 줄 겁니다. ‘음 괜찮은데? 나는 받아들여졌어. 나는 안전해.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고 있어.’ 특히 C-촉각신경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관장하는 뇌의 부위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감각을 오랬동안 느끼지 못하게 할 경우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윈치는 말합니다. “나는 1년 이상 다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전혀 가지지 못한 친구들이나 환자들을 알고 있습니다. 악수 같은 것도 전혀 하지 못한 이들 말이지요. 그들은 정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어쩐 종류의 포옹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적 외로움과 추위 비슷한 감각을 느낍니다. 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가 됩니다.”

윈치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포옹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감정적으로 충만한 신체적 접촉이라고 말합니다. “울고 있는 이를 안아주는 행동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그를 안아주지만, 그는 친구에게 안긴 다음 더 크게 울게 됩니다. 사람들은 우는 사람을 안을때 팔로 그 사람을 두르며, 이때 안긴 이는 자신이 안전해 졌다고 느낄 뿐 아니라 친밀감과 신뢰감을 모두 느끼게 되어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신체적 접촉은 단순히 감정적, 사회적 이득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곧,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신체적인 이득을 주며, 자신의 삶에 전반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사회적 접촉이 줄어든 이 코로나 시기에 우리는 신체 접촉이 주는 이런 이득을 다른 방식을 통해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래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1. 샤워를 하거나 따듯한 물을 담은 욕조에 들어가세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만져주는 것과는 다르지만, 워슬링은 물이 피부 표면을 느리게 움직일때 C-촉각신경이 자극된다고 말합니다. 따뜻한 목욕은 근육을 풀어주어 긴장감을 줄여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2. 반려동물을 껴안거나 다른 사람과 산책하세요
“반려동물이 바로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심박 수는 느려지며, 혈압은 내려갑니다.” 반려동물은 당신에게 의지하며, 당신이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계의 충족에도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 시기에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 연구는 정상적인 사회적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물과의 관계가 치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3.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집중하세요. 설사 그 사람과 전혀 접촉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죠
신체 접촉이 불가능할 경우 우리는 이를 대신할 것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상대를 만난다면, 상대의 눈을 쳐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체 접촉은 ‘나는 당신을 보고 당신의 존재를 느낍니다’는 말을 하는 것이며, 서로를 쳐다보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혹은 외로운 이와 대화할 때,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런 대화가 신체 접촉 만큼의 자극은 되지 못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 역시 우리의 소속감과 친밀감을 자극해 줍니다.

4. 외로운 이들과는 “가벼운 인사(check in)”대신 보다 의미있는 대화를 하세요
카말라 부통령과 트위터 세상의 모든 이들은 우리에게 짝이 없는 친구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라고 권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가벼운 인사는 그저 체크박스를 클릭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곧, 전혀 충분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있지만, 친구 가족들과 가질 수 있는 신체적 접촉의 부족이라는 면에서 짝이 없는 이들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 그리고 포옹도 해서는 안되는 고위험군 환자들은 특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벼운 인사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15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진짜 소통을 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모두 화상통화를 피곤하게 느낀다면 각자 산책을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지금의 이 코로나 시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면, 지금 이들이 신체 접촉의 결여 때문에 매우 큰 감정적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다른 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감정입니다. 당신이 상대와 똑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와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만질때, 비로소 그 상대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게 됩니다. 신체 접촉이 중요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들과 함께 만드는 사회적 세상 속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

이제 곧 모두가 백신을 맞겠지만, 장기적으로 코로나가 우리의 사회적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예전처럼 악수를 하게 될까요? 동료와 포옹을 할 수 있을까요?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에서 이루어진 조사에서 54%의 사람들은 예전보다 신체적 접촉이 크게 줄었다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예전의 세상으로 가능한한 빨리 돌아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윈치는 코로나가 우리의 신체 접촉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꿀지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한때 친밀감, 친근감, 중요성 등을 의마하던 행동이 이제 위험하고 피해야할 행동이 되었습니다. 포옹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포옹에 대한 거부감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습니다. 신체 접촉이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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