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컨버세이션, Clara Greene)
“코로나19 바이러스는 5G 모바일 네트워크를 타고 퍼진다.”
“양파를 반으로 썰어 침실 네 귀퉁이에 놓고 자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
“해가 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활동이 줄어든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던 대표적인 가짜뉴스들을 모아놓은 겁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속도는 너무 빨라서 보건 당국이 가짜뉴스가 전염병처럼 퍼진다는 뜻으로 인포데믹(infodemic)이란 말을 만들어 경고했을 정도입니다.
사실 가짜뉴스의 역사는 무척 깁니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죠. 특히 2016년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퍼졌고, 미국 대선에 많은 나라 정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식으로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행동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거짓 정보를 믿게 해 잘못된 행동을 부추긴다는 가설은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길 거부하거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확인되지도 않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믿고 백신을 맞지 않으려 하는 원인으로 가짜뉴스가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로 검증한 연구는 지금껏 거의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저는 바로 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지난해 5월, 우리는 아일랜드 뉴스 웹사이트인 더저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실험에 참가할 사람 4,500여 명을 모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이번 연구의 목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중보건 관련 메시지,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주지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팬데믹과 관련해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실제 뉴스 4편과 거짓 정보가 담긴 가짜뉴스 2편을 접했습니다. (가짜뉴스는 총 4편 가운데 2편을 골라 제시했습니다.) 가짜뉴스는 당시에 소셜미디어에 퍼지던 소문들을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각각 커피를 마시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 고추를 먹으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백신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부러 숨겼다, 아일랜드 보건복지부가 출시할 접촉추적 앱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배후였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관련자들이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은 뒤 실험 참가자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커피를 얼마나 마실 건지, 혹은 정부의 접촉추적 앱을 다운받아 설치할 것인지에 관해 답했습니다. 가짜뉴스인줄 모르고 읽은 뉴스가 사람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한 거죠.
사람들의 답변을 모아 분석해본 결과 가자뉴스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정도는 크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접촉추적 앱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관련된 사람이 만들었다는 가짜뉴스를 읽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해당 앱을 내려받겠다고 답한 비율이 5% 더 낮았습니다.
또 실험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19와 관련한 해당 가짜뉴스를 접한 적이 있거나 읽어본 적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가짜뉴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가짜뉴스와 관련한 앞선 연구에서도 확인된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접촉추적 앱의 개인정보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똑같이 가짜뉴스를 읽었지만,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해당 앱을 내려받겠다고 답한 비율이 7% 더 낮았습니다.
이런 효과는 수치상 아주 크지 않고, 가짜뉴스와 관련해 언제나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이 자폐를 일으킬 수 있다는 근거없는 가짜뉴스입니다. 이 가짜뉴스 때문에 2000년대 초반에 자녀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겠다는 사람이 10% 정도 줄었습니다. 이 10% 때문에 홍역이 곳곳에서 빈발했습니다. 가짜뉴스로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 파급효과는 공중보건 전체에 엄청 크게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연구에서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생각이냐는 의도를 물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꼭 의도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자, 운동을 꾸준히 하자는 다짐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조차 없다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도를 측정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둘째, 이번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는 새로 만든 가짜뉴스를 딱 한 번만 읽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가짜뉴스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삼인성호란 말처럼 같은 말을 자꾸 듣다 보면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진짜처럼 들리기도 하죠. 가짜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나타나는 변화에 관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목적은 가짜뉴스나 거짓 정보에 관해 주의를 당부하는 경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나 언론협회 같은 기관이 실제로 그런 경고를 독자들에게 자주 보냅니다.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를 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특히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관한 연구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일반적인 경고 문구가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받아들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선행 연구가 한 편 있는데,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가 가자뉴스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지금 읽는 뉴스를 훨씬 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실험 참가자를 임의로 나눠 한 집단에는 가짜뉴스 관련 경고를 보여준 뒤 가짜뉴스를 읽혔고, 다른 집단은 그런 경고를 보여주지 않고 가짜뉴스를 읽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가짜뉴스 관련 경고를 미리 읽든 읽지 않든 가짜뉴스에 대한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가짜뉴스 대응 전략과 관련해 우리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 두 가지를 참조해야 합니다.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가짜뉴스왁 관련해 내보낸 경고의 효과도 마찬가지로 매우 작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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