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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자신을 피해자라 생각할까

(마크 맥나마라, Nauti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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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된 세상에서 피해자 행세(victimhood)는 명예 훈장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권력을 얻습니다. “오늘날 미국 정치에서 피해자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되었다.” UC 샌디에고의 언론정보학 교수인 로버트 B.호르위츠의 말입니다.

호르위츠는 2018년 “피해자 행세의 정치, 정치에서의 피해자 행세”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치에서 피해자 행세가 가장 중요해지도록 만든 사회적 흐름에 주목했으며, 그 기원이 “1960년대의 시민운동 등으로 인해 불안했던 정치상황”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심리학적으로는 피해자 행세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202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심리학 연구자인 라하브 가브레이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피해자 행세를 하려는 경향(Tendency toward Interpersonal Victimhood)’을 의미하는 TIV라는 부정적 성격 특질을 정의했습니다. 또, 높은 TIV 점수를 기록한 이들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TIV는 4가지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피해자 행세를 상대방에게, 크게는 사회 전체에 알리려는 끝없는 노력입니다. 두 번째는 “도덕적 엘리트주의”로, 피해자는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며 “불가침의 도덕성”을 가지는 반면, “상대방”은 태생적으로 비도덕적이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공감의 부족이며 특히 어떤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피해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네 번째는 반추(Rumination)로,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한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방송이나 신문을 몇 분만 보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피해자 행세를 목도하게 됩니다. 아래는 연구를 수행한 가브레이와 가진 인터뷰입니다.

 

Q: TIV를 성격장애라 볼 수도 있나요?

A: TIV가 매우 높게 나온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특별한 경우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일반인들이 가진 경향에 주목했습니다. 곧, 벨커브(bell curve, 종 모양의 분포)에서 중간의 두터운 층에 존재하는 사람들도 TIV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Q: TIV는 “불안정 애착 유형(anxious attachment style)”과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불안정 유형이란게 어떤 건가요?

A: 이는 “양가적 애착 유형(ambivalent attachment style)”과 비슷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발생합니다. 보호자 혹은 아버지가 예를 들어 갑자기 화를 내거나 아이를 그저 내버려두는 것처럼 일관성 없이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불안정 애착 유형이나 양가적 애착 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그럼 피해자 행세는 어떤 나이 이후에 학습되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군요.

A: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공감과 위로 반응을 내면화하며, 이를 통해 타인의 위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높은 TIV를 가진 이들은 스스로 위로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받은 외부의 공격을 긴 시간 동안 계속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 공격을 계속 반추합니다.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말하며, 그 사건을 생각하고 상기하며, 그 공격과 연관된 부정적 감정, 곧 절망이나 모욕감, 분노, 좌절과 같은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Q: TIV가 높은 이들이 자신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그들은 세상을 피해자와 나머지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궁극의 피해자라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이 그들에게 “그래, 너가 상처받았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너 역시 내게 상처를 줬어”라고 말하며 그들 역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때 TIV가 높은 이들은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말 또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Q: 당신의 한 연구에서는 TIV가 용서의 거부뿐 아니라 복수에 대한 열망과도 관련이 있음을 보였습니다.

A: 한 실험에서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그들은 변호사이며 상사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높은 TIV를 가진 이들일수록 그 부정적 평가의 이유를 상사의 부정적 성격 탓으로 돌렸고, 강한 복수의 열망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TIV가 높은 이들은 복수심이 높을 뿐 아니라 가해자를 오히려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Q: 네 번째 특성인 반추는 어떻게 TIV와 관련이 있나요?

A: TIV의 관점에서 우리는 반추를 자신이 당한 공격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깊게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반추가 자신이 미래에 당할 공격에 대한 예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연구는 자신의 자존감에 대한 모욕과 위협에 때문에 자신이 느끼게 되는 고통과 공격성을 반추가 지속시킨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Q: 트라우마나 실제 피해자 경험을 하지 않고서도 TIV를 가지게 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TIV를 가지는 데 신체적 피해와 같은 실제 피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높은 TIV 수치를 가진 이들은 일반적으로 PTSD와 같은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입니다. 어쩌면 그들이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치료를 다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죠. 우리 연구 결과는 그들이 때로 가족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Q: 중간 정도의 TIV를 가진 사람들의 약점은 어떤 것일까요? 이러한 경향이 일상에 영향을 미칠까요?

A: 물론입니다. TIV가 높은 이들일수록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느낍니다. 중간 정도의 TIV라면, 어떤 관계에서는 피해자로 느끼고 다른 관계에서는 안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하지만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피해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는 당연히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자신을 피해자라 여기는 이들은 – 우리는 상사와 부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수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 아무리 사소한 상사의 공격에 대해서도 견디기 어려워 합니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공격이란 아주 흔하게 발생합니다. 나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의 사소한 공격을 말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입니다.

Q: 피해자 행세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까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지위를 높이자는 사회적 운동을 조직하는 것과 같은 공공의 목표를 위해 서로 뭉칠 때가 그렇겠지요. 내가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 행세란 그 안에 어떤 공격성이 있으며, 공감의 부족과 반추를 동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까운 관계에서 상대의 공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관계에서는 감정을 숨기기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진지하면서도 또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늘 상대방을 기쁘게만 하려다 보면, 항상 이렇게만 말하게 되죠. “아니,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이는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중요한 관계일수록 부정적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우 상대방은 당신을 더 존중하게 될 겁니다.

Q: 높은 TIV를 가진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연인이나 친구를 찾을까요?

A: 충분히 그럴듯한 가정입니다. 하지만 실험적으로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나는 TIV가 낮은 이들은 TIV가 높은 이들을 우연히 만났다 하더라도 그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관계가 지속되려면 두 사람이 모두 높은 TIV를 가졌거나, 아니면 적어도 한 쪽이 자존감이 매우 낮아야 할 겁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TIV가 높은 것과는 다르며, 그저 자신이 더 나은 상대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Q: 모든 국가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요?

A: 나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네팔을 여행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피해자 행세 경향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화를 잘 내지 않았고, 다른 이를 비난하려는 경향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은 화를 내는 것은 애 같은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Q: 피해자 행세는 사회화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A: 맞습니다. 특히 리더가 피해자처럼 행동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리더의 이런 행동을 보고 자신도 공격성을 남에게 드러내도 된다고, 또 다른 이를 비난하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상처를 줘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은 가설일 뿐입니다만, 나는 분쟁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그리고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담론이 피해자 중심의 담론인 그런 사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유대인 사회가 그렇습니다. 이는 “영속적인 피해자 행세”라 불릴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인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그래서 스스로 보호해야 하며 투쟁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담론을 통해 사람들이 국가의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과거의 고통을 현재의 것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입니다.

Q: 개인이 가진 TIV의 특성을 집단이 가진 특성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까요?

A: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TIV를 만드는 심리적 요소인 도덕적 엘리트주의와 공감의 부족이 사회의 지배권력을 묘사할 때도 흔히 등장하는 요소라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질 경우 다른 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과 타인의 감정이나 관심, 생각을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인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즉,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TIV만이 아니며, 권력 또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TIV가 높은 이가 권력까지 잡게 된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 행세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아이들의 교육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TIV의 네 가지 특성을 잘 이해함으로써 아이들이 그런 특성을 보일 때 그 의도와 동기를 파악해 이러한 경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피해자 행세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것은 무척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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