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Nordhaus, Breakthrough Institute)
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헛소리에 관하여(On Bullshit)”는 거짓말쟁이와 헛소리꾼을 구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랑크푸르트는 거짓말쟁이들은 오히려 진실이 무엇인지를 신경 쓰며 그 진실을 왜곡하거나 감추려고 하지만, 헛소리꾼들은 진실에 개의치 않고 그저 사회적 효용만을 따진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최근 해리슨 펠, 알렉스 길버트, 제시 젠킨스, 마테오 밀든버거가 지난해 네이처 에너지에 실린 서섹스 에너지 그룹의 벤자민 소바쿨이 그의 동료들과 수행한 연구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발표한 논문을 보고 프랑크푸르트의 이 구분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바쿨과 그의 동료들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원자력 발전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했음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펠과 그의 동료들이 소바쿨이 제시한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는 그 반대였다. 그들은 초록에 이렇게 썼다. “동일한 데이터와 동일한 기간을 적용한 결과, 우리는 원자력 발전이 1인당 CO2 배출 저감에서 재생 에너지와 비슷한 정도로 기여했음을 발견했다.”
사실 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이 수행한 복잡한 회귀분석을 다 따라갈 필요도 없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주요 선진국 중 1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작으며, 자국의 전기 중 80%와 50%를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는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국가는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며, 발전소를 폐쇄하면 지난 10년 동안 일본과 캘리포니아가 보여준 것처럼 탄소 배출량은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소바쿨과 다른 반핵 학자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며, 원자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며, 특별히 위험하고, 본질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며, 재생에너지만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00%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심스러운 내용의 연구를 동료들이 심사하는 학술지에 잇달아 실었다.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헛소리라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의 구분을 빌리면, 소바쿨과 같이 이데올로기에 취한 학자들은 헛소리꾼보다 거짓말쟁이에 속한다. 그들이 실제로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연구가 학계에서 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반핵 학문의 역사를 보면 동료 심사라는 제도는 종신 재직권을 보장받은 이데올로기에 취한 학자들에 의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기에 바탕한 추론(motivated cognition)은 인간이 가진 매우 강력한 편향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오랫동안 원자력 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오다 이 에너지가 실제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더 나은 선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결국, 소바쿨과 같은 학자들은 모델 선택, 회귀 분석, 편향적 데이터 선택과 같은 소위 학계의 기술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반면, 헛소리의 작동 방식은 전혀 다르다. 헛소리는 척 보기에도 바보 같은 어떤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모든 이들이 이 주장을 믿는 것처럼 보이니 자신도 그 주장에 동의하는 흐름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바쿨과 같은 반핵 학자들이 프랑크푸르트의 기준으로 거짓말쟁이라면,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논문을 심사하고 통과시킨 동료, 편집자들은 헛소리꾼에 해당한다.
물론 동료 심사는 자신의 시간을 들이는 고단한 행위이며, 그에 따른 보상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점이 소바쿨이 어떻게 3년 전 심각한 오류 때문에 스스로 철회해야 했던 자신의 연구를 살짝 손만 본 뒤에 더 저명한 저널에 실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지금은 명백한 오류가 드러난 마크 자콥슨의 100% 재생에너지 연구가 PNAS에 실렸을 뿐 아니라 어떻게 그해 최고의 연구에 주는 상까지 받을 수 있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원자력 에너지가 충분히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왜 이와 다른 주장들이 주류 언론에 줄기차게 소개되고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헛소리들은 실제 실험적 증거가 없다. 대신 이 헛소리를 지탱하는 건 아주 오래된 사회적 담론이다. 즉 인구는 증가하며, 화학물질은 독성이 있으며,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그런 초기 환경주의자들의 주장 때부터 만들어진 사회적 담론 말이다.
이 담론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근본적인 단절이 필요하다는, 오늘날 이 영역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주장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행동, 선택, 결의를 통해 지금 당장 세상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그 경우 우리 인류는 번영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화석 연료가 지핀 지옥불에 다 타 죽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인기 있는 기후변화 담론은 우리가 사회운동과 저항, 영리한 기후변화 정책을 통해 이 지구의 탄소와 에너지 기반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상상하게 만든다. 70억 명, 아니 곧 90억 명이 될 인류 대부분이 여전히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들은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국제 협약을 통해, 또 탄소배출권의 가격 결정을 통해, 아니면 그린 뉴딜을 통해 정치적 혁신을 현실로 구체화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아직은 이름도 없지만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어떤 마법의 기술이 풍력이나 태양 에너지도 해결하지 못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력 에너지의 원죄는 이 에너지가 현대 산업사회의 정신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경제적 번영과 인구 증가의 기반이 될 무한한 에너지를 약속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후변화 대응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대부분 사람은 경제 발전과 인구 증가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탄소 예산과 지구 온도 변화라는 두 가지 실제 목표를 만족할 수 있는, 실제 역사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소시킨 확실한 결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존재하는 기술인 원자력 에너지는 사람들이 믿는 담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그 대신 이들은 대기에서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거대한 기계, 수소 에너지로 움직이는 항공기, 성층권에 황 입자 뿌리기 등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환경주의 운동이나 자선단체는 원자력 에너지를 다시 고려하는 것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훨씬 더 호의적이다. 이는 어쩌면 이를 통해 화석 연료의 비용을 더 높일 수 있으며, 또 마침 우연히, 이를 통해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에 세금을 물리거나 규제하게 만들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물론 원자력 에너지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탄소 포집 기술이나 깨끗한 수소 에너지와 같은 것들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가 탈탄소화를 이룩하기 위해 가능한 기술 경로는 거의 없으며, 가능하더라도 이는 먼 미래의 일일 뿐이다. 반면 원자력 에너지의 기술 경로는 이미 검증을 마쳤다.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 에너지가 쉽게 할 수 없는, 산업적 용도로 열을 제공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으며, 현대 산업화된 경제에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 유일한 실적을 가진 저탄소 기술이다.
풍력과 태양 에너지의 가격 하락은 놀라운 일이지만, 변동성이 큰 재생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다. 모든 전력망을 풍력과 태양 에너지만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증명되지도 않았고, 시도해본 경험도 없다. 게다가 전기가 아닌, 80%를 차지하는 나머지 전 세계 에너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뉴스 미디어와 학계, 정부, 심지어 환경 NGO 중에도 가장 진지한 이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가장 신뢰받는 전 세계 탈탄소 시나리오와 에너지 시스템 모델에는 오늘날 경제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위한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좀비와 같은 기후변화 담론의 세상에서 당신은 이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은 말 많은 사람들을 쉽게 현혹할 수 있는 판타지 영웅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한 것처럼 부분적으로 성공하면서도 때로 실패하며, 어느 정도는 부족해 보이는 그런 일련의 조치들에 의해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에너지, 천연가스, 탄소 포집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과 달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 에너지 등이 이용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대기업, 그리고 거대한 기반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 산업사회의 정신과 소비자 운동이 필요할 것이며, 감정이나 기술 하나만이 아닌, 지식과 기술의 발전, 제도와 실천 등의 축적에 의한 느린 혁명이 필요할 것이다.
언젠가는 모든 이들이 소바쿨, 자콥슨 그리고 다른 반핵 학자들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그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데올로그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헛소리 자체다. 이것은 비일관성, 음모론, 비현실적 이상주의, 공허한 극단주의와 함께하며, 이는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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