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최근 상장한 한국의 테크 유니콘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전자상거래 분야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새벽녘 서울의 주택가를 다니면 어김없이 쿠팡의 배송 트럭을 마주칩니다. 한국의 넥스트 아마존(Amazon)인 쿠팡은 지난 수년간 한국의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습니다. 전날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송되는 로켓 배송 품목을 꾸준히 늘려온 것이 쿠팡의 성공 요인입니다. 일부 품목에 대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계기로 로켓 배송이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쿠팡의 매출은 2019년 63억 달러(7조 2천억 원)에서 120억 달러(13조 6천억 원)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디지에코(Digieco)에 따르면, 같은 기간 쿠팡의 고용은 5만 명을 기록하며 2배 늘었고,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도 18%에서 25%까지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창업한 이후 11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동안 누적 손실이 41억 달러(4조 7천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이어온 것이죠. 주요 투자자는 쿠팡 지분의 37%를 보유한 소프트뱅크의 1,000억 달러(114조 원) 규모 비전 펀드입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은 쿠팡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쿠팡은 3월 10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46억 달러(5조 3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2019년 우버 상장 이후 최대 규모였고, 외국계 기업으로는 2014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공룡인 알리바바(Alibaba) 이후 최대였습니다. 쿠팡의 주가는 3월 11일 거래 시작과 동시에 81%나 치솟았습니다. 이후 상승 폭을 줄이며 상장 첫날 기업 가치는 850억 달러(96조 6천억 원)로 마무리됐습니다. 850억 달러는 쿠팡보다 매출이 8배 더 많은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의 기업 가치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쿠팡은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뒤를 쫓는 차세대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최근에 상장한 회사입니다. 아마존은 쇼피파이(Shopify)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메이퇀(Meituan), 핀둬둬(Pinduoduo)와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격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남미의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동남아시아의 씨(sea)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 알리바바에 도전하는 경쟁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년간 4배 이상 폭등했고, 이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합치면 1조 달러(1,140조 원)에 이릅니다.
아직 쿠팡의 해외 진출계획은 알려진 바 없습니다. 따라서 쿠팡에 대한 전망은 한국 내수 시장의 경쟁에 좌우될 것입니다. 한국 시장의 경쟁자는 다양합니다. 롯데, 신세계를 비롯한 대기업,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의 지원을 받는 배달의 민족 같은 스타트업까지 많은 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습니다. 쿠팡이 시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새벽 배송으로 얻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확산해야 합니다. 쿠팡은 배송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근무 환경과 관련된 허위, 왜곡,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뉴스룸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팡도 전자상거래 업계에 대한 근로 감독과 조사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달 초 정부 위원회가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후 쿠팡은 회사 차원에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공공운수 노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과로로 사망한 쿠팡 근로자가 8명에 달하며, 그중 2명은 최근에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쿠팡은 “사망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명주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소비자들을 잘 관리하고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해도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인터넷 쇼핑, 물류, 배송 이외의 신규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카도리브레와 씨는 전자 결제와 게임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기업 가치를 높였습니다. 쿠팡이 해외 진출 없이 한국의 온라인 시장에서만 사업을 지속한다면,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신규 사업이 필요합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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