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James Mackintosh)
모든 거품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전기차 투자자는 1890년대 영국 자전거 주가 버블의 교훈을 곱씹어야 합니다.
최근 경험과 재정위기 사례를 되짚어 보면, 시장의 거품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최근 전기차, 청정에너지, 대마초를 비롯한 핫한 테마 업종의 증시가 과열되면서 주가 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설사 더 많은 분야에 거품이 있더라도 국가 차원의 경제 위기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거품 붕괴가 대침체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1980년대 부동산, 증시 버블의 상흔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고, 2000년대 닷컴 버블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죠.
그러나 모든 버블이 경제위기를 유발하지는 않았습니다. 증시의 거품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개인들이 빚을 내 투자하고 기업들이 과잉 투자를 하는 것이죠. 이런 조건에서 증시의 거품이 꺼지면 부채를 지나치게 끌어 쓴 투자자는 지출을 줄이거나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기업은 투자자와 채권자의 자금 회수 요구에 직면해 많은 직원을 해고하고, 투자를 크게 줄입니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거품은 개인의 빚투와 기업의 과잉투자 모두 문제 되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미국에서 5위 수준이지만, 당장 내일 테슬라가 파산해도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전기차 영업 규모는 미국 경제나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매우 낮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증권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조달했기 때문에 테슬라의 위기가 은행의 연쇄적인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습니다. 그리고 테슬라 투자자들이 경제적 손실을 본다고 해도, 미국 경제 전체의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근 상황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닷컴 버블이 아니라 1890년대 영국의 자전거 산업을 강타한 거품 붕괴입니다. 당시 자전거는 오늘날의 전기차였습니다. 타이어와 장비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서, 자전거는 비싸지만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운송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금융 업계에서는 자전거와 연관이 있기만 하면 어떤 기업이든 상장 시켜 대박을 챙기려 했습니다. 엄청난 투자는 기술 발전을 가져왔고, 당시 모든 특허의 15%가 자전거와 관련한 특허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영국 국채 수익률도 자전거 주가 폭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 퀸스 대학의 윌리엄 퀸과 존 터너는 저서 “버블: 부의 대전환”(Boom and Burst)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1896년에만 영국의 672개 자전거 회사가 2,700만 파운드(420억 원)의 수입을 거두었는데, 이는 영국 전체 GDP의 1.6%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최근 상황과 비교해봅시다. 작년부터 IPO(기업공개 상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스펙(SPAC)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스펙에 몰린 투자금은 미국 GDP의 약 0.4%였지만, 올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GDP의 1.3% 수준입니다.
과거 영국 자전거 산업 버블 시기에 상장한 회사 중 절반이 10년 이내에 사라졌습니다. 버블이 꺼지면서 자전거 업종의 주가가 18개월 만에 71%나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증시 폭락으로 일부 지역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국 경제 전체는 끄떡없었고 주식 시장의 버블 붕괴가 다른 시장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과열이 테슬라를 비롯한 몇몇 테마주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문제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거품이 아닙니다. 주식의 경쟁 자산인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매우 낮아서 상대적으로 이런 기업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이죠. 그러나 제 주장이 틀렸다고 해도, 다시 말해 빅테크 기업들이 높은 주가가 거품이며 해당 분야가 곧 폭락하더라도, 전체 경제 상황이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해당 기업의 투자자는 손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신규 투자를 위해 자금을 빌리거나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레버리지도 적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애플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나더라도 애플 실적의 기반이 되는 실제 비즈니스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이 닷컴 버블과의 차이입니다. 당시에는 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IT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던 고가의 주식 발행 통로가 막혀 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지출과 신규 투자가 급감했던 것이죠.
퀸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주식시장의 붕괴는 경제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은행에서 조달한 자금이 버블을 일으켰을 때는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7년의 블랙 먼데이가 주가 폭락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주주들에게는 악몽이었지만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죠.
물론,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도 금물입니다.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의 경험과는 다르게 연방 준비제도이사회가 손쓸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이미 금리는 최저 수준입니다. 닷컴 버블 당시, 거품이 터진 6개월 후 경기 침체가 닥쳐오자 연준은 6.5%였던 금리를 1.75%까지 빠르게 낮췄고, 결국 1%까지 인하해 시장의 하락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팬데믹 봉쇄조치로 위기를 맞은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대출을 늘렸고, 우량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돈을 빌렸습니다. 물론, 과거보다 부채를 감당하기 쉬운 환경입니다.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 때문이죠. 그러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자산가치가 하락해 민간 소비가 움츠러들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주식투자 열풍에도 불구하고 주가 폭락이 근로 계층 전반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자의 숫자가 전체 경제인구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가 폭락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기업의 실적이 뒤따라 떨어질 경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얼어붙을 것입니다. 경기 비관론이 확산하면 연쇄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소비가 위축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거품이 낀 주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버블이 터진다고 해도 심각한 결과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틀렸고, 시장의 버블이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밝혀지면 우려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설사 이런 경우라도 전체 경제는 여전히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 은행들이 주택 시장에 거품을 키웠을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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