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a, Natalie Wolchover)
지표면 1㎡에는 매년 약 10개의 우주 먼지가 떨어집니다. “즉 우주먼지는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죠. 길거리에도 있고 당신의 집에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 옷에 묻어 있을 수도 있지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유성진(micrometeorites)이라 불리는 우주 먼지를 연구하는 행성과학자 매튜 겐지의 말입니다.
둥글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수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구슬 모양을 한 유성진은 흔한 만큼 또 특별합니다. 이들은 1870년 HMS 챌린저 호가 태평양 바닥에서 이들을 긁어내기 전까지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상의 경우 다른 먼지가 너무 많아 우주먼지가 따로 모이지 않습니다.)
이후 100년 동안 과학자들은 바닷속 바닥에서 발견되는 이 작은 먼지를 대기와 충돌하는 유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먼지들은 사실 수억 킬로미터 바깥에서 직접 날아온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겐지는 이 먼지 하나하나를 보며 그 정보를 해독해 왔습니다.
30년 전, 사람들은 남극이 우주 먼지의 보고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남극의 강한 바람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먼지를 날려버리기 때문에 남극 얼음에 포함된 먼지 중 우주 먼지의 비율은 10%에 달합니다. “이들의 성분을 분석하고, 형태를 분류하는 등의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그와 다른 우주먼지 전문가들 – 그는 “서로의 아이들을 거의 다 알 정도”로 그 수가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 은 이를 이용해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최근 겐지는 이 우주 먼지가 자신들의 출발지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도착지에 관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도착지란, 바로 서로 다른 과거 시점의 지구를 말합니다.
그는 침대와 옷장, 현미경으로 비좁은 자신의 침실에서 화상채팅에 참여합니다. 그는 코로나19로 락다운이 시작된 지난 3월 현미경과 우주 먼지들을 자신의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잠옷을 입은 채 화면으로 흙이 든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 통에는 우주 먼지와 지구의 먼지가 섞인, 남극에서 가져온 흙이 절반 정도 차 있었습니다. 그는 우주 먼지를 연구하면서 화성 근처 약 8km 크기의 소행성 6626을 발견했고 덕분에 이 소행성의 이름은 매트겐지(Mattgenge)로 정해졌습니다.
Q: 원래 유성진에 관심이 있었나요? 지질학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A: 아서 C. 클라크가 쓴 책들을 좋아했습니다.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 주었죠. 지질학을 좋아하게 된 건 미술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들은 수업 중에 미술과 지질학 두 과목에서 그림을 많이 그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수업에 나가서 돌들을 그리면서 나는 내 그림을 가지고 이 돌의 기원을 추적하고 수백만 년 전 있었던 일을 발견하는 일종의 추리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질학에 빠져들었죠. (겐지는 지난해 “지질학 현장 스케치와 그림: 실전가이드(Geological Field Sketches and Illustrations: A Practical Guide)”를 펴냈습니다.)
Q: 우주 먼지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A: 천문학자들은 은하와 별에 관심을 가집니다. 은하와 별은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존재로 누구나 이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별이 행성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별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입니다. 먼지가 없다면 우리 우주는 반짝이는 별 주위로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모습일 겁니다. 우주 먼지가 바로 별과 행성, 그리고 행성의 생명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Q: 지구 표면의 우주 먼지들은 어디에서 오나요?
A: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우리는 태양계에서 이 우주먼지를 누가 만드는지 몰랐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인들은 혜성이 만드는 우주 먼지에 관심이 많았지요. 우리는 이 유성진들이 원시 소행성에서 온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가장 흔한 형태의 소행성인 탄소를 함유한 “C-type” 소행성에서 나오는 석탄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s)라 불리는 유성과 비슷한 소행성입니다.
Q: 유성진과 유성이 같은 소행성에서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유성이 아닌 유성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지식은 무엇인가요?
A: 유성과 유성진 지구로 오게 되는 과정이 각기 다릅니다. 유성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다음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구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은 대체로 우연에 의해 일어납니다.
반면, 유성진은 소행성의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다음 태양에서 나오는 빛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는 포인팅-로버트슨 광항력(light-drag)이라 불리는 신기한 현상입니다. 마치 SF 소설에 나오는 이름 같지요.
광항력은 우주 먼지의 속도를 낮추고, 궤도 운동을 하는 입자의 속도가 느려지면 그 입자는 중심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즉, 점점 태양을 향하는 나선 운동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 행성의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그 행성에 떨어지게 됩니다. 즉, 지구에 떨어지는 우주 먼지는 커다란 유성에 비해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는 유성진을 분석함으로써 혜성이나 소행성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물론 유성진은 아주 작기 때문에 유성진 하나하나에 담긴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커다란 유성 하나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요. 즉, 유성은 수가 적지만 많은 정보가 있고, 유성진은 작은 정보가 있는 다수가 있는 셈입니다. 유성과 유성진은 모두 유용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Q: 우주 먼지는 지구나 다른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우주 먼지는 지구가 만들어진 이래 항상 지구에 떨어져 왔습니다. 화성에도 떨어지고 금성에도 떨어집니다. 약 40억 년 전 후기 지구 대폭격 시기에 우주 먼지는 아미노산과 유기 분자를 지구에 가져왔기 때문에 어쩌면 생명의 기원이 우주 먼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화성의 흙 속에 생명체가 있다면, 이들은 화성 표면의 주요한 유기물 공급원인 우주 먼지를 섭취하고 있을 것입니다. 화성 표면에는 니켈이 몇 퍼센트 존재하는데, 이들은 우주 먼지에서 온 것입니다. 화성 표면의 우주 먼지가 이들의 먹이가 될지 모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생각이지요.
지구 표면에서도 그 시기에는 우주 먼지가 중요한 영양소의 공급원이었습니다. 깊은 바닷속에는 지표면의 먼지가 거의 도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바닷속 생명체들도 철과 같은 미량 원소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대서양 남부와 남극해 주변의 철분은 우주 먼지에서 온 것입니다.
Q: 당신은 우주 먼지를 통해 태양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유성진으로부터 소행성이 왜 그렇게 다양한지를 알 수 있나요? 왜 소행성이나 행성은 구성 원소만 놓고 보면 지구와 비슷하지 않나요?
A: 사실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모릅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큰 그릇에 밀가루를 붓고 가운데 설탕을 넣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섞지요. 그럼 설탕은 점점 더 바깥쪽으로 퍼져 나갑니다. 즉, 각 부분의 성분이 점점 바뀌는 겁니다. 태양계는 이런 화학 물질들이 섞인 그릇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유성과 유성진을 관찰해 이들의 구성 성분의 차이와 이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조사합니다. 이를 통해 당시 태양계의 구성 성분과 다른 행성의 형성 시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각 행성의 구성 성분은 그 행성에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가와 관련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행성이 형성되기 전의 원시 태양계에 대한 지식은 다른 별 주변에 어떤 행성들이 만들어질지를 추측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Q: 그리고 이 유성진은 지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고 하셨죠.
A: 그렇습니다. 유성진이 지구 대기 속으로 들어올 때 이들은 지구 대기의 정보 또한 가져오게 됩니다. 대부분 금속 입자는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산소와 결합합니다. 대기에 의해 가열되고 대기 속의 산소와 반응하는 것이죠. 즉, 유성진에 포함된 산소의 동위원소를 측정함으로써 당시 대기의 산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앤디 톰킨스와 나는 호주의 석회석에서 찾은 27억 년 된 유성진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먼지의 모든 산소가 당시 지구의 대기에서 온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그토록 오래전 지구의 대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해저의 탄산염 결정을 관찰하고 당시 바닷속 산소량을 추정해 대기의 산소를 예측해야 했던 기존의 방법보다 한층 진일보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방법으로 당시의 지구 대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멋지지 않은가요? 게다가 우리가 언젠가 화성의 표면에서 유성진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는 화성의 대기가 과거 어떠했는지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Q: 대단합니다. 그럼 그 결과 우리는 원시 지구의 대기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나요?
A: 이전까지 우리는 27억 년 전의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호주에서 우리가 발견한 유성진은 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산소가 있었으며, 심지어 이산화탄소 역시 많았음을 알려줍니다.
Q: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와 이들이 진화에 미친 영향을 들어본 것 같네요.
A: 아마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Q: 유성진이 오래전 과거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원이며, 이를 통해 지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A: 맞습니다. 우리는 호주를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3년 전에는 더 오래된 유성진을 찾으려고 필바라 주변에서 뱀과 거미를 피해가며 오래된 자갈들을 조사했지요. 우주 먼지를 찾기 위해 자갈들을 아주 많이 담아왔습니다.
Q: 그 안에서 유성진을 어떻게 찾나요?
A: 우주 먼지 연구의 단점은 앞서 말한 신나는 시간은 단 5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죠. 나머지 수천 시간은 그저 현미경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아직도 2006년 남극에서 가져온 빙퇴석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 돌을 주워 담는 데는 5분밖에 안 걸렸지만, 이후 15년 동안 연구하고 있죠.
Q: 어떤 돌을 담아야 할지 정하기도 쉽지 않겠네요.
A: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았어요. 그때 나는 남극 운석 탐사팀에 있었고 누나타크에서 유성을 찾아야 했지요. 나는 누나타크 근처에서 혹시나 유성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빙퇴석을 찾아다녔습니다. 삽으로 눈을 한동안 퍼내자 눈 밑에 이 흙이 있었던 거죠.
나는 이 흙에 상당히 많은 유성진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내 생각이 맞았습니다. 내가 모은 6kg의 먼지에서 약 3천 개의 입자를 골라냈습니다. 아마 놓친 것도 꽤 있을 겁니다. 나중에 보니 이 먼지층은 적어도 70만 년 이상 쌓인 것이었습니다.
Q: 그럼 평소에 이 흙들을 늘 들여다보고 계시는 거군요.
A: 그래서 언제 누군가가 이 흙들을 다 버리지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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