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Yoolim Lee)
인도네시아의 차량공유, 결제 서비스 플랫폼인 고젝이 온라인쇼핑 플랫폼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합병이 성사된다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익명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인 두 기업이 비즈니스를 평가하기 위한 세부 조건에 합의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양측이 합병의 잠재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며 2월 중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각각 105억 달러(12조 원), 75억 달러(8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되는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합병이 성사되면, 180억 달러(20조 원)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 탄생합니다. 합병 기업은 차량공유, 결제, 온라인 쇼핑, 배달을 망라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우버(Uber Technologies), 페이팔(PayPal Holdings), 아마존(Amazon.com), 도어대쉬(DoorDash)의 서비스를 합쳤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성사만 된다면 엄청난 사건입니다. 고젝과 토코피디아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베인앤드컴퍼니(Bain&Co.) 싱가포르 지사의 우스만 악타(Usman Akhtar) 파트너의 평가입니다.
사실 고젝과 토코피디아는 2018년부터 합병을 검토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고젝이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시장의 경쟁사인 그랩과 추진하던 합병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토코피디아와 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랩과 고젝의 합병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는 그랩의 앤서니 탄(Anthony Tan) CEO가 핵심 주주인 소프트뱅크(SoftBank)의 손정의(Son Masayoshi) 회장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합병 회사의 인도네시아 사업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 것이죠. 손정의 회장은 그랩이 인도네시아 사업의 지배권을 일부 내려놓고 기존의 고젝 경영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반면, 인도네시아 사업까지 직접 주도하고 싶었던 탄 CEO가 이에 반발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거대 스타트업인 고젝과 그랩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250억 달러(28조 원)에 달합니다. 두 기업은 수년 동안 차량공유, 음식 배달,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끝에 합병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지난 12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양 사가 합병 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사업 경영권을 두고 충돌했습니다.
이렇게 탄 CEO가 합병 기업의 인도네시아 시장 경영권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손정의 회장은 다른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토코피디아를 고젝과 합병시키는 것이죠. 토코피디아와 고젝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구글(Google),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 Holdings), 글로벌 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 인도 지사 등을 공동 투자자로 두고 있습니다. 한편,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라자다를 소유한 알리바바(Alibaba Group Holding)도 토코피디아의 투자자입니다.
고젝과 토코피디아 측에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두 회사는 양측이 모두 상당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는 합병 비율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두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창업한 이래 10년 넘는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합병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랩과 고젝의 합병 협상에서는 훨씬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끝에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 시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를 지배할 만한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됩니다. 합병 뒤 계획대로 미국에서 상장할 경우 작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IT 플랫폼인 씨(Sea)의 성공 사례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씨의 경우,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거의 400%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합병은 고젝과 그랩의 합병보다 규제 리스크도 낮습니다. 그랩과 고젝은 차량공유, 배달, 온라인 결제 등 유사한 사업 영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기 때문에 독점 우려가 컸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 논의가 알려졌을 때 정부 당국에서도 독과점과 경쟁 제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습니다.
한편, 두 회사는 합병 뒤 추진하는 상장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 전통적인 기업공개에 나서거나, 또는 인수합병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인 스팩 기업과 합병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도 있습니다. 두 기업은 최근 몇 달 동안 소수의 스팩 회사와 만났다고 알려졌습니다.
다국적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Herbert Smith Freehills)의 마크 로빈슨(Mark Robinson) 아시아태평양 기술 부문 대표는 현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유니콘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인수나 상장을 통해 엑시트(exit) 하려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새롭고 도전적인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12월 블룸버그 뉴스는 토코피디아가 억만장자 리처드 리(Richard Li)와 피터 틸(Peter Thiel)이 설립한 스팩 기업인 브리지타운 홀딩스(Bridgetown Holdings)와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후, 토코피디아는 상장을 지원하기 위한 자문사로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시티그룹(Citigroup)을 고용했죠. 토코피디아는 브리지타운 홀딩스와 합병의 세부 조건, 실현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 스팩 기업의 주가는 1월 5일 현재(기사 보도 시점) 뉴욕 증시에서 2.6% 하락했습니다.
토코피디아는 지난 12월 16일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국가에서, 어떤 방법으로 상장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팩 합병 상장도 잠재적 방안 중 하나지만 아직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