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e Sedivy, 노틸러스)
당신은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합니다. 당신의 말문이 막히거나, 주저하거나, ‘음~’ 혹은 ‘어~’와 같은 단어를 쓸 때마다 한 사람이 그 수를 센 다음 발표가 끝나면 그 수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토스트마스터(Toastmasters)라는 발표 연습 모임에서 “아 계수기(Ah Counter)”라 이름을 붙인 연습법입니다. 이 연습의 목표는 이런 무의미한 감탄사를 줄이는 것입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음~’이나 ‘어~’와 같은 감탄사가 발표자를 준비가 안 된, 긴장한, 곧 부적절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므로 이를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과학자는 이런 비유창성(disfluencies)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곧, ‘음~’과 같은 감탄사는 말하는 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가진 자연스러운 특성이며, 듣는 이가 딴생각을 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의를 더 기울이고 집중하게 해 말하는 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감탄사를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다음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말할 문장을 모두 만들어 낸 다음 말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한 문장마다 몇 초씩 뜸을 들여야 하겠지요. 그리고 사람의 작업 기억은 긴 문장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길지도 않습니다. 즉, 사람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대략적으로만 생각한 상태에서 문장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을 믿고 말을 시작하며, 동시에 문장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대체로 이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때로는 적절한 표현을 찾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때 우리는 ‘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자신이 지금 문장을 구성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잘못된 표현을 피하고자 이런 감탄사를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비유창성은 화자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는 듣는 이가 다음에 나올 내용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들을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 좋은 예가 나옵니다. 이언 말콤 박사 역을 맡은 제프 골드블럼은 암컷들로만 이루어진 공룡이 어떻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내 말은 말이죠, 자연은 음…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거라는 말입니다.
이때 그의 ‘음…’은 이 개념이 중요하지만 쉽게 설명하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이 개념은 영화의 핵심 주제입니다.
‘음~’이나 ‘어~’와 같은 감탄사를 포함한 대화를 이용한 실험에서 듣는 이들은 이 감탄사 다음에 나오는 말을 더 빠르게 인식했으며, 더 정확하게 기억했습니다. 어떤 경우 이 감탄사는 듣는 이가 그다음에 나올 말을 더 잘 예측하게 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화자의 머뭇거림이 단순한 도형이 아닌 복잡한 도형을 묘사하려는 의도임을 듣는 이들이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비유창성은 긴 문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스캇 프라운도프와 듀앤 왓슨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s’s Adventures in Wonderland)”를 ‘음~’과 ‘어~’를 평균적으로 포함한(보통 사람은 100단어에 이를 평균 두 번 말합니다) 경우와 이를 포함하지 않은 녹음을 준비해 들려줬을 때를 비교했고, 사람들은 감탄사가 포함된 경우 줄거리를 더 잘 기억했습니다. 즉, 토스트마스터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음~’과 ‘어~’를 줄이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꼭 더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비유창성이 화자의 지식 부족을 나타낸다는 가정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캐서린 워맥은 전문의와 훈련 과정의 레지던트에게 다양한 상태의 피부 사진을 판단하게 했습니다. 당연히, 전문의의 판단은 레지던트의 판단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의는 더 복잡한 문장을 말하며 더 많은 감탄사를 사용했습니다. 곧, 감탄사가 지식의 부족을 나타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연구의 저자들은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자신이 가진 다양한 지식을 검토하며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 이런 감탄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감탄사가 실은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왜 사람들은 그렇게 감탄사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일까요?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마이클 에라드는 자신의 책 “음…(Um…)”에서 20세기 들어 연설이 녹음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이런 감탄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연설을 들을 수 있게 된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잦은 감탄사에 질겁하게 되면서 이런 흐름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라드는 오늘날의 이런 감탄사에 대한 편견은 그 연설 자체에 대한 평가의 관점이 아닌 “발표자가 자기 자신과 그의 발표에 대해 얼마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애초에 발표자를 비판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의 감탄사를 더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대중 앞에서의 연설은 어떤 면에서 예술가가 자신의 기예를 보이는 것이며, 단어적 기교와 언술을 이용해 그 내용을 쉽게 전달해야 하므로 감탄사의 부재는 그 문장이 단순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감탄사를 줄이는 것은 발표자가 더 나은 연설을 하기 위해서여야 하며, 듣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컴퓨터를 이용해 목소리를 합성하는 이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자연스러운 감탄사를 넣으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이 인공지능의 감탄사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자의식에 빠진 인간은 가능한 한 이런 감탄사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반면, 자의식이라고는 없는 인공지능은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에 감탄사를 집어넣고자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가진 하나의 아이러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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