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Biz Carson)
2020년, 많은 이슈 속에서도 특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작년은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의 CEO들이 미국 의회의 반독점 청문회장에 불려 나왔고,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크게 불어나는 등 빅테크 업계에는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 테크 업계에서 중요한 인물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프로토콜은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할 2020년의 기업가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의 플랭크 슬루트만(Frank Slootman) CEO는 상장 대박을 터뜨렸고, 틱톡(TikTok)의 바네사 파파스(Vanessa Pappas) 임시 CEO는 미-중 간 정치적 갈등 속에서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mstron) CEO는 영웅과 악당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오갔습니다. 그는 인종차별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회사 내 탈정치를 선언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을 떠나보냈습니다.
2020년 화제의 기업가 17인을 소개합니다.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청문회가 개최되기 전인 지난 7월, 에픽게임즈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팀 스위니는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구글의 부당한 사업 관행을 비판했습니다. 스위니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사라져야 할 부당한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만약 애플과 구글이 자발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와 입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8월,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게임 포트나이트에 애플과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구매 기능을 도입했고, 애플과 구글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에픽게임즈의 앱을 삭제해 버렸습니다. 이에 맞서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뉴스페퍼민트 기사) 그 후 스위니 CEO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애플의 1984년 TV 광고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팀 스위니는 골리앗인 팀 쿡(Tim Cook)에 대항하는 다윗으로 불렸습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앱스토어에 맞서 에픽게임즈와 연대하는 기업이 늘어났고, 스위니 CEO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임원 출신인 케빈 메이어(Kevin Mayer)는 틱톡 CEO로 취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미-중 간 정치적 갈등 속에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틱톡의 임원이던 바네사 파파스가 정치적 풍랑을 넘을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틱톡의 미국 사업 총괄 책임자였던 파파스는 2년 전 유튜브에서 틱톡으로 합류했습니다. 파파스 임시 CEO는 유튜브에서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이 자체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게 만들면서, 유튜브가 대중적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틱톡은 미국 사업 책임자로 파파스를 영입했고, 곧 뉴질랜드와 호주까지 관리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파파스는 미-중 갈등 가운데 글로벌 사업 전체를 총괄하게 됐습니다.
파파스는 틱톡이 미-중 갈등의 정치적 볼모가 된 상황에서 임시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파파스 CEO는 틱톡의 창작자들과 유저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플랫폼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이 틱톡의 빈자리를 노리고 동영상 서비스인 릴(Reel)을 출시하며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파파스 CEO가 어려움을 잘 헤쳐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틱톡은 휘핑 커피, 블라인딩 라이츠 댄스 챌린지에 이르기까지 2020년 유행을 선도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2020년 가장 대단한 기업은 줌이었습니다. 팬데믹 이전까지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중 하나였던 줌(Zoom)은 일약 팬데믹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10여 년간 더 나은 비디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줌의 CEO 에릭 위안은 회사의 명성에 비해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인물입니다. 위안 CEO는 전 직장이었던 시스코(Cisco)에 도전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구글을 비롯한 거인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마침내 위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줌의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줌은 신뢰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성장 과정이 항상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사이버 보안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는 화상회의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중국에 거주하는 줌의 전 직원을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줌의 이익은 전년 대비 367% 급증했고, 위안 CEO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에 뽑혔습니다. 위안 CEO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가 2020년 사업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소비자 서비스나 초중등학교 수업에 줌을 활용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사람이 줌을 알게 됐습니다.
많은 기업이 2020년 여름을 지나며 인종차별 관행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라샤드 로빈슨의 컬러오브체인지가 있었습니다. 컬러오브체인지는 지난 수년간 테크 기업과 펩시, 코카콜라 등 대기업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비판해 왔습니다. 2014년에는 트위터가 다양성 통계를 발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에어비앤비(Airbnb) 숙박 서비스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비판하는 #AirbnbWhileBlack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대표에게 차별을 시정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결국 에어비앤비는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인권 감사를 의뢰했습니다.
2020년에도 컬러오브체인지와 로빈슨 CEO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습니다. 한 예로 지난 7월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운동을 위한 시민단체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의 직장 내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COO((최고운영책임자)와 진행했던 논의는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실망만을 남겼습니다. 물론 성공한 때도 많습니다. 화상회의 기업인 줌이 다양성 책임자를 두도록 설득했고, 최근에는 구글이 극우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서버 운영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했습니다.
로빈슨 회장은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당신이 차별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2020년 금융 시장의 화두는 스팩이었고,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그 중심에 선 인물이었습니다. 소셜캐피털의 창업자인 팔리하피티야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소셜캐피털의 투자 전략을 바꿨습니다. 벤처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에, 비상장 기업을 인수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인 스팩을 설립한 것이죠. 스팩을 상장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비상장 회사를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겁니다. 그는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을 성공적으로 합병하며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그 후 부동산 플랫폼인 오픈도어(Opendoor)를 같은 방식으로 상장시켰습니다.
한편 팔리하피티야 대표는 자신의 견해를 숨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뻔뻔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태도와 자신이 속한 투자 업계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유명하죠. 특히 이번 팬데믹 사태 초기에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헤지펀드를 구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억만장자와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 헤지펀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왜 도와줘야 하죠? 그냥 망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지난 5월, 스페이스X는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 기업이 된 것이죠. 이 성과는 일론 머스크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2002년 스페이스X에 합류한 그윈 숏웰은 현재 460억 달러(50조 원)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의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2020년은 스페이스X와 숏웰 사장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국방성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따냈고,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의 속도를 두 배로 높였습니다. 비록 화성 이주용 우주선인 스타쉽(Starship)이 시험비행 착륙 과정에서 폭발했지만, 최고 고도에 도달하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을 실은 팰컨9(Falcon9)의 발사는 미국 우주 비행 역사와 스페이스X, 숏웰 사장에게 영광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숏웰 사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프랭크 슬루트만은 이미 오래전부터 뛰어난 CEO로 이름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스노우플레이크의 IPO(기업공개)에 성공하면서 상장 3관왕에 올랐습니다. 데이터도메인(Data Domain)과 서비스나우(Service Now)가 성공적으로 상장한 데 이어, 클라우드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는 이번 IPO에서 소프트웨어 업체 중 역대 최고인 34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러나 스노우플레이크의 상장에 관심이 쏠리면서, 상장 직후 시초 거래가가 공모가 대비 2배가 넘는 245달러까지 폭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책정된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논란을 불러왔죠. 슬루트만 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공모가를 높여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비판은 헛소리입니다. 물론 약간 더 높게 책정할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공모가를 245달러까지 높였다면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죠.” 스노우플레이크의 주가 폭등으로 슬루트만 대표도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스톡옵션 덕분에 월평균 9,500만 달러(1,000억 원) 수준의 보수를 받게 됐습니다. 이는 테크 기업 CEO 중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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