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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접촉의 중요성(2/2)

(Laura Crucianelli,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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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사회적, 감정적 촉감의 인식을 위해 일반적인 촉감과 다른 특별한 인식경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경로를 통해 우리는 애정이 담긴 접촉을 인식한 후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는 부위인 뇌섬엽(insula)에 이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애정이 담긴 접촉 또한 아기의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한 한 연구는, 아기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을때 아기들이 사람의 얼굴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곧, 느리고 애정이 담긴 촉감은 얼굴과 같은 사회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신체적 접촉은 양 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합니다. 최근 우리는 12개월 된 유아는 어머니의 신체적 접촉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 실험이 모자간의 신체적 접촉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때문에 그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접촉 방식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두 사람이 신체적 접촉의 형태로 서로의 필요를 전달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덜 관심을 보이는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다소 거칠거나 제한적인 신체적 접촉을 하였고, 아이들은 이에 대응하듯 어머니에게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곧, 신체적 접촉이 하나의 언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마치 언어를 배우듯 사랑하는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신체의 언어를 배우는 것입니다. 또, 매일매일 이 접촉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자신이 두려운지, 행복한지, 사랑에 빠졌는지, 슬픈지, 그리고 성적으로 흥분했는지를 상대에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상대가 사용하는 신체적 접촉을 통해 그가 어떤 의도와 감정을 가졌는지를 매우 잘 읽어냅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실험실로 초청해 실험자가 신체적 접촉을 통해 어떤 감정과 의도를 전달하려 했는지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이 접촉은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혹은 연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리게, 또는 모르는 이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거칠게 주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느린, 애정을 담은 접촉에서 사랑을 읽은 반면, 빠른 접촉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뇌 섬엽에 손상을 입은 이들은 접촉의 의미를 잘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피부에서 뇌로 이어지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신체적 접촉에는 의사소통의 용도 외에도 권력 관계를 설정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서구의 전문직 사람들은 종종 첫 만남에서 악수를 할 때 손에 일정한 힘을 줍니다. 이 악수는 자신감과 자신의 능력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길 정도로 이 사람을 신뢰하는 걸까?” “이 사람에게 우리 애를 맡길 수 있을까?” 악수를 강하게 하는 것이 면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악수가 상대와 신체적으로 만나는 첫 순간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악수는 또한 동의, 계약, 서명의 역할을 합니다. 신체적 접촉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험과 취약성이 바로 이런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는 기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악수는 두 사람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이야기됩니다.

이 신체 접촉의 언어는 일생동안 우리가 자신의 몸과 자신을 연결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심리적 안정감에도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일련의 연구를 통해 거식증에 걸린 이들이 애정을 담은 신체적 접촉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거식증이란 섭식 장애의 하나로 자신의 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그 결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회피하는는 증상을 말합니다. 우리는 거식증 환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이 질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두 건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거식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팔에 부드러운 솔로 자극이 주어졌을때 정상인에 비해 즐거움을 덜 느낀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거식증에서 회복된 이들도 여전히 신체적 접촉에서 일반인에 비해 즐거움을 덜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체적 접촉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특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보다 타고난 특징이며 이 특징이 거식증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외에도, 신체적 접촉과 정신 건강의 관계를 보여주는 수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곧, 인간은 행복을 위해 접촉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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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신체적 접촉이 금기가 된 이 시기가 인간의 접촉 본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사실 오늘날은 그 어느때 보다도 인간에게 타인과의 접촉이 더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회적 접촉에 대한 모든 연구결과는 인간이 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때로 신체적 접촉이 위험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전적으로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신체적 접촉이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공포, 감염에 대한 공포, 신체적 접촉에 대한 공포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친구들과의 포옹이나 악수, 등을 토닥이는 행동 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우리 피부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가장 하고 싶은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신체적 접촉의 중요성은 우리의 표현 속에도 들어 있습니다. 계속 연락을 취하자(keep in touch)는 말과 당신의 친절에 감동받았다는(touched by your kind gesture) 말에도 접촉을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어떤 이들은 기술이 타인과의 새로운 물리적 접촉 방식, 곧 담요를 껴안거나, 화면에 키스를 하거나, 전자기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등의 행동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런던 대학은 ‘좋아요’나 소셜 네트워에서 감정적 표현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으로 질감이나 물질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촉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자기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내게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고 싶을때 내가 가진 기기가 따듯하고 부드러워지며, 반대로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할 때는 차갑고 거칠어지는 그런 기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기기는 매우 다양한 용도를 가질 것입니다. 신체적 접촉이 부족한 노인들, 혼자 사는 이들, 그리고 고아원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15%에 이르며, 고독사의 비율 또한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촉감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기는 진짜 접촉을 대체하기 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입니다. 누군가와의 육체적 접촉을 통한 친밀감은 후각이나 청각, 상대의 체온 등 다른 감각과 함께 자극되는 것으로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자극입니다. 신체적 접촉은 바로 여기, 바로 옆을 의미하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함께 가까이 있다’를 말해줍니다. 오늘날 촉감 외의 다른 감각은 쉽게 디지털화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보기위해서는 줌을 키면 됩니다. 하지만 신체적 접촉은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설사 촉감이 디지털화 되더라도, 이 공간과 시간의 감각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디지털화된 촉감은 진짜 포옹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디지털 애무 기기를 잠깐 끌 때 ‘누군가와 함께 있는 느낌’은 바로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신체적 접촉의 르네상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바보같은 일일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적 실험 결과들도 이런 내 생각을 지지합니다. 신체 접촉을 잃을 경우 인간은 커다란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섬세한 언어인 동시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지금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원래 가지고 있던 것 까지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체적 접촉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사실입니다. 서로 껴안는 것 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과학자이자 인류의 일원으로써, 나는 접촉의 권리를 주장하며 누구도 접촉에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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