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22일 밤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마지막 TV 토론에서 사회자가 준비한 여섯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로 ‘북한’이 나왔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NBC의 크리스틴 웰커(Kristen Welker) 기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중국 정책에 관한 질문을 한 뒤 북한을 주제로 꺼냈습니다. (위의 유튜브 영상 기준 1:03:15부터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세 번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평가, 두 후보의 대북 정책과 북한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약 3분 45초간 이어진 대화를 옮겼습니다. 토론 중에, 또 토론 이후 나온 주요 언론의 팩트체크를 추가했습니다.
사회자: 자, 이제 북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임기 중에 세 차례 만나셨습니다. 김 위원장과 “아름다운 서신을 교환했다”고 말도 하셨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쟁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도발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없었다는 점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계시죠. 그러나 북한은 최근 역사상 가장 사거리가 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공개했고, 계속해서 핵 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보시기에 북한이 미국과 한 약속을 어긴 거라고 보시나요? 30초 안에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도 해야 하니까요.
트럼프: 제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 그러니까 물러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인수인계 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좋은 이야기를 나눴죠. 원래는 15분 정도 이야기하기로 돼 있었는데, 한 시간이 훌쩍 넘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했느냐, 지금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북한 문제라고 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지금 전쟁이라면 어떤 모습이겠어요? 핵전쟁이 되겠죠. 북한은 핵무기도 이미 가지고 있잖아요.
자, 그런데 지난 4년간 어땠습니까? 저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죠. 아마 그도 저랑 다른 사람이지만, 이 관계를 좋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치르기는커녕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한 두 달 전이었나요? 북한이 국지적인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뭐라고 했느냐, 내가 아는데 북한은 안 그럴 거다, 김정은 위원장은 안 그럴 거라고 했어요. 어땠어요? 아무 일도 없었죠. 전쟁이 벌어진다면 정말 끔찍해요. 서울이 고작 40km 떨어져있단 말예요. 거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느냐, 3200만 명이 살아요. 그런데 전쟁이 나면 수백만 명이 벌써 죽었을 겁니다. 그걸 누가 막았다? 제가 그런 일이 안 나게 관리를 잘 한 거예요.
사회자: 네, 30초가 지났으니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번에는 바이든 부통령님께 묻겠습니다. 오바마 정권 8년간 북한은 네 차례나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후보께서 이렇게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는 북한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유권자들이 믿어야 하는 근거가 있다면요?
바이든: 북한을 상대할 때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합니다. 저는 지난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을 대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렇고 늘 중국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그때도 중국은 미국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어요. 왜 미사일 방어체계(MD)를 중국의 코앞까지 확대하느냐, 왜 미군을 이용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느냐, 왜 계속 한국군과 군사 훈련을 확대하느냐 우려하면서 불만을 표했죠. 그때 저는 중국에 분명히 말했습니다. 북한이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을 견제하고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은 계속해서 그렇게 할 거라고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해 미국과 우방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중국에도 우리의 이런 전략과 계획을 이해한다면 함께 협력해 북한을 관리하자,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했습니까? 북한이란 나라를 합법적인 정권으로 인정해줬어요. 폭력배(thug)나 다름없는 북한의 독재자를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웠죠. 그러면서 미국이 이득을 봤다고요? 북한은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미사일의 성능을 훨씬 더 높여 이제 미국 본토에도 쉽게 닿을 전력을 구축했는데요?
사회자: 부통령께 추가로 여쭙겠습니다. 앞서 부통령님은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하셨었죠. 반대로 어떤 조건이 만족된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그 조건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바이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에겐 중요한 목표입니다.
사회자: 미국의 가족들이 겪는 문제로 넘어가보겠습니..
트럼프: 사회자님, 민주당쪽 사람들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어했어요.
사회자: 짧게 말씀해주세요.
트럼프: 오바마 행정부도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했다고요. 그런데 김 위원장이 안 만났죠. 왜? 오바마를 싫어하거든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만날 이유가 없잖아요.
사회자: 그 말씀을 해주셨으니 바이든 후보께도 그에 대해 답변할 기회를 드려야겠네요.
트럼프: 그러세요. 어쨌든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거. 하지만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었다는 거.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곤 하는데요,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좋은 일 아닙니까?
사회자: 대통령님, 시간도 많이 지났고, 아직 더 여쭙고 이야기해봐야 할 질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트럼프: 네네, 아무튼 다른 나라랑 잘 지내는 걸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바이든: 갑자기 지난 역사가 떠오르네요. 미국과 우방국들은 히틀러의 독일과 친선 관계를 꽤 잘 유지했어요. 히틀러가 유럽을 침공하고 야욕을 드러내며 전쟁을 일으키기 전까지요. 억지를 부릴 게 따로 있지, 적당히 합시다. 김정은이 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을까요? 간단해요. 오바마 행정부는 비핵화 의지가 없는 한 북한과 만나지 않겠다는 원칙을 시종일관 유지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북한을 아무런 이유 없이 정상국가로 인정해줄 생각이 없고, 계속해서 가능한 한 최대한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김정은은 (미국) 민주당을 만날 엄두를 못 낸 겁니다.
사회자: 네, 그럼 다음 주제로…
트럼프: 그런데 그거 아세요? 말은 저렇게 해도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지 않았다는 거.
사회자: 대통령님, 이제 미국 가족에 관해…
트럼프: 잠깐만요. 그러니까 오바마 행정부가 남긴 것 가운데 가장 구제불능 상태였던 게 북한 문제였어요. 대북 정책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도 안 날 정도였다고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취임하고 첫 두세 달은 오바마가 남긴 불안 요소 여러 가지가 그대로 있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대단히 위험했던 시기였어요. 다행히 저희 행정부가 잘 수습했지만요. 그러니까 오바마 행정부가 다음 정권에 떠넘기고 간 여러 문제 가운데 가장 답이 없는 문제가 북한 문제였다는 거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LA타임스는 토론 이후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늘 바이든 후보가 이야기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제재의 수위를 계속 높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양국 사이에 정상회담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올 일도 없었다는 겁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주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근거를 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 주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세 번째로 만나고 온 뒤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도 했던 주장입니다. 이미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이나 대아시아 외교 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들, 전문가들이 언론에 나와 오바마 행정부가 김 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말 자체가 금시초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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