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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트럼프를 싫어하는 공화당 의원들, 선택의 기로에 놓이다

(애틀란틱, EDWARD-ISAAC DOV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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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기자라면 누구든 공화당 소속 의원이 “오프 더 레코드”라면서 목소리를 낮추고 사실은 자신이 얼마나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 바로 그 사람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거나, 의미있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회피하는 모습 역시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비공식적으로 당신에게 불만을 표했던 바로 그 사안에 대해서, 때로는 하루 안에, 아니 몇 분 안에 손바닥 뒤집듯 다른 말을 하는 장면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를 둘러싼 전쟁은 이 “속삭이는 공화당원들”에게 또 한 번의 중요한 기점이 될 예정입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에 회의적이었던 보수주의자들도 “대법원의 보수화”라는 당면 과제를 위해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바이든에게 회의적인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온라인에서만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이 쏟아졌죠. 하지만 트럼프 역시 이 상황을 활용하려 들 것입니다. 자신의 코로나 대응 실패에서, 낙태권과 같은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유권자들의 초점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죠.

비밀스러운 변절자 공화당 의원들의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동시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선거가 있는 해에 대법관을 임명하지 않기 위해 2016년에 고안해 낸 규정을 어기느냐, 아니면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대통령은 물론 컬트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지층을 적으로 돌리고 동시에 한 세대 만에 찾아온 상원 과반 가능성을 내다 버리느냐 입니다.

매코널에게 이 문제는 “원칙 대 권력”의 문제입니다. 황금률은 “금을 가진자가 규칙을 만든다”죠. 오는 11월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트럼프주의”가 당내 압도적인 흐름이 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야심찬 차세대 공화당원들, 이들의 존재는 현실입니다.

트럼프를 싫어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설 공화당원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올 초 트럼프에 맞서 짧은 경선 경쟁에 나섰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 일리노이주의 전 하원의원 조 월시는 “섣불리 나섰다가는 ‘이 나라를 분열로 망하게 할 셈이냐’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물으면 53명 중 40명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떨어지기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긴즈버그의 사망에 대해서는 “어떤 공화당원도 지금 이 공석 사태를 원치 않았다”며, “이건 공화당원들에게 정치적인 죽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최근 트윗을 보지 못했다”며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부스트”를 제공할지 말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대통령 편인지, 아닌지를 그 어느 때보다 드러내야 하는 시점인 겁니다.

긴즈버그의 사망 몇 시간 전, 알래스카주 공화당 상원의원 리사 머코우스키는 “대선을 50일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표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공화당 상원의원 단 세 명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말을 얼버무리기로 유명하지만, 트럼프의 대법관 픽 두 사람에게는 찬성표를 던졌던 메인 주 상원의원 수전 콜린스는 오는 11월에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도 회피했습니다. 오늘은 선거 전에 대법관 후보자를 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하면서 조금 더 거리를 뒀죠. 콜로라도 주의 코리 가드너 의원은 재선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콜로라도주의 유권자 구성을 볼 때 바이든 지지자들의 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애리조나 주의 마사 맥샐리 의원의 처지도 비슷한데, 어제 이미 대법관 임명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이오와주에서 경쟁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니 언스트 의원은 7월에 공석이 발생할 경우 임명 절차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는 지난 8월, 2016년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대선이 있는 해에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조를 이룹니다. 그래슬리는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생긴 공석에 오바마 대통령이 올린 후보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버틴 매코널의 든든한 동지였습니다. 당시 메릭 갈랜드 후보가 지명된 것은 선거일로부터 무려 9개월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제 그래슬리 의원에게도 상황은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에게 상황은 좀 더 곤란합니다. 2016년에 본인이 직접 “나중에 내 말로 내 말을 반박해라, 2016년에 공화당 대통령이 재임 중이고 첫 임기 마지막 해에 대법관 공석이 발생한다면 내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다음 대통령이 대법관을 뽑게 하라’고 말했다고 하라”고 발언한 적이 있으니까요. 이 말로도 충분치 않았던지, 2018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공석이 생기고 대선 경선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다음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레이엄 의원은 경쟁자인 정치신인 제이미 해리슨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고, 당내 트럼프 비판 세력에서 트럼프의 골프 친구로 가장 급격하게 입장을 선회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트윗에서 그는 “지체 없이” 공석을 채워야 하는 공화당의 “의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저는 괴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듯한 선택을 마주했을 때 반(反) 트럼프 공화당 의원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에 대해 공화당 소속의 전 하원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보신의 명분을 갖고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레이엄은 당연히 말을 바꿀 것”이라며 “본인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재선에 도전 중인데 트럼프 지지세력의 표를 무시할 수 있겠냐, 당연히 말을 바꿀 것”이라고 장담했죠.

어쩌면 모든 것은 미트 롬니 의원의 결정에 달려있는지도 모릅니다. 롬니 의원은 트럼프가 상징하는 모든 것에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대변인은 어젯밤, 롬니가 대선 전 대법관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문”을 일축했죠. 어쩌면 민주당 소속의 마크 켈리 후보가 애리조나주 보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가 곧장 취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다툼에 이 모든 문제가 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 쯤엔 대선 개표가 몇 주째 이어지는 동안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민병대가 활개치며, 2000년 대선 때처럼 대법원이 선거 결과를 판정해줘야 하는데 그 대법원에 “타이브레이커(tiebreaker)”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2016년, 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진보 5 : 보수 4로 꾸려지는 대법원을 갖은 수를 써서 막으려 할 거라는 점을 알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갈랜드 판사를 후보로 지명하고 싸움에 뛰어들었죠. 자신들이 지금까지 지지해온, 중도 성향의 훌륭한 법관에 반대표를 던져보라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매코널에 반대할 만한 몇 안 되는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설득하려고 애를 썼죠.

당시 고뇌하던 공화당 상원의원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그도 공개적으로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요.

지난 밤 오바마는 긴즈버그를 기리는 성명 끝에 “이미 대선 투표가 시작되었으니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그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인준 청문회를 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늘 역사에 눈을 두는 제도주의자로서 오바마는 “절차 파괴자들”이 승리했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제 문제는 “궁극의 절차 파괴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또 무엇을 얻게 될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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