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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니애폴리스 사태가 미국 밖에서 일어났다면 서구 언론의 보도는 어땠을까

Karen Attiah,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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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미디어가 미니애폴리스 사태를  외국 소식처럼 보도한다면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올 것입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치하 미국에서 악화되고 있는 정치 상황 및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10만을 기록하고 있는 구 영국의 식민지는 이제 인종 관련 폭력 사태로 인해 바닥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피로감과 마비감이 전 세계의 침묵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수인종 흑인에 대한 주 법집행기관의 사법절차 없는 폭력을 담은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의 죽음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미국 북부의 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봉기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흑인 시위대를 “깡패”로 칭하며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위협했고,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흑인들이 수 십년 간 이어진 권력 남용과 불처벌에 화가 난 것은 이해합니다만, 대형마트를 습격한 것은 선을 넘은 행위입니다. 무릎을 꿇는 침묵 시위처럼 평화적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요?” 미네소타 주의 다수인종인 백인 G. 스콧 핏츠 씨의 말이다.

인종적 폭력은 수 세대에 걸쳐 미국을 좀먹어 왔으며 이 문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지도 이미 수 십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보도와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억압이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 영어에 대한 지식이라곤 한 학기 관련 강의 수강과 외국어 학습 어플 사용이 전부인 특파원 안드레야 듈릭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설명할 수 없는 증오가 인종적 갈등과 불평등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역사가 수 백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듈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우리나라에는 로마 제국의 건축물들이 남아있다. 미국 문화에서 150년된 건물은 고대 건물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대답했다.

영국은 보통 구 식민지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관심을 갖는 편이지만, 지금은 국내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영국도 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일부 영국인들은 미국의 코로나 사태 대처와 치솟는 실업률, 폭력 사태를 보면서 미국이 애초에 식민지에서 벗어나 자치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부족주의로 흐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전문가 앤드루 달시 모팅턴 씨의 해석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국 내 사망자 4만 명 가운데, 의료진 사망자의 61%가 흑인이나 중동 출신의 소수자라는 속보가 떴지만, 모팅턴 씨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제가 아까도 말했지만 미국과 같은 인종주의가 우리 영국에는 없습니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미인대회 주최측이었던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엉터리 건강 정보를 퍼트린 아프리카 출신의 독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감비아의 야히아 자메 전 대통령은 바나나와 약초 물약으로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민들에게 이 치료법을 강요해 많은 이들이 사망한 바 있다.) 트럼프는 표백제를 체내에 주입하거나 햇빛을 쬐어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라 밖으로 탈출하려는 미국인들은 국경에서 높은 벽을 실감하는 중이다. 코로나 대처 실패와 인종 갈등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타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방문객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소매업자들 사이에서는 19세기 식민지풍의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니먼 마커스 씨의 의류 매장은 뉴트럴 톤의 카키와 카고 반바지를 “모던 사파리 컬렉션”의 일환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백인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화보에는 “실용적인 디테일과 톤다운 된 색채가 클래식한 여성성을 만나다”라는 카피가 새겨져 있다. 사파리풍의 모자 ‘피스 헬멧’은 악세서리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 흑인의 망명을 받아들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수 인종 백인으로 구성된 무장 민병대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들은 노동자를 ‘인적 자본’으로 칭하는 부유층을 위해 일할 자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이로비의 인류학자 무스타파 오캉고의 설명이다. “이는 노예제가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었던 과거로의 회귀입니다. 당시 흑인 노예는 필수 노동력이었고, 인간 이하의 자원으로 취급되었죠.”

아프리카는 이상적인 망명지가 될 수도 있다. 아프리카에는 공격적인 초기 조치와 혁신적인 검진키트로 코로나 사태를 잘 막아낸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 1600만의 세네갈에서는 사망자가 41명에 그쳤다. “모두들 아프리카가 대혼란에 빠질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로서 흑인이라서 죽는게 아니라, 미국에 사는 흑인이라 죽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오캉고가 덧붙였다.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은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미국의 문제에는 미국식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풀뿌리 시민단체와 유명인사, 인권 활동가, 학생들까지 나서 미국의 처참한 상황에 대해 알리고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에볼라 사태를 겪은 라이베리아의 청소년 활동가 샬럿 존슨은 “코로나 검사도 해주지 않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돈도 주지 못하는 정부라니, 미국인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사망자가 10만 명이나 나왔고 도시들이 불타고 있는데 추모의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요? 사람 목숨이, 특히 흑인들 목숨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실패한 국가에 살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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