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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동문 특혜를 없앴는가

내가 캐나다에서 가장 훌륭한 법대인 토론토 법대 학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동문들은 종종 내게 자신들의 자녀가 대학에 지원할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내 대답은 한결 같았죠. “전혀 없습니다.” 10년 전, 존스홉킨스에 총장으로 부임한 나는 신입생 여덟 명 중 한 명이 동문의 가족 혹은 친척이라는 이유로 입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존스홉킨스의 동문들에게도 내가 토론토 대학에 있을 때와 똑같은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레거시(Legacy)라 불리는, 졸업생의 가족에게 입학시 특혜를 주는 이 제도는 캐나다인인 저에게 매우 이상하게 들립니다. 유럽인들에게도 분명 그럴 겁니다. 나는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이 개인의 출신에 특혜를 주는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히 미국이 능력주의와 평등한 세상을 늘 외치는 사회라는 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면 매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동문 특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1997년 이루어진 한 연구는 상위권 대학의 동문 특혜가 SAT 점수 160점의 가치에 달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2007년 미국 상위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같은 조건에서 동문의 가족인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합격 가능성이 3배 높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학교들의 동문이라는 말은 곧 이들이 부유한 백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따라서 동문 특혜는 사실상 중산층 혹은 저소득층의 뛰어난 학생들, 그리고 흑인, 라틴계, 미국 원주민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은 미국 사회의 계층 이동을 담보한 가장 중요한 제도였습니다. 공공 주립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 제대 군인을 위한 사회적응지원 법안(GI Bill), 고등교육법, 그리고 대학의 자체 장학금은 모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 계층 출신인 학생들이 고등 교육과 그에 따른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경제학자 라즈 체티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정의 아이가 대학 학위를 가지지 못할 경우, 소득 상위 20%에 들어갈 가능성은 5%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할 경우 그 확률은 60%로 올라갑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란 충분한 열정과 재능을 지닌 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출생 환경이 가하는 속박을 벗어나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그 구성원에게 약속한 사회입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이러한 약속에 대해 점점 더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정부와 여러 제도들 또한 상류층의 편에 서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이 부유한 학생들을 입학시켜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동문 특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믿음을 가속화할 뿐입니다.

동문 특혜는 필수적인 것이 아닙니다. MIT나 칼텍과 같은 훌륭한 학교는 처음부터 동문 특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은 1990년대에 이 제도를 버렸습니다. 우리 존스홉킨스 또한 2014년 이들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제도를 바꾸었고, 그 결과를 계속 관찰했습니다.

물론 동문 특혜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제도가 대학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여러 세대 동안 유지 결속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존스홉킨스와 같은 대학은 동문회의 헌신적인 조언과 지지,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또한, 우리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학교에 큰 애착을 느끼며 자신의 아이들을 다시 우리 대학에 입학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큰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입학 서류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며, 대부분의 이들 자녀들은 매우 뛰어난 학생들입니다.

그러나 입학 사정에 있어, 단지 그들의 부모가 누구인지를 두고 어떤 혜택을 주는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큰 비용을 요구합니다. 바로 모든 출신 배경에 대해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들이 사회적 계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하는 대학의 본분이 훼손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부임한 해, 존스홉킨스의 신입생 중에는 동문 특혜로 입학한 학생들이 12.5%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9%보다 더 많았습니다. 이제 그 숫자는 역전되었습니다. 올해 신입생 중 가족 중 졸업생을 가진 이는 3.5%에 불과한 반면, 저소득층 학생은 19.1%에 달합니다. 우리는 이 저소득층 학생의 비율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동문특혜 제도의 폐지는 재능있는 모든 학생들이 학비의 부담 없이 인생의 성공을 위해 나아가게 만들겠다는 존스홉킨스의 노력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 제도의 폐지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극화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이 진정으로 자신들이 민주사회에 약속한 사회 계층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Ronald J. Daniels,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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