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는 “음악 교육은 지능을 높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토론토대학 미시사가 캠퍼스의 심리학자인 글렌 쉴렌버그는 144명의 아동을 임의로 네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1년 동안 키보드를 가르쳤고, 다른 그룹은 노래 연습을, 다른 그룹은 연기를, 그리고 나머지 그룹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네 그룹 중 음악을 배우지 않은 두 그룹은 1년 동안 지능지수가 평균 4.3점 오른 반면, 음악을 배운 두 그룹은 평균 7점이 올랐습니다.
쉴렌버그는 애초에 음악 교육이 아동의 추론 능력과 수리, 언어 능력을 높여준다는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똑똑하다면, 이는 그들이 피아노를 배우면서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다른 일에도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곧,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4년의 연구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입니다. 자신 또한 열정적인 음악가였던 쉴렌버그는 음악이 다른 지능의 향상에 기여한다는 결과를 보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13년, 영국의 교육기부재단(EEF)은 900명을 대상으로 더 큰 규모의 연구를 지원했고, 이들은 쉴렌버그와 달리 음악 교육이 수리와 언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쉴렌버그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중 이 연구 결과를 들었습니다. 최근 그는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의 학자들이 음악과 지능에 관해 그가 생각하기에 잘못된, 적어도 성급한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다른 학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를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음악 교육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보통 쉴렌버그가 2004년 했던 것처럼 아이들을 임의로 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을 시킨 뒤 그 효과를 보는 방식을 취합니다. 어떤 그룹의 아이는 몇 년 동안 피아노 교육을 받는 반면, 다른 그룹의 아이는 음악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과학 연구라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실험은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이미 음악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감안해 결과를 보정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 방식은 상관관계만을 찾을 수 있을 뿐 인과관계를 보이지는 못합니다.
쉴렌버그는 이번 연구에서 두 명의 조교에게 음악교육의 효과에 대한 상관관계를 살핀 연구들을 찾게 했습니다. 그들은 2000년 이후 114편의 연구를 찾았고, 그들의 제목과 초록에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단어인 “향상시키다”, “증진시키다”, “촉진시키다”, “강화하다”와 같은 단어가 사용되었는지를 보았습니다. 자기공명영상이나 뇌파를 측정한 연구와 저널의 제목에 “뇌”, “뇌과학” 등의 단어가 있을 경우 뇌과학 연구로 분류했고, 나머지 연구들은 심리학 연구로 분류했습니다. 쉴렌버그는 조교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증명하려는 생각인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쉴렌버그는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연구가 음악 교육이 인과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특히 뇌과학 분야에서 과장이 더 심각하며, 연구 중 4분의 3이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더 놀라운 일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최근 심리학 분야 연구의 재연 실패 때문에 심리학은 “진짜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을 종종 듣습니다. 반면, 뇌과학은 뇌영상과 EEG 등의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심리학과 같은 비판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플루트 수업을 듣는다고 미분방정식을 더 잘 풀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뇌과학자인 러츠 양케는 쉴렌버그의 이번 연구에 호의를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비판은 정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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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가 쉴렌버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뇌과학자는 글렌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뇌과학자이며 음악과 뇌의 과학의 책임자인 로버트 자토르는 이메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논문에 인과관계와 관련된 용어가 등장하는 것과 저자가 그 용어를 어떤 의미로 썼는지를 추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편 저자들은 논문의 제목이나 초록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지만 본문에는 더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쉴렌버그는 이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제목과 초록을 먼저 읽으며 때로는 아예 본문을 읽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자토르는 쉴렌버그의 관점이 마치 기후 변화가 “전적으로 상관관계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기후를 바꾸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관점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음악의 전이효과에 대해 과학자들은 종종 뇌가 그 사용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뇌가소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의 경우 왼손 손가락을 미세조정하는 뇌의 운동 영역이 커지는 것을 보인 다수의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음악 교육이 배경잡음에서 목소리를 걸러내거나 ‘b’와 ‘g’ 자음을 구분하는 것과 같은 특정한 청음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쉴렌버그는 뇌가소성이 이 문제의 답이라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는 5월에 발표한 논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뇌가소성은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그는 연습이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뇌의 다른 영역, 예를 들어 공간 추론이나 수리 능력에도 영향을 주리라는 것에는 의문을 표합니다.
양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연구들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양케는 쉴렌버그와 비슷하게 음악 교육의 효과를 연구했고, 이 효과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긴 시간 동안 피험자들을 지켜보는 종단연구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곧,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받지 않은 아이들을, 설사 이들에게 완전하게 임의로 교육 여부를 할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주 긴 시간을 지켜봄으로써 각 그룹의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단연구를 시작한 이들도 있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의 피터 슈나이더는 이미 10년 째 아이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독일 루르 지방에서 정부 지원에 기반한 “모은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를(Jedem Kind ein Instrument)”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슈나이더는 이들 중, 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자발적으로 악기를 훈련한 아이들은 청력 외에도 집중력과 같은 일반적인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이런 집중력의 향상이 일반적인 과외활동에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 아니라 음악 자체의 효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USC의 심리학교수인 아쌀 하비비는 LA 저소득층 아동들에 대한 5년 기한의 종단연구를 수행중입니다. 이 연구에서 아이들은 방과후 음악 수업을 받는 그룹과 방과후 운동 수업을 받는 그룹, 그리고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는 그룹으로 나뉩니다.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하비비와 그의 동료들은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뇌에 국소적으로, 그리고 다른 뇌 영역을 연결하는 부위에 모두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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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음악교육의 효과를 증명하는 강력한 근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비비의 연구에서도 아이들은 임의로 선택된 것이 아닙니다. 음악에 호감을 느낀 아이들은 애초에 무언가 뇌에 다른 부분이 있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섯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연습을 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그 경험이 오늘날의 나를 만드는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쉴렌버그는 말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경험이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변화를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 부분에 확신을 가지기 힘듭니다.”
그는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아니면 인내력이 더 뛰어났을 수도 있지요.
“뇌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격? 그건 우리 영역이 아니지.’” 하지만 쉴렌버그는 뇌를 연구하면서 성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무릎을 연구하는게 아니잖아요?” 일반적으로 두 그룹의 사람들을 비교할 때 연구자들은 초기의 차이를 보정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재능이나 인내력 같은 능력은 보정이 어렵습니다.
쉴렌버그와 같은 음악 연구자와 음악가 자신들은 쉴렌버그가 논문에 쓴 것처럼 “음악 교육(과 다른 즐거운 활동들)이 뇌에 인지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는 자신도 아이가 있다면 음악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음악 교육이 더 현명한 사람을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또한 이러한 생각이 적어도 과학적인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생각은 그저 종교가 될 뿐입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믿음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언다크, Christoph Droes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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