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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폭력에 맞서는 아시아 각국의 여성들

지난 달, 네팔에서는 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네팔의 국회의장인 크리슈나 바하두르 마하라가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고 여성은 협박과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남아시아에서는 전형적인 사건의 전개였죠. 남성, 특히 권력을 가진 남성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UN과 현지 외국 대사관들은 네팔 정부에 여성 대상 폭력에 조취를 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며칠 후 사임한 마하라 의장은 이번 주에 경찰에 체포되었죠.

이번 사건으로 이 지역 여성들이 처해있는 비참한 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될 계기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들이 사회 활동에 별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 흔한 일이니까요. 작년에 인도에서는 의회 및 지방 의회 의원 48명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 혐의를 받거나 기소를 당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여성이 이끌고 있는 당 소속 의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남아시아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선별적 낙태라는 형태로 뱃속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태어난 여성의 운명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섯살 전에 사망하거나, 학교에서 중퇴할 확률이 남성에 비해 높죠.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거나, 배우자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도 많습니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인도에서 지참금 관련 다툼으로 사망한 여성은 4만 명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카슈미르 분쟁, 북동부 반란, 공산주의 무장 게릴라 운동으로 발생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더 많죠.

법과 사회 인식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충분치 않습니다. 2012년 델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집단 강간, 살인 사건은 인도 중산층을 큰 충격에 빠뜨렸지만, 시골에서 일어나는 성폭행 사건들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은 신고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통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살면서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이 세 명 중 두 명 꼴이라는 것이죠.

차별도 만연합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음란 녹음물을 만들어 품위를 떨어뜨린 죄로 전직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여성은 상사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성적 언행을 일삼자, 이를 증명하기 위해 상사의 말을 녹음했을 뿐이었죠. 그녀는 대통령 사면으로 방면될 때까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성 경찰, 군인 지망생들이 자신의 처녀성을 “증명”하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신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배우자 학대는 흔한 일이지만, 탈출은 쉽지 않습니다. 가정 폭력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조차 국가의 괴롭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캄보디아에서는 TV 드라마의 3분의 1이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적, 감정적 학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빈국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의 케이팝 산업은 여성들에 대한 일련의 약물 투여와 강간 사건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에서는 매년 수천개의 몰카가 적발되지만, 누군가가 처벌받는 일은 거의 없죠. 최근에는 종합병원에서 일하던 여성이 탈의실에서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널리 퍼지자 자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들어 아동 성범죄를 포함해 성범죄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제서야 신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시아의 여성들은 목소리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미투 운동과 같은 형태의 움직임이 의류 공장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신고할 것을 설득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지만요.) 지난 1월, 파키스탄에서는 변호사들이 “더는 참지 않겠다(Ab Aur Nahin, “Time’s Up”)”는 이름의 온라인 포털을 만들고 성추행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법률 서비스 제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여성들이 강간과 추행을 자주 농담의 소재로 삼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소셜미디어와 거리에서 불만을 표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이 독재자에게 맞서는 일 자체가 드문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여성들이 정부와 재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권력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시에 “탈코르셋 운동”을 통해 직장에서 여성에게만 화장을 의무화하고, 때로는 안경 착용조차 금지하는 관행 등으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엄격한 미의 기준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러한 운동이 남성에 대한 억압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여성들에게 평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안전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 투쟁인지를 드러내는 사례일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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