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종이 용기에 담긴 밥은 생각만 해도 싫은 사람, 카레를 배달하는 퀵배달 자전거에 치여 죽을까 걱정인 사람, 집밥의 종말이 문화적 퇴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짓체 그로언(Jitse Groen)을 보면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000년 대학 기숙사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테이크어웨이닷컴(Takeaway.com)을 창업한 41세의 네덜란드인은 흔히 떠오르는 테크 억만장자의 전형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벤처 캐피털에 대해서 부정적이며, 상대적으로 겸손한 여섯 자리 연봉을 벌어들이면서, 가끔 직접 자전거를 타고 배달에 나서기도 하니까요. 유일하게 즐기는 사치품은 이태리제 정장 정도입니다. 그런 그가 왜 규모는 있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저스트잇(Just Eat)의 주식을 100억 달러 어치나 사들이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답은 음식 배달 대행 업계의 부두(voodoo) 경제학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오늘날 음식 배달 대행업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로 아마존,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같은 대기업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식당과 요리사, 배달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거액을 잃지만, 지난 5년 동안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액이 몰린 분야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투자액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로언은 이 흑마술을 주창한 인물이지만, 적극적인 옹호자는 아닙니다. 네덜란드 밖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려던 중에는 독일에서 사업을 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100배 더 들었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죠. 저스트잇과의 거래는 합병만이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음식 배달 대행업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럭저럭 수익을 내고 있는 베테랑들과 그렇지 못한 신규 업체들이죠. 21세기 초반에 출범한 선발주자로는 미국의 그럽허브(Grubhub)와 유럽의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가 있습니다. 세 업체의 시가총액은 약 180억 달러 가량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에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식당에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처럼 비교적 단순한 사업 모델로 수년째 이익을 보고 있죠.
후발 업체들의 출범으로 업계는 푸드파이트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중국의 메이퇀(Meituan),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 우버이츠(Uber Eats), 알리바바 소유의 어러머(Ele.me),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도어대쉬(DoorDash), 런던 소재의 딜리버루(Deliveroo)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대부분은 배달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계산서의 금액을 배달원, 식당과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배달 음식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지만, 마진은 줄어들었습니다.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후발 주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지원금을 마구 제공했고, 이로 인해 선발 주자들은 큰 비용을 들여 광고와 배달 네트워크를 늘리며 방어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주 그럽허브와 저스트잇은 줄어든 순이익을 발표했고, 테이크어웨이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입니다.
배달 대행업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는 잠재적인 시장의 크기입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요식업체의 3분의 1이 배달,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로 운영되며 그 규모는 2023년에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기업들이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죠. 이들의 사업 모델은 혼자, 또는 주거 공간을 타인과 공유해 살아가며 요리할 시간도, 의지도 별로 없는 2,30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합니다.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음식 배달이 편하니 부엌이 없는 방을 빌리겠다고 답한 사람이 3분의 1에 달한 설문 조사도 있었습니다. 음식 배달업은 우버, 리프트, 디디와 같은 신종 여객업과 함께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시대정신과도 잘 맞아 떨어집니다.
하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음식 배달 대행이 과연 모두에게 수입원이 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실제로 이 사업에 개입된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배달 음식마다 조리 시간도 차이가 나고, 식당들은 배달 고객 뿐 아니라 방문 고객도 응대해야 합니다. 또한 식당, 배달 업체, 배달원이 계산서를 나눠 가져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음식 배달은 원래부터 그다지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식당들이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특히 문제입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인기 브랜드들은 이미 보유한 고객에 대한 접근권을 빌미로 수수료를 유리하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우버도 대규모 프랜차이즈 식당들에 대해서는 우버이츠의 서비스료를 깎아줄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죠.
더 큰 문제는 성장 가능성이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 때문에 실제 수요를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 배달료와 서비스료를 인상하게 되면, 고객들이 그 가격에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을 수도 있죠. 동시에 현재와 같은 보조금 체제는 라이벌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인센티브 구조를 왜곡합니다. 딜리버루 주식을 매입한 아마존 같은 거인이 시장에 진출하면 소모전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중국판인 알리바바는 어러머를 일종의 미끼 상품처럼 활용하고 있죠.
배달 대행 업계에도 대책은 있습니다. 하나는 서비스를 다각화해, 음식 뿐 아니라 장보기, 꽃, 주류, 나아가 사람까지 배달하는 것이죠. 식당에 재료를 공급해 배달 음식의 단가를 낮추거나, 배달 음식만을 만드는 “고스트 키친”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승자독식의 시장에서 덩치와 수익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한 합병입니다. 저스트잇을 인수하려는 그로언의 시도가 지금까지 가장 큰 움직임입니다. 가차없는 음식 배달 대행 업계에서 그 시도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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