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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동작에 의한 생각: 동작은 어떻게 생각에 영향을 미치나(Mind in Motion: How Action Shapes Thought)

우리는 특정 신체 부위가 특정 용도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리는 걷고 달리는 데, 귀는 소리를 듣는 데 사용하지요. 그럼 뇌는 어떨까요? 물론 뇌는 생각을 하는데 사용됩니다. 그외에도 여러 용도가 있지만, 적어도 생각이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각이 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21세기의 심리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은 우리가 생각을 하기 위해 뇌 이외의 신체 부위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뇌가 살아있기 위해 신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건 너무 당연하지요) 실제로 뇌와 신체가 생각을 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뜻입니다. 곧, 우리가 지적 활동은 뇌와 신체를 모두 필요로 한다는 말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명예교수인 바바라 트버스키가 낸 새 책 “동작에 의한 생각: 동작은 어떻게 생각에 영향을 미치나(Mind in Motion:How Action Shapes Thought)”는 몸과 마음이 어떻게 서로 협력해 인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정리한 책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움직임이나 공간을 이야기할 때, 지도를 사용할 때, 숫자를 이야기할 때, 그리고 제스처를 사용할 때 등의 몸과 마음의 협응을 지지하는 다양한 증거들을 이야기합니다.

트버스키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제스처에 할애하고,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제스처를 사용하니까요. 우리는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제스처를 사용합니다. 트버스키는 이 제스처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가 생각을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이런 실험을 제안합니다. “손을 허벅지 밑에 넣고 의자에 앉은 다음, 집에서 마트까지 가는 길을 설명해 보세요.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을, 회사나 학교까지 가는 길을 설명해 보세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우리는 평소처럼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녀는 이 단순한 제약이 우리로 하여금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 사실은 실제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심지어 날 때 부터 앞을 보지 못한 시각 장애자도 말을 할 때 제스처를 필요로 합니다.

지도의 경우를 봅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지도 개념을 사용할 때 한 단계 더 발전한 제스처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저 넘어”를 이야기할 때 제스처를 사용하며, 이때 마음 속으로 지도를 그려 그 곳을 가르킵니다. 즉,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작게 축소해 마음 속에 그리는 것입니다. 이 지도는 실제 세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능력은 훈련으로 발달하기도 합니다. 트버스키는 25,000 개의 거리 이름과 수천 개의 명소를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 운전사들에 대한 유명한 연구를 이야기합니다. 이들에 대한 MRI 연구는 그 택시 운전사들의 뇌 중 특정 부분이 특별히 크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트버스키는 공간 상에 위치하는 특정한 물체를 상상하는 능력이 인간의 기본적인 정신 능력이라 말합니다. 곧, 이 능력이 추상적 사고의 바탕이 된다는 것입니다. “공간적 사고는 추상적 사고를 가능하게 만듭니다.”라고 그녀는 썼습니다.

마음 속에 세상을 그릴 때, 이 세상 속 대상이 꼭 물리적 대상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아이디어라 부르며, 심리학자들은 이를 표상이라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가지고 아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조작하고, 바꾸고,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수학의 기호, 시의 단어, 물리학의 입자, 화학의 분자, 도시의 빌딩, 무대의 댄서” 등이 모두 표상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 이 정신-신체의 연결은 물체를 마음 속으로 회전시키는 “정신 회전(mental rotation)”이라는 과제에서 보듯 미묘한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b 를 뒤집어 d 로 만들 수 있으며, 같은 동작을 했을 때 o 나 w 는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런 변환을 할 때, 우리가 실제로 물체를 회전시킬 때 사용하는 뇌의 운동 영역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손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했을 때 사람들은 이런 과제를 더 잘 수행했습니다.

우리는 공간 상의 물체를 옮길 때 뿐 아니라 시간 축의 대상을 옮길 때도 위치 개념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과,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을 구분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순수하게 정신적인 작업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는 시간적 사건을 이야기할때 공간을 이야기할 때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마음 속 시간을 탐험할 때, 마치 몸으로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방식의 사고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아주 오래된 인류의 습관으로, 곧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기 전 부터 그래왔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의 일이 “눈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하며, 과거의 일은 “등 뒤에” 지나갔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외적으로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 사는 아이마라 부족은 이를 반대로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시간을 1차원 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입니다. 트버스키는 독자들이 어쩌면 주기적인 시간 감각(예를 들어 식사 시간이 매일 다가오듯, 또는 계절이 매년 바뀌듯)을 가진 부족이 있을지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시 흔히 말하는 것처럼 동양의 문화에는 그런 윤회적 사고가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에서 “중국인 실험 참여자들은 미국인과 같이 주기적인 사건들을 완벽하게 1차원적으로 이해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리고 트버스키는 “유명한 이중 질문”인 “수요일 회의가 이틀 앞으로 옮겨졌다(has been moved forward two days)”의 예를 이야기합니다. 이 문장에 대해 대체로 절반의 사람들은 회의가 월요일로 옮겨졌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금요일로 옮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내용은 흥미롭지만, 나는 트버스키가 이런 신체의 인지에 대한 영향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점과 함께 인지 과학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내용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행위화(enactivism),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등으로 이미 알려져 있지만, 트버스키는 이를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트버스키가 “정신적 공간적 구조(mental spatial framework)”라 부르는 것은 다른 이들이 멘탈 모델링이라 부르는 것과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어쩌면 두 가지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트버스키는 이런 새로운 용어와 함께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아홉 가지의 새로운 “인지 법칙”을 정리합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법칙으로 만드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이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은 사람으로써 그 법칙들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결말 부분을 말하자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에 중요한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용어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마지막 문장에서 “스프랙션(spraction)”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는데, 이 단어는 “공간(space)에서 행해지는, 추상화(abstraction)를 유도하는 동작(action)”이라는 뜻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용어를 소개 받기에는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단점이라기 보다는 조금 이상한 느낌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바바라 트버스키의 “동작에 의한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고, 묘사하고, 세상을 경험할 때 이 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인지과학 분야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서입니다.

(언다크, Dan F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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