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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의식은 없다(“The Mind Is Flat”) (2/2)

Q: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왜 그렇게 무의식에 대해 비판적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은 과거의 기억과 오래된 습관의 영향을 받지 않나요? 그런데 어떻게 무의식을 위험한 환상이라고만 말할 수 있나요?

A: 내가 무의식을 위험한 비유라 생각하는 것은 이 비유가 마치 무의식의 정신 상태가 의식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에 속한 무언가를 밝혀 의식으로 끌어 올린다는 생각에는 무의식과 의식이 같은 형태의 무엇이라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을 바다에 잠긴 빙산으로 표현하고, 아랫부분을 무의식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을 의식으로 표현하는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이 가정이 완전히 잘못된 가정이라 생각합니다. 의식은 경험, 생각, 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무의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뇌의 사고과정들, 곧 기억의 인출과 통합적인 정보의 조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뇌는 다양한 무의식적 작업을 하지만, 그 과정은 우리가 이해하는 생각의 과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상에서 의식적 생각은 이미지와 고통, 언어의 일부분과 같은 형태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런 의식을 만들어내는 무의식적 뇌 활동은 이런 형태가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얼굴을 인식하거나 누군가의 말을 해석하는 과정이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이해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과정이 의식의 흐름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게될 겁니다. 이는 마치 간의 생물학적 기제를 이해한다고 해도 이것이 의식과는 무관한 것과 비슷합니다.

Q: 어쩌면 당신은 “생각(thought)”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할 것 같네요.

A: 물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죠. 대략적으로는 우리의 의식을 통과하는 고통, 자극, 형태, 동작, 소음, 언어 조각 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 이전에는 우리 뇌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생각이었습니다. 뇌 안에 의식적 사고와 비슷한, 하지만 실제로 의식에는 올라오지 않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혁명적 생각이었죠. 단지 틀렸을 뿐입니다. 제 생각에는요.

Q: 무의식에 대해 가진 당신의 불만은 혹시 의미론적 차원의 것인가요? 무의식이라는 단어의 통상적인 용법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A: 나는 이 문제가 단순히 의미론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근본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의식적 사고라는 관점에서 뇌를 바라볼 경우, 뇌의 사고 과정이, 비록 내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나의 의식적 사고와 매우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뇌는 전혀 다르게 동작합니다. 인식, 언어 처리, 운동 제어, 기억 등이 의식적 사고를 만들어내지만, 이들은 의식적 사고의 ‘복제본’과는 전혀 다릅니다.

즉, 뇌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고’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음, 뇌의 활동이 의식이 아니라면, 그럼 무의식적인 활동을 할 것이고, 그 활동 또한 어떤 생각의 형태를 띄겠군.” 생각이란 우리의 의식에서 흘러가는 것으로 믿음, 추론, 동기, 계획, 고통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뇌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생각이 존재하지만, 단지 특정한 어떤 것만 의식에 올라오는 것이군.” 나는 이런 생각이 큰 문제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뇌에 의식이 아닌 활동이 존재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활동이 무의식적 ‘사고’는 전혀 아니라는 말입니다.

Q: 하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의 의식적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

A: 물론이죠. 그것들이 전적으로 의식적 사고를 결정합니다. 의식적 경험과 의식적 사고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요.

Q: 영향이란 이런 것 말입니다. 오래 전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들으면 바로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적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이는 의식적인 작용은 분명 아니지요.

A: 맞습니다. 하지만, 그 곡이 익숙하다는 사실과 그 곡을 부른 가수가 데이비드 보위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그 과정에 직접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는 모든 뇌의 활동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뇌의 처리 결과, 그러니까 “아 저건 보위의 노래구나”라는 결과 만을 알게될 뿐, 그 과정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 과정은 생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생각 자체는 아닙니다.

Q: 어떻게 그 두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당신은 “우리의 생각에서 비유가 가진 중요성”이 뇌의 창의성을 잘 나타내는 예라고 썼습니다. 언어와 상징을 통해 비유를 만드는 능력은 진화와 유전자, 문화의 영향으로 가지게 된 것이죠. 나는 저 무의식적 요소들이 생각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확실하지 않네요. 무의식을 그저 신화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잘못된 인상을 주게 되지 않을까요?

A: 음,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요소들이 유전자, 경험, 정신적 습관, 언어와 비유 등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을 결정짓는 뇌의 활동을 포함한 무의식적 요소들 자체는 생각이 아닙니다. 이것이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오류입니다. 또다른 오류는 우리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때, 또는 정신과 치료나 뇌 영상 등의 방법으로 이 소위 무의식적 생각을 의식의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뇌의 작동 과정을 통해 의식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마치 우리 몸의 다른 생물학적 측면을 통해 의식을 파악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없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지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면역 체계가 우리 몸과 다른 조직을 혼동한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으며, 또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뇌의 활동에 대해, 뇌가 믿음을 억압한다든가, 아니면 여기에 무의식적 동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유일 뿐이며 실제 사실이 아닙니다. 뇌가 간이나 면역체계, 유전자보다 특별히 더 무의식적 사고와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 당신은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A: 감정은 해석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어떤 소설 속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 사람의 신체적 반응을 바탕으로 이를 판단합니다. 누군가가 높은 곳에 서 있고 식은 땀을 흘리고 있으면, “아 저 사람은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공포를 느끼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곳에서 긴장이 느껴지면 “세상에,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고 아드레날린이 가득 나오고 있군. 이 땀좀 봐”라 생각하며 “살려줘요, 나는 높은 곳이 무서워요”라 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신체 반응은 100미터 달리기 직전에 느끼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감정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감정은 직전까지도 전혀 존재하지 않던 것입니다. 그저 우리 뇌가 그 순간의 신체적 반응과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해석의 결과일 뿐입니다.

Q: 마음이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한 당신의 이론을 사람들의 일상 중 중요한 무언가에 적용해 봅시다. 예를 들어 종교는 어떨까요?

A: 이런 관점에서 종교는 매우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Q: 왜 그렇죠?

A: 사람들에게 그들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은 그 교리를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답할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과 교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게 만들려고 할 경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나는 과학에 대한 믿음에 대해서는 이것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세상이 우리에게 너무 복잡하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찬식의 경우 누군가 이 교리를 진정으로 믿는 이는 그 술과 빵이 진짜 예수님의 피와 살이라고 말할겁니다. 하지만 이 믿음을 다른 일상의 사실들과 일관성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언가를 매우 강력하게 믿는다는 것은 어떤 표면적인 사실에 천착한다는 것이죠. 당신은 내 관점이 너무 느슨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때문에 어쩌면 죽게될지도 모르겠네요.

Q: 어떤 믿음을 다른 사실보다 더 설득력있게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A: 나는 뇌가 한 번에 한 가지 생각을 하는 직렬처리장치라 생각합니다. 각 생각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으고 이들을 더합니다. 지각 정보와 언어 정보, 기억의 파편들이 더해집니다. 종교는 이것들이 어떻게든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삶의 다양한 측면들이 하나로 설명되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무엇을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사진을 보다가 갑자기 “아 소의 얼굴이었네” 라든지 “개 였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느낌 말입니다.

물론 모든 요소들이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적어도 일관성이 있다는 느낌을 만듭니다. 그 일관성에 의문을 가지게 될 경우, 당신은 당신의 삶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특정한 관점을 방어적으로 지키며,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관점에서 벗어날 경우 자신의 삶과 목적,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창조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원래의 방법만큼이나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다른 매력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 됩니다. 종교만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그 믿음에 의문을 표하는 행동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만듭니다.

Q: 마지막 질문이에요. 무의식이 없다고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되나요?

A: 자신의 꼬인 내면을 해결하려 애쓰는 대신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어떻게 더 일관적이고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때로는 소설을 쓸때나 수학 문제를 증명할 때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일을 되짚으며, 아 이 캐릭터를 잘못 만들었구나, 여기서 계산 실수가 있었네와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삶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미스테리한 힘이 있어서 현재의 나를 지배하고 있으며, 따라서 나는 내면을 탐험해 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찾는 것은 비건설적인 일입니다. 무의식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1부로

(노틸러스, Kevin Berger)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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