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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다시 미사일 군비 경쟁 중

전 세계 주요 강대국들이 탄도 미사일의 숫자를  빠르게 늘리며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적국을 겨냥한 탄도 미사일에는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도 실을 수 있습니다. 군축 협상을 비롯해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해 마련해둔 장치들은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잠재적인 미국의 위협을 억제한다며 미사일 기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개발한 초음속 미사일은 기존의 방공 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로켓형 발사체를 개발하려는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그동안 지켜온 군축 협상을 잇달아 폐기하거나 사실상 파기하면서 미사일과 미사일 방어 체계에 투자해 전력을 강화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관건은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010년 마지막으로 조인한 스타트 조약(START treaty)입니다. 스타트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고, 기존에 보유한 핵무기와 발사체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한 협정으로, 기존 조약은 오는 2021년에 만료돼 갱신 여부를 협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스타트 조약을 연장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이 그렇게 나오면 러시아도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협정이라는 것이 당사자인 양국이 동의해야 연장되고, 새로운 스타트 조약이 나올 텐데, 저쪽(미국)이 협정 연장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스타트 조약 없는 상황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 조약은 핵무기 군비 경쟁을 억제해 온 가장 확실한 조약이었습니다. 스타트 조약 없는 세상에선 이른바 우주 공간을 활용한 무기(space-based weapons)를 쓰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우리 머리 위로 24시간 핵무기가 떠다니는 세상에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군비 경쟁에 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중국을 포함해서 새로운 협정을 도출해낼 수도 있겠죠.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남는 선택지는 치열한 군비 경쟁에 돌입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우 미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돈을 쏟아부어 무기의 양과 질에서 전 세계를 압도할 겁니다.”

네덜란드의 비영리 단체 국제 핵무기 폐기 캠페인(ICAN)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Intermediate Nuclear Forces)에서 탈퇴한 뒤 지금까지 새로운 로켓 무기를 개발하는 데 벌써 10억 달러를 썼다고 추산했습니다. 관련 보고서의 저자 수시 스나이더는 “군비 경쟁에 본격적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무기 개발에 나서자 다른 나라들도 자연히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부담스러운 액수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고래 싸움에 터키는 다소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 체계 가운데 어디에 속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외교적으로 폐기하려는 전략도 실패했습니다. 이제 미국은 정확성에서 많은 의심을 받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다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을 포함한 잠재적인 적국의 수상한 움직임을 더 빨리 포착하기 위해 고도의 우주 센서를 미사일 방어 체계에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고려하면 핵무기를 둘러싼 군비 경쟁이 초래할 결과가 가장 우려스럽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동시에 벌어지는 군비 경쟁도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동쪽 해안을 따라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작전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을 계속해서 배치하고 있습니다. 항공모함은 미 해군은 물론 전체 미군 전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퇴역한 미 해군 정보 장교 제임스 파넬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군의 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탄도 미사일 기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은 우리가 구축하려는 미사일 방어 체계를 뚫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중국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가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이나 지대 미사일을 막힘 없이 개발해 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은 INF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INF에서 탈퇴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군축 조약에서 탈퇴하면 러시아나 중국에 보유한 중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 줄이라는 협상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해 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두 나라의 군사 협력에 반대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하고 경고해 왔지만, 이미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소용이 없었죠. 사우디아라비아는 단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 배치하는 이란에 위협을 느끼며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때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을 백지화한 이유도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이었습니다. 단거리 미사일 개발은 핵 협상의 금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란 핵 협상을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여기던 트럼프 행정부에는 좋은 구실이 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미사일 군비 경쟁은 예멘 내전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표면화돼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탄도 미사일 개발에 뛰어드는 시점을 재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미사일은 초음속 미사일입니다. 초음속 미사일은 재래식 크루즈 미사일보다 훨씬 빨리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합니다. 소리보다 다섯 배나 빠르며, 전통적인 탄도 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므로 이를 공중에서 격추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연구개발 분야를 책임지는 마이클 그리핀 차관은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가 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이 분야 연구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전력의 우열은 배치된 무기의 구성으로 가리게 된다는 겁니다.

“(초음속 미사일은) 미군의 전략에 필요하지 않은 무기라고 판단했습니다.반대로 다른 나라들은 필요성을 느껴 이를 개발한 거죠. 이 나라들이 개발한 무기를 어떻게 쓰는지 보고 대응책을 강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군은 이를 막아낼 수도 있고, 압도적인 공격을 가해 이를 사전에 무력화할 전력도 충분합니다.”

(쿼츠, Tim Fernho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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