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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번아웃 증후군, 치료법은 공감과 연민

뉴저지 주 쿠퍼대학병원의 진료부장이자 중증치료 전문가인 스티븐 트레제키악 박사는 다정다감한 의술의 신봉자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의학을 철저한 과학으로 보고 접근하는 타입이었죠. 하지만 앤서니 마짜렐리 병원장이 가져온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장은 최근 의료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번아웃 증후군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 치료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시했죠.

병원장이 트레제키악 박사에게 내린 연구 과제는 구체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은 “의술에 더해 연민과 인정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환자와 의사의 웰빙에 측정가능한 도움을 주는가?”였습니다.

처음에 트레제키악 박사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물론 인정이라는 것이 나쁠리 없겠지만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증명할 수 없으리라 예상했죠. 하지만 논문 초록 천 여 편과 250개의 보고서를 검토한 후,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이 환자와 인간적인 유대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이면 치료 결과도 좋아지고 의료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효과는 환자의 고통을 줄어들고 혈압이 낮아지고 우울증과 불안감이 개선되는 등의 구체적인 이점으로 나타났죠.

트레제키악 박사와 마짜렐리 박사는 ”연민의 경제학: 마음을 쓰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과학적증거(Compassionomics: The Revolutionary Scientific Evidence That Caring Makes a Difference)“라는 제목의 책에 조사 내용을 담아냈습니다. 책에 인용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공감, 친절, 지지의 메시지를 단 40초만 받아도, 불안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득을 보는 것은 환자 뿐이 아닙니다. 와튼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우리가 중대한 병을 앓고 있는 환아에게 격려의 메모를 쓰는 것과 같이 이타적인 행위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 시간이 더 많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의사들에게는 매우 의미심장한 부분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진의 56%가 ”공감능력을 발휘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소식은 해당 설문조사를 실시한 연구가 의사들이 환자들과의 교류에서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신경과학 훈련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감과 연민에 기반한 치료는 의료진의 번아웃을 방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의대에서는 흔히 학생들에게 환자들과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환자의 고통에 너무 몰입하면 지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의사가 환자와 유대 관계를 맺을수록 의사도 더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번아웃 때문에 공감능력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곤 했죠. 그러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번아웃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과의 관계, 특히 공감과 연민에 기반한 관계는 번아웃에 대한 회복력과 저항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발견이 의과대학의 커리큘럼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인정과 연민은 일종의 치유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느끼는 이른바 “돕는 자의 도취감(helper’s high)”이 뇌와 신경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죠. “타인을 돕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트레제키악 박사 역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시점에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중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받아온 것을 보고 존재론적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20년 동안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찾아온 번아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데이터로 무장한 이후에는 자신의 가설을 직접 실험하기에 나섰습니다.

흔한 처방은 이른바 “현실 도피”, 즉 물리적,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자연 속에서 하이킹이라도 하라는 것이지만, 그는 그런 방법들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면서 알게 된 방법들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료 시 최소 40초 정도를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표현하는데 쓰자는 것 등입니다. “도피하는 대신 더 마음을 쓰고 더 가까운 관계를 맺었더니 번아웃의 안개가 걷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감정적, 정신적인 탈진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처방을 내립니다. “주변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40초만 시간을 내보세요. 당신의 경험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NPR, L. Carol Rit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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