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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 법안’으로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는 미국의 낙태반대론자들

미국에서 여성의 임신중절권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인정되었습니다. 이 판결을 통해 임신 2기(약 28주)까지의 임신 중절이 합법화되었습니다. 1992년 ‘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Planned Parenthood v Casey)’ 판결을 통해 합법적 임신중절이 가능한 기간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전, 즉 24주로 수정되었지만, 임신 초기 임신중절권 자체는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았죠.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들이 하나 둘 합법 임신중절이 가능한 시기를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기 시작하는 시점, 즉 6주 부근으로 당기는 법안을 채택하고 있는 겁니다. 임신 주차는 마지막 생리의 첫날부터 계산하기 때문에, 임신 6주 때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심장박동 법안”이 실질적으로 임신중절 금지법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심장박동 법안”은 지난 3월 22일 조지아 주 상원을 통과해 공화당 소속 주지사의 서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3월 21일에는 역시 공화당 소속인 미시시피 주지사가 비슷한 법안에 서명을 했죠. 올해 안으로 십 여개 주에서 비슷한 법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절반 정도는 이미 상하원 가운데 한 곳을 통과한 상태죠.

이는 임신중절 반대론자들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지역에서 임신중절권 싸움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973년 이후 보수 성향 지역에서는 임신중절 시술을 받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를 도입함으로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상담과 시술 사이 유예 기간이나 질 내부 초음파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주 전체에 임신중절 클리닉이 한 곳 밖에 없는 미시시피 주 등, 시설 자체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꽤나 효과적인 조치였죠.

이런 규제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왜 이제와 ‘로 대 웨이드’를 직접적으로 뒤집으려 하는 것일까요? 이달 초, 켄터키 주에서는 “심장박동 법안”이 주지사 서명을 하루 앞둔 날 연방법원 판사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미시시피 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주들이 이런 접근법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는 정치적인 계산입니다.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 지사는 법안에 서명한 직후 “언젠가 하나님 앞에서 ‘법적 조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죄 없는 아기들의 생명을 위해 싸웠다’고 말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실제로 주 정부가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이유는 “법적인 조치”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자들은 언젠가 이들 법안 중 하나가 현재 보수파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까지 올라가 ‘로 대 웨이드’를 뒤집는 판결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닐 고서치와 브랫 캐버노는 ‘프로-라이프(pro-life)’임을 분명히 한 보수파 크리스천이지만,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역시 보수파이지만 45년 역사를 가진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최근 로버츠 대법원장은 두 번의 파격적인 판결로 보수파들을 실망시킨 바 있습니다. 2월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4명과 함께 지역 병원에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사에게만 중절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루이지애나 주 법의 시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12월에는 캐버노 대법관도 함께 가족계획협회의 주정부 지원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물론 “심장박동 법안”이 언젠가 대법원에 닿을 수도 있겠죠. 특히 하급 법원에서 의견이 갈리면 결국은 대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프로-라이프’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는 미국인들은 계속해서 동기 부여를 받게 될 것입니다. 강경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심장박동 법안”은 대단히 감정적인 문제입니다. 브라이언트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인간의 심장박동을 두고 “인류 시초 이래 보편적인 생명의 특성”이라고까지 이야기했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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