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는 훌륭한 과학책이 특별히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두 권은 오늘날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매우 의미있으면서도 각별히 어려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생물 물리학자 찰스 S. 코켈의 새 책 “생명체의 공식: 어떻게 물리학은 진화에 영향을 미쳤나(The Equations of Life: How Physics Shapes Evolution)”는 물리적, 수리적 한계가 생명체의 생존에 어떤 제한을 가했고, 생명체가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의 저장에는 DNA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요? 왜 거의 모든 생명체는 두 개의 생물학적 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왜 모든 세포의 세포막은 지질(phospholipids)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무당벌레는 어떻게 체온을 조절할까요? 코켈은 이런 질문들이 생물학적으로는 극히 어려운 문제지만 수학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책은 생물학자 케네스 R. 밀러의 네 번째 책인 “인간의 본성: 우리는 어떻게 이성과 의식, 자유의지를 가지도록 진화하였나(The Human Instinct: How We Evolved to Have Reason, Consciousness, and Free Will)”입니다. 밀러는 이 책에서 인간의 지능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에 도전합니다. 밀러는 먼저 인간이 진정한 자율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최신의 과학적 철학적 연구들을 정리해 보여줍니다. 밀러가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들, 곧 자율성(autonomy), 개인(individual), 생각(thought), 인식(perception), 의도(intention), 자각(awarness), 의식(conscience) 조차도 실은 쉽게 정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닙니다. 이 단어들은 이 단어들이 원래 묘사하려는 대상인인간의 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의식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종종 수사학적 수준에서 맴돌기 마련이지만, 밀러는 능숙하게 이런 어려움을 피해 논의를 전개합니다.
‘생명체의 공식’이 복잡한 문제에 단순한 해답을 제시하려 노력한다면, ‘인간의 본성’은 반대로 이들 질문이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이며, 그 답도 얼마나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두 권의 책은 동시에 인간은 매우 특별한 생명체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코켈은 “생명체가 같은 해법을 찾는 것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생명체가 동일한 해법에 도달하는 수렴진화는 이미 잘 알려진 개념이지만, 코켈은 이 수렴진화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수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물론 세포막이 세포를 지탱하는 원리, 유전정보가 저장되는 원리, 음식을 따라 떼로 움직이는 집단을 설명하는 원리는 수학적 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이성이나 의식은 그런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밀러는 여기에 반대합니다. 잘 알려진 고생물학자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와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밀러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충분한 진화적 시도가 있을때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은 자연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이다.”
생명체의 공식
코켈은 이 책에서 에딘버러 대학에서 그가 수년 동안 수업에 사용했던 예들을 소개합니다. 그는 매 학기 학생들로 팀을 만들어 생명체의 탄생이나 다른 생물학적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찾도록 했습니다. 당연히 그의 고전물리와 현대생물학 지식이 이 시도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프로젝트의 결과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학교가 단지 과학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이 어떻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명체들의 놀라운 공통성은 모든 생명체가 공동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의 가장 강력한 근거였습니다. 어쩌면 세포는 유전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분자든 사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생명체들이 각각 다른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생명체가 유전정보의 저장을 위해 DNA를 사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인간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루브산, 포도당, 글루타티온 또한 임의의 분자가 선택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왜 모든 세포는 이들을 사용해 에너지를 얻는 것일까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만약 우리가 시간의 테이프를 뒤로 돌려 진화를 다시 일으킨다면 그때마다 전혀 다른, 인간의 눈으로는 알아보기도 힘든 생명체가 지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코켈은 조심스레 굴드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희석 문제(the problem of dilution)”를 해결하기 위한 지질 세포막이나 생화학적 에너지 변환을 위한 피루브산은 절대로 임의로 선택된 물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자가 가장 낮은 에너지상태를 찾아가는 것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세포들이 가능한 해를 찾아 수 없이 많은 시도를 한 끝에 피루브산이 그 해결책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시간의 테이프를 다시 돌린다 하더라도, 세포는 신진대사를 위해 반드시 피루브산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물리적 조건의 동일성은 어쩌면 동일한 조상을 가진 것보다 더 생명체의 동일성을 만드는 강력한 힘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당벌레, 표범, 달마시안 개의 반점은 모두 색소와 억제자라는 두 가지 물리적 요소에 의해 주어지는 단순한 공식을 따릅니다. 이 공식은 실제 훨씬 더 복잡한 분자의 활동과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이 색소-억제자 밀도차 현상은 튜링 패턴이라 불립니다. 놀랄만큼 복잡한 현상을 극도로 단순한 공식으로 바꾸는 조건은 두 가지 요소가 겹친 상태로 밀도의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분자, 생명체, 기상 전선(weather fronts), 태양계 등 어디나 밀도차가 있는 곳에서는 반점, 식생패턴(vegetation patterns), 태풍, 은하계의 나선 팔과 같은 형태가 나타나며 이는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됩니다.
코켈은 자신의 의문을 왜 이들이 같은 해법을 찾게되었는지를 넘어, 왜 어떤 이들은 이와 다른 해법을 가지게 되었는지로 확장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발명품인 바퀴는 물리적, 수리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기술로, 거의 모든 문명에서 바퀴는 발명되었습니다. 그럼 왜 생명체는 이동을 위해 이런 큰 장점을 가진 바퀴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코켈은 생명체가 바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박테리아 중에는 바퀴축과 바퀴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이 있으며 이들은 바퀴가 가진 잇점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하지만 생명체의 크기가 커지고 중력이 부력보다 커지는 영역에서 바퀴의 잇점은 사라집니다. 원핵생물보다 수백 배가 더 큰 진핵생물은 바퀴대신 굽혔다 펼 수 있는 편모를 선택했습니다. 각 세포들은 자신의 크기에 맞는 이동방식을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코켈은 바퀴는 바퀴가 달릴 수 있는 포장된 도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또한 언급합니다.
(스켑틱, Nathan H. L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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