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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환경, 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2/2)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는 버지니아 로어노크에서 다음과 같이 환경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의 성공은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훌륭한 스승을 많이 만났습니다. 당신을 성공하게 만든 미국이라는 시스템은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누군가가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지었습니다. 당신의 사업은 당신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이를 가능하게 해 준 것입니다. 인터넷은 스스로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터넷 회사의 이익은 정부의 기초 연구에 빚지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사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지만, 이 연설을 듣는 보수적인 사업가들은 “내 사업은 내가 만들었소!”라고 외칠 수도 있습니다. 나 또한, 내 책은 내가 썼고, 내 잡지는 내가 편집하고 있으며, 내 수업은 내가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쓰고 있는 칼럼 또한 내가 직접 쓰고 있습니다. 그 일은 나 이외에는 누구도 하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사회과학자로써 우연과 우연성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내가 이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든 요소 중에 내가 어쩔 수 없었던 조건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세상에 태어나는 운을 누렸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가능성이 있었던 사람 중에 실제로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수 백억 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 태어난, 극히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안정된 정치 제도와 경제 시스템, 사회 제도를 가진 국가에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인도에서 낮은 계급으로 태어났거나, 전쟁으로 고통받는 시리아,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소말리아에 태어났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국가에 태어난 이들에게 그 가난의 책임을 그들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도 스스로 그 나라를 탈출한, 지적이고, 창의적이며, 위험을 감수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정된 환경에서 좋은 부모님을 만난 행운이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책임감의 가치를 가르쳐준 스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충분히 부유하다면, 그것 또한 커다란 운입니다. 위험한 동네의 편부모 아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에게 하버드에 들어가지 못하고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한다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 환경을 이겨낸, 지적이고, 창의적이며, 위험을 감수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줄 교수님이나 멘토를 만나고, 자신을 지지해주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친구들을 만나며, 높은 보수를 주는 성공적인 직업을 가지게 된 행운이 있습니다.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을 만나지 못한 이들이나, 영리하고 야심찬 친구를 가지지 못한 이들, 학교를 졸업하고 훌륭한 경력을 쌓지 못한 이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물을 수 없습니다. 사실 그들이 그런 불운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보다 앞선, 생물학적, 환경적 조건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성공을 거둔 이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시대에 태어난 행운을 누렸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1973년이 아니라 1873년에 태어났다면, 그 정도의 부를 이룰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여전히 영리하고 열심히 일했겠지만, 그래서 어느 시대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거두었겠지만, 40조의 재산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이나 흥미에 지금 세상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우연성의 결과일 뿐입니다.

오늘날 성격을 기술하는 가장 인기있는 이론은 OCEAN 이라는 약자의 다섯가지 요소로 성격을 설명합니다. 이는 (1)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2) 성실성(Conscientiousness), (3) 외향성(Extroversion), (4) 친화성(Agreeableness), (5) 신경성(Neuroticism) 입니다. 이 성격에 대한 수십년 간의 연구는 한 사람의 성격 중 50%는 유전에 의한 것이며 나머지는 환경과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즉,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성격에도 유전이라는 운은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운과 우연성은 우리 삶을 다양하게 바꿉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지능과 노력은요?” 행동 유전학자들은 지능 또한 성격 처럼 적어도 50% 이상이 유전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성실성, 목표를 이루려는 마음,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이 모두 성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전에 덜 영향을 받는 양심이나 야망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 문화적인 요소들 또한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그렇게 태어나는 것도 운의 영역에 속합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극히 영리하고, 창조적이고, 열심히 일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전자와 환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그 좋은 유전자와 뛰어난 환경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실패를, 아니면 그저 그런 삶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이미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고 이를 성공의 비밀로 (수많은 자기계발 책들을 보시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은 이런 접근이 틀렸다고 말해줍니다. 나는 이를 “위인전기 편향”이라 부릅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를 보면 이는 분명해집니다. 또다른 애플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와 부모님 집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잡스의 길을 따라간 이들 중 실패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 대한 책을 쓰지 않습니다. 한 벤처 투자자는 창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먼로 파크에 위치한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코완은 내게 이메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창고에서 시작한 이들이 미국의 1% 소득수준에 들기 위해서는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야 하고, 상장(IPO)에 성공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어야 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경우 초기 창업가들은 평균적으로 15명의 벤처투자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200명의 창업가 중 한 명에게 투자합니다. 즉, 벤처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약 1/13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국벤처투자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1,334개의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았지만, 상장 혹은 인수된 기업의 수는 13%에 불과합니다. 즉, 창고에서 시작한 창업가 100명 중 한 명 만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는 셈입니다.”

공항 서점에는 성공한 기업의 비밀을 알려주는 수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2001년 출간되어 400만부가 넘게 팔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저자 짐 콜린스는 1,485개 상장사 중 지난 40년간 시장을 이긴 11개 회사를 찾아 이들의 성공 비밀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출간된 포모나 칼리지의 경제학자 개리 스미스의 “표준 편차(Standard Deviation)”은 짐 콜린스의 방법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곧, 이미 시장을 이긴 11개 회사의 특징을 찾을 것이 아니라, 40년 전 상태에서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미 성공한 회사의 특징을 찾는 것은 예측이 아니라 사후예측(postdiction)이 됩니다. 실제로 스미스는 2001년에서 2012년 사이, 짐 콜린스가 꼽았던 11개 위대한 회사 중 6개가 평균 주가보다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였습니다. 스미스는 1982년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의 “엑설런트 컴퍼니(In Search of Excellence)”역시 같은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합니다. 그 책은 43개의 “뛰어난”회사가 가진 8가지 특성을 정리했지만, 이후 그들 중 상장된 35개 회사 중 20개 회사가 시장 평균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

그리고 유전자, 환경, 운 외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또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나는 자유의지와 결정론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나는 이 결정론이 지배하는 우주에서 어떻게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책무를 지게할 수 있는지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래 네 가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마음의 모듈 이론: 뇌는 선택을 하는 신경망과 이를 나중에 깨닫는 신경망 등 여러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뇌에서 이루어집니다. (2) 자유거부의지(free won’t): 우리는 충동을 이기고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인과의 그물망의 일부로써의 선택: 자유 의지도 결정론적 우주의 일부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선택에 속합니다. (4) 도덕적 자유 수준: 선택의 수준은 복잡도의 수준과 매개 변수의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의 네 가지 요소 외에 다섯 번때로, 자각(self-awareness), 곧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써의 자각 능력이 있습니다. 곧,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아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적, 외적 변수를 인식함으로써 이러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으며, 아무리 외부 조건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그에 맞춰 반응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설명이 순수 결정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들 역시도 그들 스스로 환상이라 생각하는 자유의지가 마치 플라시보 처럼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결정론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 우주의 주사위가 당신에게 유리하게 굴렀을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적당한 자부심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운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 또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닙니다. 그저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자신이 불행한 축에 속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연구들은 인생에서 성공 보다는 의미 있는 삶, 곧 가족과 친구, 장기적인 목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헌신하는 삶이 더 가치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한 가지 위로가 될 것입니다. 햄릿 1막 5장에서 폴로니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정직하라.”

1부로

(퀼레, Michael Shermer)

원문 보기

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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