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세계정치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미투 운동의 시대에 발 맞추어 달라집니다

뮤직 페스티벌은 언제나 탈출과 공동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시대를 맞이해 무대를 장식하는 아티스트 뿐 아니라 축제의 고질병과도 같았던 성추행과 성폭행 문제에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축제 관람객들이 만연한 캣콜링과 원치 않는 신체접촉, 그 밖에도 더 심각한 범죄 행위를 고발한 일은 거의 모든 대규모 행사 때마다 있어왔습니다. 작년 코첼라 밸리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여성들의 경험담을 묶어서 보도한 “틴 보그(Teen Vogue)”의 기사는 큰 화제가 되었죠. 타임지도 보나루,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등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 음악 팬들이 겪은 일들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올해, 코첼라 주최측인 골든보이스는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에브리 원(Every One)”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성범죄 방지는 물론,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주최측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에 대한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와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행사 주최측에 대책을 촉구해왔습니다. 이 문제를 외면하다가는 팬들의 반발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상황입니다. 틴 보그 기사의 여파에 이어 또 다른 행사인 FYF 페스티벌이 창립자의 성범죄 혐의 때문에 무산되자, 골든보이스 측도 역대 가장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골든보이스는 대책 발표문에서 “안전하고,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축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성폭력 방지 교육 강사이자 관련 단체 “아우어 뮤직 마이 바디(Our Music My Body, OMMB)”를 이끌고 있는 매기 아서 씨는 주최측이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정체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성폭력 예방의 일부입니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오죠. 인종주의나 트랜스포비아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외면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했다는 점, 또한 24시간 담당 부서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코첼라 웹사이트에는 “성폭력,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포함, 모든 형태의 폭력은 행사장에서 즉각적인 퇴장 조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법당국에 고발된다”고 적혀있습니다. 더불어 “코첼라는 젠더 정체성이나 표현, 성별, 성적 지향, 인종, 종교, 나이, 능력을 불문하고 모두를 환영한다”고 적혀있죠.

과거에도 코첼라는 관객들에게 행동 규칙을 고지했지만, 술과 마약, 대규모 인원이라는 요소로 발생하는 혼란과 예측불가능성 탓에 사건을 신고하거나 범법자를 처벌하는 일은 실제로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 경찰에 따르면, 작년 행사 때 관객 가운데 최소 한 명이 성범죄로 체포된 바 있습니다.

올해 발표된 대책은 훨씬 더 포괄적이고 명확합니다. 올 4월 열리는 코첼라에서 주최측은 성폭력 전문가가 포함된 “안전 홍보대사팀”을 현장 곳곳에 파견할 예정입니다. 화장실에는 모든 젠더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며, 현장 곳곳에 관객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신고할 수 있는 부스도 설치됩니다. “항상 동의를 구하세요”,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세요”와 같은 관객 행동 수칙도 홍보할 예정입니다. 성범죄 핫라인과 가정폭력 핫라인 번호, 자살예방센터와 알콜 및 마약 중독, 정신건강 관련 단체의 전화번호도 행사 안내문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번 대책 발표는 헤드라이너를 비롯, 참여 아티스트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과 함께 달라진 팬들의 기대치를 반영하는 주최측의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OMMB는 코첼라 외에도 파이어플라이, 데저트 데이즈, 롤라팔루자, 피치포크 등 다양한 음악 행사와 협력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OMMB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음악 축제에 참석한 여성의 92%, 남성의 30%가 성추행이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죠.

새로운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갈 길은 멀다는 것이 아서 씨의 설명입니다. 코첼라 수준의 페스티벌에 필요한 경호 인력의 규모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성폭력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만 자리를 채울 수는 없습니다. “현장 경호 스탭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정책을 이행할 능력을 갖고 있는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안내 부스를 잘 갖춰 놓아도 정작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경호팀을 찾아가기 때문에, 경호팀이 일관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관용 정책이 확실하기는 하지만, 즉각 퇴장 조치라는 규칙 때문에 피해자가 폭력적인 파트너를 신고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도 덧붙입니다.

그럼에도 코첼라와 같이 업계를 선도하는 행사가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올해 팬들이 새로운 대응책에 어떻게 반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기대됩니다. 음악 페스티벌은 이런 종류의 운동을 시작하기에 좋은 공간이에요. 축제는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나온 요구에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되죠. 이번 조치가 촉매가 되어 좋은 모델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L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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