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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 보도,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 한 번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 포함 총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요가원과 유대교 예배당 총기 난사에 이은 참사였습니다.

이들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는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당일 사건 보도, 그다음은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 다음으로 범인 프로파일링이 이어지죠.” 시라큐즈대학 에리카 굿 교수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주가 바뀌면 뉴스 사이클도 이미 다른 기사들로 넘어갑니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사건 이래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10건 당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첫 페이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대부분 총기 난사 사건이 대문을 장식하는 것은 일요일판을 포함, 엿새 정도입니다. 뉴스 사이클이 더 빠른 케이블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도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는 것은 일주일 가량을 넘지 않습니다.

이는 1면에 들어갈 만한 뉴스, 소식이 차고 넘치는 현대의 뉴스 환경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보도의 범위는 단순히 사상자 숫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번 총기 난사는 하루 만에 사상 최악의 캘리포니아 산불에 1면을 내주었죠.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고등학교에서 학생 17명이 총기 난사로 사망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장장 16일간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1면에서 다루었습니다. 사건 후 이어진 학생 주도의 총기 규제 운동 덕분이었죠. 스스로 목소리를 낼 만큼 성숙하지만, 여전히 순수성과 이상주의적 세계관을 대표할 수 있는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 총기 관련 논의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뉴욕타임스에서 18년간 기자로 일하며 총기 난사 사건을 직접 취재하기도 했던 에리카 굿 교수는 미디어가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합니다. 파크랜드 사건 이후, 총기 난사 사건 보도의 한 분야인 범인 프로파일링 기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범인에 대한 기사를 아예 싣지 않는 매체도 생겨났죠.

“원래 기자들이 그런 기사를 쓰는 건 독자들이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나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게 도우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범인에 대해 획기적인 사실을 밝혀내기는커녕, 범죄자를 신비주의 외로운 늑대로 미화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었죠.

“범인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됐습니다. 그런 종류의 스토리에 매혹되는 독자들이 범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할 뿐이죠. 범인을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범인에 대한 기사가 빠진 자리는 총기 규제 개혁 관련 기사나 희생자들에 대한 기사로 채워졌습니다. 물론 사건을 보도하는 것은 보도 기관의 의무이고 범인의 정체 역시 분명 “뉴스”에 해당하지만, 범인에게 지면을 주는 대신 희생자나 해결책에 집중하는 편이 미래의 총기 난사 사건을 예방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굿 교수의 믿음입니다.

실제로 총기 난사에 대한 보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범행 가능성을 가진 인물이 실제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카피캣 효과”죠. 애리조나주립대의 셰리 타워스 교수는 이 같은 모방범죄 효과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나섰습니다. 질병 감염 과정 모델링 전문가인 타워스 교수는 2014년 가까운 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경험한 후, 캠퍼스 총기 난사가 질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유명 총기 난사 사건은 통계학적으로 상당한 전염 효과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죠.

최근 빨라지는 뉴스 사이클과 더욱 빈번해진 총기 난사 사건 탓에 뉴스 매체가 비극을 이전만큼 열심히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산불 소식에 밀린 사건처럼 다른 뉴스에 밀려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큰 변화 없이 일주일 정도 1면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달라진 것은 보도의 길이가 아니라 내용입니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입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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