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임스 윌리엄스(James Williams)의 저서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Stand Out of Our Light)”에 대한 리뷰입니다. 아직 이 책이 한국어로 소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이 리뷰에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내용만으로도 나날이 발전하는 여러 가지 기술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합니다.
(책 제목은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서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추후 책이 출판되면 출판된 책의 제목에 맞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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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술 회사들이 이끄는 시대에 우리는 ’잘못된 GPS’를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편안한 의자에 기대앉아, 완전히, 최선을 다해서 짧고, 흥미진진하고,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이 책을 읽으세요.
가끔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기술전문가에서 철학자로 전향한 제임스 윌리엄스가 이 문제에 대해 내린 결론을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저자는 현대의 기술력이 예전에는 설득력 떨어지는 주장에 그칠 이야기들을 전문적인 사기꾼의 수준으로 올려버렸고, 그 결과 우리는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자유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의 자각(inward domain of consciousness)” 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윌리엄스는 “인간이 목표한 바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해 지고 있는 것이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도덕적, 정치적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그는 “지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대적인 주장이 우리의 자각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윌리엄스는 구글에서 전략전문가로 일하던 시기에 모든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정보를 보다 유용하게 만들려고 하는 구글의 비전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사람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윌리엄스는 우리가 세우는 목표와 기술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목표가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기술 산업을 이끄는 지표들, 예를 들어 조회 수나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 클릭 수, 전환율 등은 중요하지 않고 본질에서 벗어난 지표들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비유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잘못된 GPS 좌표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어떤 현상이라도 더욱 깊게 탐구하려는 성향의 사람입니다. 결국 윌리엄스는 이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그는 어떻게 기술이 사람을 변화(re-programming)시키는지, 그리고 왜 인간이 인간적인 가치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윌리엄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로, 우리가 가상의 세계를 개념화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클릭베이트(clickbait,)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와 같이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들을 만들었지만 정작 개개인이, 그리고 집단 전체가 기술에 의해 어떠한 방식으로 주의가 산만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틀은 부재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쓰는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상의 한계입니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말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우리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집단의 차원에서 우리는 마치 방향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기 전에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윌리엄스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는 전략적으로 사람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년에 약 4억 4천 8백만 개의 글을 SNS에 올립니다. 소위 “역 검열(reverse censorship)”이라고 알려진 이 방식으로 중국은 정치선전을 퍼트리기보다는 반대로 중국 정부가 억압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킵니다.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 글을 계속 올리면서 “인간의 의지에 대해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공격”을 퍼부어 우리가 정상적인 정치적 토론을 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윌리엄스는 마치 의사가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처럼 기술자들도 기술 설계자로서의 선서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술자들이 사용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기술의 의도와 방법에 대해 정직하게 사용자와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윌리엄스는 이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위해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윌리엄스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의 즉시성과 그 범위에 따라, 즉각적이고 좁은 범위의 주의산만을 핀 조명(spotlight), 핀 조명보다는 넓지만, 은근히 장기적 목표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을 별빛(starlight), 그리고 사회 전체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일광(daylight)이라고 표현했습니다(역자 주: 저자는 원래 우리가 응시하고자 하는 물체, 혹은 빛이 있는데 다른 핀조명, 별빛, 일광 등에 의해 우리가 원래 목표한 빛을 주시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는 맥락에서 이와 같은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유로운 담론을 즐겼던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를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어느 날 디오게네스가 코린트의 햇살을 즐기고 있을 때 알렉산더 대왕이 그에게 와서, 그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까다로운 디오게네스는 왕에게 말합니다.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달라”
윌리엄스는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기업의 리더들이 더는 인류의 가치를 가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John Thorn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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