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풋볼리그에 남성 치어리더가 등장했습니다. LA 램스가 2명, 뉴올리언즈 세인츠 센세이션이 1명의 남성 댄서를 고용한 덕분입니다. 묘기 부분을 서포트하는 역할의 남성 치어리더는 항상 있었지만, 주요 댄스 루틴에 남성 댄서가 서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치어리딩팀 성별 구성에 있어 아주 작은 변화일 뿐이지만, 파급효과는 그 이상일 수 있습니다. 올 초, NFL 치어리더들은 성차별과 박봉, 지나친 사생활과 외모 간섭, 팬들로부터의 성희롱을 문제 삼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남성 치어리더가 고용된 타이밍이 약간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세인츠팀은 성차별 관련 의혹으로 집중조명을 받은지 몇 달 안 돼 첫 남성 댄서를 고용했고, 이를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남성 댄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여성 치어리더들에 대한 신체적, 경제적 착취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업계에 약간의 젠더 다양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이 팀에 들어옴으로서 치어리더들에게 강요되던 엄격한 규율이 얼마나 성차별적인 것이었는지가 드러날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치어리더 집단 전체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또 풋볼을 관람하는 어린 소년들에게 풋볼 선수가 아닌 또 다른 미래상을 제시할 수도 있죠. 실제로 뉴올리언즈 팀의 남성 댄서는 LA 팀이 고용한 두 명의 남성 댄서에 관한 기사를 어머니에게 받아서 읽은 후 오디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동료와 똑같이 섹시한 안무를 수행하는 남성 치어리더의 존재는 관중들에게 남성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NFL 팬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은 집단이니, 남성성에 대한 재교육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성 치어리더들의 급여나 처우가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수 많은 업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4-50년대만 해도 코딩은 주로 여성들의 일이었고, 이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저숙련 노동으로 치부되었고 급여도 매우 적었죠. 하지만 남성들이 이 업계로 진입함에 따라 업무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우와 사회적 인식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 업계도 있습니다. 2016년 아틀랜틱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교사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성들이 교직에 진출하게 되자, 평균 급여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지식의 전달자에서 미화된 엄마 노릇 정도로요. 여성이 특정 업계에 진출하자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업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버린 겁니다. 남성이 치어리딩 업계에 진출하면, 업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남녀불문 모든 치어리더는 뛰어난 근면성과 재능을 갖춘 스포츠인으로 이에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요. 사실 1800년대에 치어리딩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는 남성만이 치어리더가 될 수 있었습니다. 2차대전 때문에 남성 치어리더들이 대거 입대하고 나서야 여성 치어리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1950년대에 들어서자 치어리딩은 여성이 다수인 업계가 되었습니다. 치어리딩의 변천사는 이렇게 성비의 변천사와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지금까지 LA팀에서 남성 치어리더의 존재는 오히려 남녀 치어리더에 대한 기대를 부각하는 것이 그치고 있습니다. 치어리더 소개 페이지에 실린 사진만 보아도 차이는 분명합니다. 여성 댄서들은 비키니 하의에 화려한 브라탑을 입고 몸매의 곡선을 과시하는 포즈를 하고 있지만 남성 댄서는 헐렁한 상의와 운동복 반바지를 입고 있죠. 유일하게 웃음기를 뺀 표정을 한 것도 남성 댄서 한 사람 뿐으로, 그의 사진은 치어리더라기보다는 풋볼 선수의 프로필 사진에 가까워 보입니다. 홍보 영상 속에서도 그는 앞줄 센터에서 똑같은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지만, 여성 댄서들과 달리 폼폼을 들고 있지 않죠.
팀의 대변인은 “남성 치어리더들과 상의한 결과 그들이 폼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업무에 있어 NFL 치어리더들의 개인적 선호가 반영된 적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설명임은 분명합니다. 폼폼이라는 도구가 일반 댄서와 치어리더를 구분하는 유일한 소품인데도 말이죠. 안무가가 관객이 남녀 댄서를 구분하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거나, 폼폼이 너무 “여성스러운” 소품이라고 여긴 것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죠.
NFL이 치어리더들의 사생활과 몸 가꾸기를 지나치게 간섭하는 규정을 바꾸어야 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 규정이라는 것은 대부분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버팔로 빌스 팀의 규정집을 보면, 생리 중인 단원은 4시간에 한 번 씩 탐폰을 갈아야 하고, 생식기에 “데오도란트나 화학 제품”을 써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습니다. 올해 NF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직 치어리더 베일리 데이비스는 레이스 레오타드를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치어리더의 “세미누드” 공개를 금지하는 조항이 남성 치어리더들에게는 어떻게 적용될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치어리더는 팀의 선수와 같은 공간 안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이성애를 전제로 치어리더를 남성 선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것이 구단 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선수가 없는 NFL이 남성 치어리더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그 밖에도 여성 치어리더들은 다양한 성적 착취를 당해 왔습니다. 팬들은 여성 치어리더들을 두고 섹시함 순위를 매기고, 구단 스폰서들이 가짜 달력 사진 촬영을 핑계로 상의 탈의를 강요한 일도 있었죠. 남성 치어리더들도 같은 일을 겪게 될까요? 아니면 남성 치어리더들은 이런 관행에서 제외되면서, 업계의 성차별적 특징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될까요?
세 사람의 남성 댄서가 치어리딩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NFL이 받고 있는 성차별 혐의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데이비스는 구단이 똑같은 고용인인 풋볼 선수와 치어리더에게 성별에 근거하여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성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이들과 어울릴 수 있고,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릴 수도 있고, 공개된 곳에서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는데, 여성 치어리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제 치어리딩팀에도 남성 단원이 생겼으니, 선수와 치어리더 간의 차별이 성별에 근거한 것이라는 데이비스의 주장은 증명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NFL의 입장에서는 속옷 차림으로 팬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업계가 성중립적이라고 주장하기가 쉬워진 셈입니다. 젠더 이슈와 댄스 업계의 진보 이면에는 실력 좋은 변호사의 조언이 숨어있는 지도 모릅니다. (S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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