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기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전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만 생각하며 돕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말입니다. 돕는 자신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종종 다른 사람을 돕는 선택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도움을 주는 자신과 도움을 줄 때 드는 기분에 관한 일이기도 하며, 이건 좋은 자세입니다. 이런 이점은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움을 요청할 때 역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하면 안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공감 악용하기
공감은 도움의 강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지하고, 그 대상이 잘 지내는데 가치를 두고,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이 될 때 공감을 합니다. 본질적으로 이런 공감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공유되는 집단상호주의(타인과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의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적당한 공감을 끌어내는 건 도움을 받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말입니다. 고통이 너무 커지는 순간 “당신의 고통을 알아요”라는 생각은 더 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경에 이르면, 공감을 끌어내려던 상대는 아예 마음을 닫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빨리 멀어지려고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사과하기
도와달라는 요청과 함께 엄청난 사과의 세례를 받은 (상당히 불편한)경험이 있나요? “도와달라고해서 정말 죄송한데요, 이번 과제에 도움을 받으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도와달라고 해서 너무나 죄송해요. 제가 혼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바쁘신데…이렇게 도와달라고 하는 제가 너무 싫어요.”
이런 식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괴롭습니다. 물론, 여러분도 이런 상황을 짧게 끝내고 싶어서 그냥 알았다고 대답할 겁니다. 이런 상황은 돕고 싶어서 돕는 게 아니라 도와야 하기때문에 돕는 ‘상대에게 조정당한’ 도움 카테고리에 해당합니다.
때때로 같은 팀원들, 즉 팀이라는 관계가 성립되었거나 집단상호주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원을 받고 의지하는 건 묵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도움은 돌려주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사과를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우리가 같은 팀이 아니라는 걸 미묘하게 암시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과를 하지 않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사과는 실제로 우리가 공유하는 집단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도움을 주고 받는 사람 간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며 유대감을 단절시켜 버립니다. 지나친 사과 대신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게 되면 감사의 표현을 하세요. 그편이 모든 사람을 훨씬 더 만족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책임 회피하기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자신이 능력이 없어 보이거나 욕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애쓰다가 도움을 줄 사람에서 자신으로 그 초점을 옮겨버립니다. 이런 사람은 도움을 구할 때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평소에 도와 달라고 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혹은 “선택의 여지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지 않겠지만..”이나 심지어 “도와달라고 하는게 싫지만…”라고 말을 합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건 불편한 일이거든요. 우리가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은 의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는 말은 상황을 나아지게 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싫어하고 또 도움을 구하는 상황 자체를 비참해하는 것을 안다면, 도와주는 사람은 도움을 주는 데서 그다지 큰 만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상대가 얼마나 즐겁게 도와줄 수 있는지 강조하기
“이 일을 해보면 좋아하실 거에요! 정말 재밌는 일이거든요!” 제 동료 중 한 명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버릇이 있는 오랜 친구가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거실 페인트칠 하는 거 도와줄래? 맥주 마시면서 수다 좀 떨어보자. 여자들끼리 좋은 시간을 갖는거지!” 라던가 “자동차 정비소에 좀 데려다 줄래? 너 본지 정말 오래 됐는데 함께 드라이브도 하고 말이야!”
이런 상황은 마치 도움을 주고받는 행동으로 우정이 얼마나 끈끈한지 증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가 도움을 주면서 즐겁게 느낄 거라고 명백히 확신을 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을 도우면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받을 보상을 상기시키는 일은 대개 돕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앗아가 버립니다. 첫째, 상대를 조작하고 통제하려는 느낌을 들게 하고 돕는 이의 자율성을 빼앗아 가버립니다. 둘째로 정말 끔찍하게 선수를 치는 일입니다.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에 대해 도움을 청하는 당신이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걸 결정하는 건 도움을 주는 상대입니다.
도움을 아주 작고 사소한 부탁처럼 만들어 버리기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굉장히 마음 불편한 일로 생각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거절하리라고 예상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필요한 도움을 작고, 하찮고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시할만하거나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도움인 것처럼 표현하는 전략을 흔히 사용합니다. 도와줄 일이 전반적으로 어떤 불편도 끼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합니다. “이 계약서 좀 고객 사무실에 갖다 줄 수 있을까요? 그 사무실이 집에 가는 길에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시간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지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해주실 수 있나요? 5분도 안 걸릴 거예요.” 문제는, 이렇게 요청을 최소화함으로써 도와주는 사람의 도움을 함께 최소화하고, 결과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 갖는 기쁜 마음까지도 최소화해 버리는데 있습니다..
도움을 준 사실 상기시키기
“제가 정말 까다로운 고객을 가져갔던 일 기억 하세요?”
도움을 구하는 일은 자신을 약하다고 생각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때로 상대에게 과거에 그들을 도와준 일을 상기시키려고 합니다. 이런 시도는 역시 어색한 상황을 만듭니다.
상호주의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상대에게 도움을 준 사실을 상기시킬 정도라면 상대는 도와주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도와 준 사실을 기억시키는 행동은 상대를 조종하려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으며(솔직히 조종이 맞죠), 심리학자 아담 그랜트가 말하는 ‘매칭(matching)” 행동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즉 특별히 관대하거나 좋은 느낌을 주지도 못하게 됩니다. 이건 마치 친구와 피자를 먹으러 가서, 피자를 두 조각 더 먹었으니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이런 행동은 상대에게 당신이 채점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며, 이렇게 계산하는 행동은 근본적으로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상대의 도움이 얼마나 유익한지 이야기하기
당신은 가축처럼 사육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타인의 도움에 대해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종종 감사를 표현할 때 심각한 실수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중점을 둡니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기쁘고 큰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원 사라 알고, 로라 컬츠, 니콜 힐레어는 감사의 표현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타인의 성품이나 능력(즉 타인의 긍정적인 부분)을 검증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포함한 상대를 칭찬하는 유형과 도움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그 도움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는지를 표현하는 자기 이득 유형이 그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커플들이 자신의 파트너가 최근에 한 일에 대해서 감사를 표현하는 법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구 참가자들의 표현은 상대를 칭찬하는 방식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분류되었습니다. 각 유형의 표현 방식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방 칭찬하기: “그 행동은 당신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어…” “당신은 필요 이상으로 도와주었어…” “당신은 그 일을 정말 잘 하는 것 같아.”
자신의 이익에 초점 두기: “당신 덕택에 쉴 수 있었어.” “덕분에 직장에서 우쭐댈 수 있었어.” “나 행복해”
마지막으로 도움을 준 사람은 상대가 얼마나 감사함을 표현했다고 느끼는지, 얼마나 도움을 준 사실에 대해 행복했는지, 또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느끼는지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연구원들은 파트너를 칭찬하는 행동이 반응과 긍정적인 감정 및 애정과 강한 관련이 있었으나 자신의 이익에 초점을 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힘든 부탁도 어렵지 않게 하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 상대가 자신이 조정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도움을 주는 과정이 즐거운 경험이 되게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강화 방법으로 타인을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며 도와주는 문화를 만들도록 강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첫 번째의 강화 요소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강한 집단 의식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사람과 같은 팀이라는 믿음, 즉 중요한 집단의 일부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신념은 집단상호주의를 넘어서는 것으로 같은 집단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돕는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행복과 복지는 집단 전체의 행복과 복지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한 집단 내의 멤버라는 인식을 만들면 기꺼이 도우려는 마음을 갖게됩니다.
두 번째의 강화 요소는 긍정적인 정체성에 대한 기회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움을 줄 때 도움을 주는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타인을 도울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이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역할을 하게 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생각하면서 타인을 더 많이 돕게 됩니다. 자신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면모가 중요하게 자각되면 그런 인식에 맞게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세 가지 중에 가장 강력한 마지막 강화 요소는 자신의 영향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른 말로, 사람들은 자신이 주는 도움의 영향(혹은 미래에 미칠 영향)을 보거나 알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 이건 어떤 자부심의 문제가 아니라 몇몇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근본적인 인간의 동기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의도했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알고 싶어 하고 본질적으로 본인 위주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어 합니다. 이런 피드백이 없을 경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돕고자 하는 동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이런 특징은 특히 도움에 관한 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강화 요소는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내재한 돕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킬지의 유무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동기 없이도 사람들은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그러한 도움의 유익은 받는 사람에게 국한됩니다. 좀 더 제한적인 도움을 받게 되며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관계에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집단의식과 긍정적 정체성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자신의 도움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볼 수 있는 방법과 같은 강화 기능들은 대부분 잠재적으로 이미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때 잘못된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도움을 받은 후 경솔한 말을 하면서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쿼츠, Heidi 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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