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만 11만 4,700명의 성인과 소아가 신장과 다른 장기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중 스무 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장기를 동물의 몸속에서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인공장기를 만드는 다른 방법들은 우울한 미래를 그리는 과학소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의학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장기 부족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나는 한 인터뷰에서 한때는 흥미로운 기술이었지만 이제 점점 이상한 기술로 바뀌고 있는 줄기세포를 응용하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인공장기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UCSF의 세포 공학 연구소 공동 소장이자 생명공학자인 제브 가트너와 소위 ‘오가노이드(organoid)’라 불리는, 실험실실의 인간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특정한 장기의 세포조직에 대해 듣고 있었습니다. 이 조직은 인간 장기의 생성과 질병의 근원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이 조직을 이용해 실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신장, 췌장 등의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실험 중에는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낸 실험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브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는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대체 장기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배반포 보완법(blastocyst complementation) 같은 것들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처음 듣는 단어라구요? 저도 그랬습니다. 사실 이 기술은 유전학을 이용해 특정한 개인을 위한 장기를 돼지나 양의 몸 속에서 성장시키는 기술이며, 이론적으로는 이식을 받을 이의 유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체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완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이 현실화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이 기술이 가능해진다면 지금의 장기부족 문제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장기를 얻기 위한 동물을 만들고 또 이들을 죽여 장기를 얻는 일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15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러한 종류의 연구에 대해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연구비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가트너는 자신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이 배반포 보완법 기술에 대한 논쟁이 사실 인공 장기 기술의 윤리적 사회적 측면을 포함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할 수많은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는 온갖 별난 기술들이 다 있습니다.” 그는 앞서 이야기한 오가노이드 기술 외에도, 서로 다른 종 사이에 장기를 키우는 기술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장기를 제작하는 기술 등의 접근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설사 이런 기술로 인간의 장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으로 정말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가트너는 한 가지 끔찍한 예를 들어 이를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인간 조직을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곧,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당신을 위한 새로운 심장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을 복제한 다음 심장을 꺼내느 것”인 셈입니다. 사실 사람을 복제하는 것은 충분한 돈과 윤리적 문제만 없다면 지금의 기술로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방향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런 기술은 우리 인간이 만들고 싶어 하는 사회의 모습과 충돌합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들도 있습니다.
배반포 보완법을 한 번 자세히 알아봅시다.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실험실의 동물에 인간의 세포나 조직을 이식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는 흔히 행해지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신화속 동물의 이름을 따 종간 키메라(interspecies chimera)라 불리며, 과학자들은 이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가장 커다란 발전은 지난 2010년 유전학자 히로미츠 나카우치가 이끄는 일본의 연구팀이 스스로는 췌장을 만들 수 없는 생쥐를 만들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생쥐가 전-배아(pre-embryo)상태(이때는 배반포 상태라고도 불립니다)일때 다른 쥐의 만능줄기세포를 주입했습니다. 만능줄기세포는 어떤 장기로도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이며, 생쥐에 주입된 이 만능줄기세포는 스스로 부족한 장기, 곧 췌장을 만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생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다른 쥐의 췌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오늘날 키메라 장기 제작기술로 발전했고 나카우치의 연구팀은 스탠포드 대학으로 옮겨와 다른 연구팀과 함께, 한 사람의 피부나 혈액에서 만능 줄기세포를 찾아 이 세포를 전-배아 상태의 돼지나 양에게 주입해 인간의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윤리학자들은 이런 인간-동물 키메라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헤친다고 생각합니다. 돼지 몸속에서 자란 장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른 예상치 못하는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의 전-배아 상태에 주입된 인간의 줄기세포가 인간의 정자나 난자를 만들게 되고 인간과 돼지의 잡종이 탄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또는 인간의 세포가 동물의 뇌와 결합해 마치 “인간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동물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돼지가 인간과 비슷한 몸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장벽에 의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의 줄기세포가 원래 목적했던 장기로만 발달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도덕적 논란은 이렇게 이용되는 동물의 권리를 두고 벌어질 것입니다. 만약 인간의 췌장이나 간이 돼지의 장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이는 돼지의 다른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돼지를 그저 인간을 위한 장기 공장으로 만드는데 윤리적 문제는 없을까요? 적어도 동물권 지지자들은 이 두번째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문제가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윤리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오늘날 인류가 돼지를 그저 식량으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의학적 목적으로 죽이는 것을 크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매일 엄청난 양의 동물을 식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이들을 장기의 생산에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더 윤리적인 일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마스트릭트 대학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쇼의 말입니다.
물론 크게 보면, 돼지를 장기 공장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다른 상황들 또한 따라오게 됩니다. 그리고 가트너가 말한 것처럼 각각의 상황들은 나름의 도덕적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와 진화적으로 더 가까운 원숭이나 침팬지가 인간의 장기를 기르기에 더 적합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영장류를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했을때, 쇼(Shaw)와 같이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들은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만을 비활성화 시켜 그저 “뇌가 없는” 인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쇼는 이론적으로는 그런 뇌가 없는 인체 혹은 영장류의 몸을 장기 공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들이 의식이 없으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실제로 두 명의 학자는 인공”자궁”에서 만들어지는 뇌없는 인간을 인공장기 공장으로 만드는 대안에 대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겁니다. 물론 지금 미친 소리로 들리는 아이디어가 30년 뒤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가 아나요? 한때 시험관 아기에 대해 사람들은 경악했고 신을 모독하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누구도 시험관 아기를 문제삼지 않습니다.
2015년 가을 배반포 보완법에 대한 윤리적 문제들을 먼저 조사하기로 결정했던 NIH는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16년 8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구비지원 제한을 해제하자는 제안을 내 놓습니다. 이 제안에는 21,000 개의 댓글이 달렸고, 대부분은 인간-동물 키메라를 반대하는 것이었으며, 그 중 몇몇 댓글은 이 연구가 “비도덕적”이며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괴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구역질이 난다”고 썼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제안은 여전히 계류중이며 정부의 연구비는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리학자들은 위의 댓글에 나타난 것과 같은 대중의 감정적 대응이 이 새로운 인공장기 기술이 넘어야할 마지막 산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가능한한 빨리, 인류가 이런 인공장기 기술로 부터 얻을 수 있는 것과 치뤄야할 비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걱정을 듣고 이에 대해 진정한, 사려깊은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생명윤리학자 조나단 키멜만의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러한 아이디어가 실험실을 떠나 실제 병원에서 시행되기 까지는 수 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며, 실제 현실에서 이 기술이 적용될 때에는 처음의 아이디어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상적으로는 과학자들이 “연구가 끝난 뒤가 아니라, 과학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그 시점 혹은 그 기술의 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대중과 교감을 이룰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자인 쇼는 적어도 한동안은 이 고가의 새로운 인공장기가 부유한 이들만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때문에 그는 이런 논쟁을 접어두고 당장의 장기기증을 늘일 수 있는 방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장기기증자로 등록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자신은 장기기증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이런 논의를 할 필요조차 없을겁니다.”
(언다크, Ingfei 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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