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C. 만(Charles C. Mann)의 새 책 “마법사와 예언자(The Wizard and the Prophet)”는 21세기 지식 생태계를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 믿는 마법사와 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하는 예언자들의 싸움으로 묘사합니다.
“예언자는 세상이 유한하며 인간은 환경에 구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마법사는 세상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인간은 지구의 영리한 지배자라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성장과 개발을 우리 종이 가진 복권이자 축복이라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는 안정과 보존이 우리의 미래이자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법사는 지구를 인간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공구 상자처럼 여기는 반면 예언자는 자연이 임의로 바꾸어서는 안 되는 거대한 질서의 구현이라 생각한다.”
“다시 계몽의 시대로: 이성, 과학, 인본주의, 진보의 시대(Enlightment Now: The Case for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이하 ‘계몽’)를 쓴 스티븐 핑커는 마법사이고, “호모데우스: 짧은 내일의 역사(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를 쓴 유발 노아 하라리는 예언자입니다.
‘계몽’을 읽는 것은 마치 “오늘 나는 이런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자기계발 전문가가 강조하는 감사 일기의 느낌입니다. 핑커는 오늘날 인류가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강조하며, 우리가 이를 종종 잊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인류 진보의 이야기는 진정 영웅적이다. 또한 눈부시기까지 하다. …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고, 덜 아프게 되었고, 더 많이 배우고 있으며, 더 똑똑해졌고, 그리고 더 많은 작은 기쁨들과 충만한 경험을 누리게 되었다. 살해당하는 사람의 수는 줄었고, 다른 이로부터 공격받는 이도 줄었으며, 노예가 되는 사람, 억압받는 사람, 타인에게 부림 당하는 사람도 줄었다. 평화를 유지하며 꾸준히 번영을 구가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으며, 곧 지구 전체가 그렇게 될 것이다.”
반면 하라리는 다른 예언자처럼 우리 조상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나았다고 말합니다. “2만 년 전의 평균적인 사피엔스는 오늘날의 사피엔스보다 아마 더 높은 지능과 더 나은 도구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학교와 직장에서 종종 능력 테스트를 받지만, 이 시험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가의 복지 정책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 그러나 석기시대에는 매일 매 순간 자연선택이 이루어졌으며, 한 번이라도 여기에서 실패했다가는 땅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종교적인 이들은 ‘계몽’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핑커는 진보와 보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대안 우파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합니다. 핑커 자신은 어느 정도 자유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빼놓지 않습니다. “사실 이상적인 자유주의가 구현된, 곧 사회적 비용을 전혀 쓰지 않는 선진국은 전 세계에 한 나라도 없다. … 마치 자유국가가 형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자유시장은 치안, 노동, 환경 등에 대한 규제와 함께 존재한다. 또한, 자유시장은 의료, 교육, 복지 등에 상당한 수준의 비용을 지불한다. … 사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에서 가장 높은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
핑커는 또한, 피케티가 좋아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같은 불평등에 관한 운동에도 비판을 멈추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를 쓴 억만장자 J. K. 롤링은 4억 부 이상의 책을 팔았고,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해리포터 영화를 보았다. 아마 수억 명의 사람들이 책, 혹은 영화에 1만 원 정도의 돈을 썼고, 그중 10% 정도가 롤링에게 갔을 것이다. 그녀는 억만장자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증가시켰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 그녀의 재산은 수십 명의 자발적인 판단의 부산물인 것이다.”
조셉 캠밸은 한때 “신화”를 “다른 이들의 종교”라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라리는 이런 관점에서 계몽이라는 청량제 역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곧 인본주의는 종교를 이성으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종교를 새로운 종교로 대체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라리에게는 인본주의 또한 하나의 종교에 불과합니다. “인본주의자들은 인본주의를 믿으며,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신이 했던 역할을 인본주의가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인본주의는 기독교, 불교와 같은 모든 성공적인 종교가 겪었던 운명을 겪었다. 곧 번영하고 진화한 뒤, 여러 분파로 나뉘게 되었다.” 인본주의에는 세 가지 주요 분파가 있습니다. 각각은 1)자유주의적 인본주의, 곧 인본주의의 정통파이며 “유권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아름다움은 관찰자의 마음속에 있다”, “고객은 항상 옳다” 등을 믿는 첫 번째 분파와 2)사회주의적 인본주의, 곧 “수많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을 포함하는” 분파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3)진화론적 인본주의, 곧 “나치로 가장 유명한” 분파가 있습니다.
하라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초기에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의 차이가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인본주의와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등과의 거대한 차이에 비해 인본주의 내부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이 죽었고 인간의 경험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에만 동의한다면, 모든 인간의 경험이 동일하건 혹은 사람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건 그게 큰 상관일까? 그러나 인본주의가 세상을 정복해나가면서 내부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인류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쟁으로 이어졌다.” 16세기와 17세기가 기독교 분파 끼리의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면, 20세기는 인본주의자 분파 내의 종교전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라리는 말합니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처음부터 유리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라리는 20세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장 명석하고 뛰어난 인물들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는 이런 모든 예측을 깨고 경쟁자들을 물리쳤습니다.
“21세기 초,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상영되는 쇼이다. … 2016년 현재,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과 같은 자유주의 패키지에 맞서는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1년 서구를 휩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나 스페인의 15-M 운동은 민주주의, 개인주의, 인권에 반대하지 않으며 심지어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원칙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들은 정부에 이런 자유주의적 이상에 더 충실하라고 요구한다. 곧, ‘파산시키기에는 너무 큰’ 은행이나 기업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어서는 안 되며 시장은 진정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한, 정부는 돈 많은 로비스트나 강력한 이익단체를 대변해서는 안 되며, 평범한 일반인의 이익에 충실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즉, 주식시장과 정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이들조차 새로운 사상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패키지의 오류를 찾는 것은 서구 학계와 활동가들이 즐겨 하는 소일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퀼레, John Faithful H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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