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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스티븐 핑커 신작 Enlightment Now 서평

“내 생애 최고의 책”

나는 한동안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 안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이하 ‘선한 천사’)를 지난 10년 동안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해야 한다면 나는 그 책을 권했을 겁니다. 핑커는 그 책에서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엄밀한 고증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나는 인류가 진보한다는 사실에 대한 그보다 더 명확한 설명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핑커의 이번 새 책 덕분에 나는 더 이상 ‘선한 천사’를 추천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의 새 책 “다시 계몽의 시대로(Enlightment Now)”(이하 ‘계몽’)이 더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계몽’에서 핑커는 자신이 ‘선한 천사’에서 역사적으로 폭력이 어떻게 줄어들었는지를 보이기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삶의 질, 지식, 안전 등의 열 다섯 가지 항목에 적용합니다. 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세상이 어떻게, 그리고 왜 더 나아졌는지를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선한 천사’를 규모를 훨씬 키운 확장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몽’의 공식 출간은 2월 말이지만 핑커는 내게 초판을 미리 보내주었고, 나는 이 책을 아끼면서 천천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책을 ‘선한 천사’보다 더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수많은 사실들을 설득력 있으면서도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성, 과학, 인본주의가 최고의 선으로 추앙받던 계몽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게이츠 노트 인사이더에 가입한 이들은 이 부분을 다운받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이성, 과학, 인본주의의 확장에 물론 찬성이지만 각각의 주제를 다룬 다음 열 다섯 개의 장을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핑커는 역사적 흐름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사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그가 전달하는 정보의 상당 부분, 특히 건강과 에너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각 주제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더 새롭고 신선한 정보처럼 느껴지도록 다듬었습니다.

나는 기초적인 데이터에서 역사적 진보를 읽어내는 그의 능력을 사랑합니다. 나는 인류의 현재 성적으로 빈곤이나 소아 사망률의 급격한 감소를 들곤 했는데, 핑커는 이들 외에 더 모호한 주제들 역시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래는 내가 그의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다섯 가지 사실입니다.

1. 인간이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은 20세기 초에 비해 오늘날 1/37로 줄었습니다. 이는 번개가 치는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일기예보, 안전교육, 그리고 도시생활의 증가 덕택입니다.
2. 1920년 빨래를 위해 사람들은 1주일에 11.5시간을 썼지만 2014년 에는 1주일에 1.5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문명의 진보 관점에서는 사소한 일로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탁기의 보급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였고 여성들에게 여가 시간을 주어 다른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거의 한 나절의 여유가 생기면서 그 시간을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새로운 사업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업무상 재해로 죽을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매년 5,000명이 산업재해로 죽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인구가 2/5에 불과하던 1929년 산업재해로 죽은 이는 20,000명입니다. 당시에는 일을 하다 죽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겼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터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4. 전세계적으로 IQ는 매년 3포인트씩 올라갑니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환경의 개선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핑커는 교실 안팍에서 사람들이 더 분석적인 사고방식을 하게 된 것 또한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홈화면이나 지하철 지도에서 얼마나 많은 기호를 읽는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오늘날 사회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며, 이는 우리를 더 영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5. 전쟁은 불법이 되었습다. 이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1945년 UN이 창설되기 전까지는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를 멈출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또한, 몇몇 예외는 있지만, 국제적 고립과 경제제재는 전쟁을 막는 효율적인 방법임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핑커는 또한 실제 사회의 발전과 사람들이 인지하는 발전의 차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룹니다. 이 문제는 나 역시 오랫동안 생각해온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분명 예전보다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며,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다고 느끼는걸까요? 왜 사람들은 긍정적인 뉴스는 듣고 넘기는 반면 부정적인 뉴스에는 계속 매달리는걸까요? 핑커는 우리가 왜 염세주의에 끌리며 그런 본능이 우리의 세상에 대한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훌륭하게 설명합니다. 물론 나는 그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심리학적인 설명을 더 깊이 들어가주기를 바랐지만 말입니다. 내가 곧 소개할, 최근 세상을 떠난 한스 로슬링의 유작 “우리가 세계를 오해하는 열 가지 이유(Factfulness)”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는 핑커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가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너무 낙관적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쉽게 무시합니다. 나도 물론 터미네이터 영화와 같은 일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근저에 존재하는 질문, 곧, 누가 로봇을 지배하는가 하는 질문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는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누가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지배하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자동화를 둘러싼 여러 문제 또한 진보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계몽’의 마지막 장에서 핑커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세상에서 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완벽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지식을 활용해 인류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 또한 끝없이 가능하다.”

비록 항상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에게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티븐 핑커와 같은 지성이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계몽’은 핑커가 썼던 책 중에 최고의 책을 넘어,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 중에 최고의 책입니다.

(게이츠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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