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는 슬픔과 분노의 힘으로 내전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후티 역시 예멘을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전혀 없었습니다. 후티가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쓰레기가 쌓여만 갔고 현금을 보기 힘들었으며 전기는 끊겼습니다.
후티는 국가 운영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살레와 함께 전쟁하던 때와 그 이후에도 국가 운영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후티가 헤매고 있는 사이 사우디가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가 예멘에 개입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1934년 사우디의 군대는 자이디 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지역을 되찾았고 그들의 지도자인 사우드 왕자는 나중에 왕이 됩니다. 오늘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이 왕조의 첫 번째 왕손입니다. 대외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예멘 내전에 개입했지만 결국 예멘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궁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도와달라는 하디의 요청을 받고 무하마드 왕자는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수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이 참여하는 연합을 구성했습니다. 이 국가들은 2015년 3월부터 예멘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후 사우디는 공중 폭격이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우디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사우디는 예멘의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군사 작전이 아닌 정치적인 해답을 찾는 방향으로 집중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실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몇달 동안 연합의 공중 폭격 지원을 받는 지역군은 후티를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쪽 지역에서까지 후티를 몰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연합군은 후티가 점령하고 있는 북쪽 지역을 굶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예멘 비극의 책임은 많은 부분은 사우디가 만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집단들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후티와 살레의 세력은 타이즈, 아덴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이들은 구조 물품을 가로채고 군수품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하디는 후티 반군이 약 4조4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으로부터 갈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후티는 이 돈을 음식과 의약품을 사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하디는 사나에 있는 은행을 아덴으로 옮기고 북쪽 지역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습니다. 북쪽의 학교와 병원은 폐쇄되었고 지역은 황폐해졌습니다.
사우디는 예멘에서 두 가지 의미에서 실패했습니다. 사우디는 하디의 정부를 재건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더 나아가 사우디는 예멘에서의 승리를 통해 이란의 시아파를 견제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이 서로 더 넓은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에서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도 피해를 보았습니다.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내부에, 레바논의 헤즈볼라(Hizbullah)와 같은 민병대를 훈련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두 세력은 예멘을 중심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후티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후티에 군수품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란은 후티가 사용한 미사일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미군 장군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대공, 대함 미사일과 지뢰, 자폭선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가 예멘에서 날라오는 미사일을 격추했을때 사우디는 이 미사일이 이란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사우디는 든든한 지원자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이 방문했을 때 사우디가 후티 반군에 대해 “강한 행동(strong action)”을 하는 점을 높게 평가하며, 사우디에 약 132조 원에 달하는 “아름다운(beautiful)” 무기를 공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 전쟁은 영국의 군수 기업 입장에서도 반길 일입니다. 이 전쟁이 시작된 후 영국의 군수 기업들은 대 사우디 수출 물량이 많이 증이하였습니다. 유럽 의회가 사우디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엠바고(출입항 금지명령)를 내렸을 때 데이비드 카메론 당시 영국 총리는 마치 트럼프처럼, 영국이 수출하는 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설파했습니다. 테레사 메이는 적어도 이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모습은 보여줬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사우디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가 사우디를 견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는 또 다른 나라인 프랑스와 함께 이들은 전쟁 중 일어난 학대를 감사하려는 유엔의 노력을 무마했습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Zeid Ra’ad al-Hussein) 유엔최고인권대표는 올해 초 학대문제를 논의할 패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 세계 국가 공동체가 예멘 분쟁의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회복하려는 노력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패널은 만들어졌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가 패널의 권한을 축소하고 나서야 패널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유엔은 3차례의 걸친 협상 테이블을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하디 대통령은 후티가 점령 지역을 포기하고 무장을 해제할 때까지 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후티는 유엔이 자신들에게만 타협을 강요한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지난 5월 이스마일 울드 세이크 아메드(Ismail Ould Cheikh Ahmed) 주예멘 외교관은 이동중에 사나의 시위대에 의해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메드와 접촉할 일은 없을 것이며 아메드는 사나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후티의 지도자 살레 알사마드(Saleh al-Samad)가 한달 후 발표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양측은 불안해 보입니다. 남쪽에서는 사우디가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살라피스트(Salafists), 분리파(secessionists), 그리고 다른 민간 군을 모아 다루기 힘들 것 같은 군 조합을 형성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이 조합이 “걸프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산” 결과라고 말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알카에다와 같은 지하디스트와 관계가 있다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아무도 하디 대통령이 미래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쪽에서 후티는 살레가 몰래 사우디가 형성한 연합과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내전의 이해관계자 중 가장 약한 축인 살레는 이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아마도 그 어느 집단에서도 반겨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살레와 후티 반군이 충돌해 몇 명이 숨졌을 때 이 갈등은 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두 집단은 화해했지만, 아직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후티 내부에서도 급진파와 중도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후티의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Abdul-Malik al-Houthi)는 협상할 의사가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경파의 입김이 더 세지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에이프릴 롱리 알레이(April Longley Alley)는 후티 내부의 분열이 공개적인 갈등으로만 번지지 않는다면 협상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상을 시도하려는 집단에 당근을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모든 카드가 전부 채찍입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언젠가는 북쪽의 시민들이 후티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티 지도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시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레 대통령은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아직 길거리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예멘지역의 평화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멘의 전쟁 지도자들은 전쟁에서 얻은 약탈품을 암시장에서 팔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디 정부는 일부러 물품의 공급을 조절해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전문가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철수하더라도 전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반적인 예멘 시민은 이러한 정치 싸움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알리 마헤드의 텐트에는 마헤드가 그동안 겪은 고난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시민들이 모여있습니다. 시민들은 후티 지역에서 왔지만, 그들은 부족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습니다. “오직 알라(Allah).” 그들은 말합니다. 이 내전에서 누가 이기는지 시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그저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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