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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에너지 원의 확대(2/3)

세번째 에너지 시대: 산소
산소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전자 수용체로써 산소는 염소와 불소를 제외한 어떤 원소들 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다. (염소와 불소는 지구에 충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응성이 너무 높아 생물학적으로 거의 활용될 수 없다.)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은 상당부분 이 풍족한 산소에 기반하고 있다.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유기체의 등장 시기는 남조류의 등장시기처럼 미스테리로 덮여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초기 생명체가 미미한 산소나 비생물적 과정으로 만들어진 과산화물을 사용하도록 진화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남조류의 등장 이전에 산소호흡을 하는 유기체가 먼저 등장했을 것인지, 아니면 남조류와 같이 진화했을지 하는 문제이다. 어떤 경우이든, 산소급증사건이 있기 이전에, 남조류에 의해 만들어진 산소가 충분한 오아시스에서 산소호흡을 하는 유기체는 크게 번성했을 것이다.

산소는 에너지원인 동시에 생물학적으로는 위협요소이자 기회이다. 산소는 몇몇 효소의 활동을 막을 뿐 아니라 과산화물이나 초산화물(superoxide ion)은 DNA와 단백질을 파괴하는 반응성 화합물이다.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기체는 해독효소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산소는 생명체가 콜라겐과 같은 새로운 분자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산소 시대에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진핵 생물(eukaryotes)이 등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에 육상 식물이 될 계통이 나타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각각 두 가지 무관한 생물 계통이 결합하면서 이루어졌는데, 진핵 생물의 경우 고세균(archaeon)과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um)이라는 계통의 결합이며 육상 생물은 진핵 생물과 남조류의 결합이다.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는 미토콘드리아로 진화하고 남조류는 엽록소로 진화한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유기체가 에너지를 전환시키는 능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홍조류(red algae)의 화석은 이 두 사건이 약 12억년 전에 이미 일어나 있었음을 말해주며 진핵생물로 추정되는 미소화석은 18억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진핵생물에 세포내 기관으로 자리잡은 미토콘드리아에는 몇 종류가 있다. 이 중 인간에게 존재하는 ‘표준’ 미토콘드리아만이 산소를 필요로 한다. 세 가지 다른 종류는 혐기성 신진대사를 하며 이 중 두 종류는 수소를 만들어낸다. 이는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수소를 만들어내며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는 산소를 소모하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가 수소를 필요로하는 고세균과 공생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진핵생물이 탄생했다는, 마틴과 그 동료들의 가설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이 가설이 맞다면, 고대의 진핵생물은 산소가 있는 환경과 없는 환경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가설은 오늘날 진핵생물 내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미토콘드리아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소 없이도 ATP 를 만들어내는, 비슷한 생화학적 특성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종이 진핵생물의 여러 진화 가지에 고르게 퍼져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진핵생물은 감수분열과 유성생식, 그리고 핵의 존재 등의 여러 면에서 원핵생물과 다르다. 특히 진핵생물만이 복잡한 다세포생물로 진화했다. 레인과 마틴은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에너지 생산량을 늘였음을 보였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진핵생물의 등장과 분화는 원핵생물에게도 새로운 환경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진핵생물 또한 더 다양한 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진핵생물은 체내 미생물집단(micro biome)등의 방식으로 원핵생물과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진핵생물이 더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향상된 대사 능력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관점에서 진핵생물은 한 가지 특별한 특성을 개발해냈다. 이는 식균작용(phagocytosis), 곧 외부 물질을 삼키는 능력으로 때로 이 외부 물질 중에는 다른 생명체가 있었다. 다른 존재를 통으로 삼키는 기술은 진핵생물이 개발한 것으로 보이며, 구미가 당기는 기술이었다.

네번째 에너지 시대: 고기
약 5억 7500만년 전, 에디아카라 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동물이라 불린 이들은 곧 자연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이들은 다른 생명체, 특히 다른 동물을 사냥하고 이를 소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었다. 겨우 4천만년 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이들은 지구를 크게 바꾸었다. 이 시기 이전까지는 생태계란 곧 미생물의 생태계였다. 그러나 고기를 섭취하는 기술은 현생대(Phanerozoic)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유기체의 덩치를 키웠으며, 새로운 진화 방식과 속도를 주었고, 새로운 종류의 생태계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생명체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키웠다.

산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기 섭취에도 기원이 있다. 약 7억 7천만년 전 진핵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하던 시기, 섬유질로 자신을 보호하는 조류(algae)가 진화한 것은 단세포 진핵생물이 자신을 삼키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또한 스탠리는 단세포 진핵 생물이 서로를 삼키는 과정에서 다세포 생물이 발생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분자 시계는 최초의 동물이 이 시기에 진화했음을 알려주며 크놀과 래허는 미소 동물이 진핵 원생 생물의 분화를 도왔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동물은 모든 수준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달팽이나 동물성 플랑크톤은 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의 다양성에 기여하며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사냥함으로써 식물의 다양성에 기여한다. 이런 다양한 포식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먹이사슬은 최초의 육식 동물이 탄생한 5억 5천만 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의 등장을 통해 동물의 다양성이 급속하게 증가한 캄브리아 대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동물은 생태계의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지구의 생물량(biomass)과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도 차원이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버터필드는 오늘날 대양의 생물량 중 80%가 동물이라 말한다. 또한 동물의 진화는 새로운 공진화 선택압을 만들었는데, 이는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 특히 뚜렸하게 나타나 진화의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동물의 내장과 피부는 다른 생명체들이 공생, 혹은 기생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

지질학적인 관점에서도 동물의 번성은 적어도 네 가지 주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포식 행위는 즉각적으로 방해석이나 규소를 이용한 껍질, 비늘, 가시, 등딱지 등의 보호조직을 진화시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초의 보호장비는 7억 7천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껍데기와 같은 보호조직이 널리 퍼진 것은 이 시기이다. 이는 방산층(radiolarite), 석회석(limestone), 패각암(coquina), 석회암(chalk) 등이 널리 축적되게 만들었으며 해양의 화학적 구성을 바꾸었고 규소나 칼슘을 이용하는 유기체를 만들었다.

둘째, 동물의 배설물은 영양소를 널리 퍼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의 배설물 알갱이는 조류나 박테리아보다 더 빨리 가라앉으며 , 이는 유기물을 해저 표면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가진다. 오늘날 향유고래의 배설물은 철분을 심해에서 해수면으로 가지고 올라오는 역할을 한다. 가마우지와 같은 조류의 배설물은 바다의 영양소를 육지로 전달하며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이다.

동물이 지구에 미친 세번째 변화는 바로 동물이 판 굴이다. 화석 증거는 지표면을 따라 만들어진 단순한 굴이 5억5천5백만 년 전에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초기 캄브리아기가 되면 굴의 크기, 깊이, 복잡성은 크게 증가한다.

굴에 의해 퇴적물이 뒤섞이는 것을 생물교란(bioturbation)이라 한다. 다윈이 지렁이를 관찰하고 말했던 것처럼, 굴을 파는 것은 쟁기로 땅을 일구는 행위에 해당한다. 곧 영양소를 걸러내고 땅에 물을 대며 퇴적물과 흙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이다.

마지막 변화는 위의 생물교란, 배설물, 그리고 보호조직의 진화를 통해 육식 동물이 지구의 생물지구화학적(biogeochemical) 순환을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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