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흘간 상원 내 공화당 리더들은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합동조세위원회가 정부의 재정 적자에 1조 달러를 더할 것으로 우려한 바로 그 법안이었습니다. 공화당은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청문회 과정은 거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부유한 기부자들에게 했던 세금 감면 약속을 지키고, 궁극적으로는 재정 적자를 핑계로 메디케어와 복지 제도를 축소하고 민영화하려 한다는 동기를 감추려 들지도 않았습니다.
의회는 더 이상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11년 전, 우리는 “망가진 의회(The Broken Branch)”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습니다. 부제는 “어떻게 의회가 미국을 배신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회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 제목은 크게 두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었죠. 하나는 의회라는 기구가 망가진 데는 양당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습책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 공화당이 초래한 세금 개편안 통과 사태는 그 두 가지 전제가 모두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우리가 2006년에 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엉터리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당시의 정치 지형 분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것은 미국 국내 정치가 예상 밖의 놀라운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이 한쪽에 있다는 것이며, 이 사실은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006년에는 두 당에 공평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공화당이 미국 정치 제도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포괄적인 해악을 끼쳤다는 점이 명확해 보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이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이며 대통령이 공화당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훨씬 더 근본적입니다.
우리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 사안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민주당원으로 등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중도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도 있고, 양 당의 주요 인물들과 함께 정치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죠. 그럼에도 작금의 정치 상황은 공화당의 책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세 가지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의 생각이 달라졌죠.
1990년대 초, 공화당은 전략적으로 의회와 정부를 악마화하며 입법 과정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정부 불신은 더욱 가속화되었죠.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의 부시 대통령, 원내 대표인 존 베이너 의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set Relief Plan)의 통과를 저지하면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냈습니다. 이른바 포퓰리즘적 리액션의 씨앗이 이때 뿌려진 셈입니다.
다음은 “오바마 효과”였습니다.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새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교육 개혁안과 세금 감면안을 비롯한 새 정부의 우선순위 법안들을 모두 통과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달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시 공화당은 전략적으로 대통령의 모든 법안을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타협의 기색을 보이면 이를 나약함이나 진정성 부족으로 낙인찍기 바빴죠.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지휘하에 공화당은 필리버스터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입법을 방해하고, 판사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오바마 효과”의 인종주의적 면모는 도널드 트럼프의 “오바마 출생지 논란 운동”으로 이어졌죠.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품고 있는 포퓰리즘적 분노를 부채질해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 대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들은 공화당이 승리하면 대통령이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라는 불가능한 약속을 계속해서 제시했습니다. 이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그 분노는 공화당 주류를 향하게 되었죠.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결국은 실용주의가 승리를 거두고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주류 가운데 나올 것으로 예측했었죠.
끝으로 우리는 뉴스 미디어의 영향력에 일어난 지각변동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좌파보다 우파 쪽에 훨씬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 보수 미디어의 부흥은 러시 림보와 1980년대 말 라디오 토크쇼의 부상, 그리고 폭스 뉴스의 탄생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매트 드러지와 앤드루 브레이트바트, 그리고 그 후계자인 스티브 배넌은 인터넷의 힘을 활용해 극우적 시각을 널리 퍼뜨렸죠. 이에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극단적인 “대안 우파”의 미디어 생태계가 생겨났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팩트”와 기득권에 대한 반감, 반이민 정서와 인종주의적 분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좌파 쪽에는 이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만한 현상이 없죠.
트럼프의 당선 및 초반 10개월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수 쪽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과정의 가속화에 가깝죠. 공화당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적이고 약탈자적이며 위험하고 그저 부끄러운 행동들을 합리화하면서 이를 통해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 정부의 규제 완화, 정부의 주요 기능 박탈, 합리적 대안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라는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계속 밀어붙이고자 노력 중입니다.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비롯해 공화당이 배출한 위대한 정치가들의 열망과는 거리가 먼 작태입니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지지자들을 포함, 다수의 미국 대중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행태이기도 하죠.
트럼프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소수의 상원의원이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가끔 던지는 말일 뿐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보수파 지성인들만이 공화당의 파산을 인정했을 뿐이죠.
민주당 의원들이 천사이고 공화당 의원들이 악마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기 위해 존재하며, 이해관계와 이념, 이를 지지하는 기부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극단으로의 유혹에 면역을 지닌 정당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두 정당 간의 차이는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우리 민주주의는 뚜렷한 이념적 색채를 지닌 진지한 두 정당 간의 활발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진실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정치 활동을 필수적이고 고귀한 것으로 보며, 공화주의적 제도와 민주주의적 가치가 미국을 미국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함은 기본입니다. 공화당은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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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글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철저한 자기기만이라는 것이 증명되어 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