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세제는 때와 종류에 따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부터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스타트업, 그리고 창업가들은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발의한 감세와 일자리 법안(Tax Cuts and Jobs Act)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스톡옵션에 과세하는 방안에 쏠렸습니다. 공화당이 발의한 대로 세제가 개편되면 스타트업은 그동안 유능한 직원을 거대 기업에 빼앗기지 않고 붙들어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중요한 보상 수단을 잃게 됩니다.
온라인에 쏟아진 비난을 몇 가지만 추려도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나쁜 법안. – ‘린 스타트업’의 대부격인 에릭 라이스(Eric Reis)
스타트업 업계 주변에서 이 법안을 좋다고 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다. – 모바일 미디어기업 4045미디어의 CEO 밥 라이젠웨버(Bob Reisenweber)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 – 알파벳의 벤처캐피털 팀 GV의 수장 에릭 놀랜더(Erik Norlander)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끔찍할 만큼 완전히 엉망진창인 법. –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타트업 그라인드의 지부장 JR 심스
정부가 얼마 안 되는 지원금을 다시 거둬들일 생각이 아니고선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다. – 투자 협의체 앤젤리스트의 파트너 파커 톰슨(Parker Thompson)
현재 스톡옵션을 가진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은 스톡옵션을 받는 시점이나 스톡옵션을 행사할 권리를 얻게 되는 시점에 직원들에게 세금을 부과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세제개편안이 상당히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기업의 ‘대박 난’ 주식을 취득했더라도 규정상 직원들은 회사가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대개 그 주식을 팔 수 없습니다. 또한, 말이 좋아 스톡옵션이지 회사가 망하면 스톡옵션도 한낱 휴짓조각이 되고 맙니다. 스타트업이 창업할 때 목표한 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발판으로 성공하면 직원들도 스톡옵션으로 위험을 감수한 데 대한 높은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스타트업 가운데 대부분이 실패합니다. 실패한 스타트업은 주주에게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습니다. 결국, 공화당이 낸 법안은 아직 현금화할 수 없고, 어쩌면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는 장부상의 가치를 취득한 데 세금을 물리겠다는 셈이 됩니다.
유니온스퀘어 파트너스의 유명 벤처 투자자 프레드 윌슨(Fred Wilson)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스톡옵션은) 들고 있는 사람이 아직 쓸 수도 없고, 저축할 수도 없고, 따로 투자할 수도 없는 거예요. 말 그대로 옵션일 뿐 아직 주식을 취득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주식을 취득할 권리를 얻는 순간 거기다 세금을 매긴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정책입니다.”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은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특히 스타트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 현금 유동성이 훨씬 좋고 규모가 큰 테크업계 대기업들과 인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데 있어서 스톡옵션은 스타트업들의 유용한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애플, 알파벳(구글)이 보장하는 높은 연봉과 각종 혜택에 맞서 스타트업들이 핵심 인재들을 유혹할 수 있는 건 지금은 별 볼 일 없지만 언젠가 큰 성공을 거두면 그때 엄청난 혜택을 안겨줄 주식입니다. 투자전문가 닉 워커(Nick Walker)는 트위터에 “주요 대기업들은 어쩌면 이번 세제개편안을 몰래 지지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의 간과 쓸개를 빼먹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니까.”라고 썼습니다.
기우에 불과하다?
누가 봐도 악법이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최악의 세제안이라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왜 그런 조항을 발의한 걸까요? IT 업계를 탐탁지 않아 하던 정치권에서 테크 기업에게 재를 뿌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국벤처캐피털연합회의 대정부 정책 부문 부회장인 저스틴 필드(Justin Field)는 실상은 대단한 음모나 음해와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필드가 진단한 원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상원의원들이 그저 세수를 다시 늘릴 방법만 찾고 있었다는 거죠. 즉, 스톡옵션을 발행할 때 바로 세금을 매기면 앞으로 10년간 세수가 134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의원들은 단순히 감세 정책으로 줄어든 세수를 이 돈으로 메꾸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의원들은) 단지 이 법이 몰고 올 파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특히 이렇게 했을 때 스타트업을 비롯한 창업 생태계가 어떤 피해를 볼지에 관해 의원들은 전혀 현실감각이 없었습니다.”
필드 부회장은 특히 하원 세입위원회의 케빈 브래디(Kevin Brady) 위원장이 지난주 발의한 비슷한 감세안을 예로 들며, 상하원이 세제를 원하는 쪽으로 개편하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창업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는 쪽으로 세부사항을 조율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필드 부회장은 벤처캐피털연합회가 정치권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왔다며, 스타트업들의 애로사항이 잘 전달돼 상원이 발의한 법안도 이번 주 안에 수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이 모든 논란이 결국 크게 걱정할 일 없는 ‘한바탕 소동’으로 종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논의할 때?
만약 상원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면, 불합리한 세금 부담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에게 더 이상 스톡옵션을 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차제에 스타트업 업계에 널리 퍼진 현행 보상 체계가 과연 이상적인지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낸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에게 원하면 바로바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게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스톡옵션을 주는 스타트업은 대개 직원들에게 회사가 상장하거나 인수되기 전까지 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제약을 둡니다. 이는 유능한 인재들의 유출을 막는 한 가지 장치이기도 하죠. 하지만 스타트업이 창업부터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면서, 스톡옵션을 “금수갑”, 즉 허울 좋은 족쇄로 여기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더 쉽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한 기업들도 있지만, 전체 기업 가운데 그런 기업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제는 스타트업 직원들의 보상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벤처캐피털은 대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빨리 성장하는 전략을 택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만큼 높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회사 가치를 빠르게 키워 더 큰 자본에 인수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투자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이른바 인생 역전을 미끼로 유혹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줄 수 없을 때 스타트업들이 택할 수 있는 보상 체계는 전통적 이익 공유 방식이 남습니다. 연간 영업이익에 따라 주주는 물론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킥스타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마케팅 회사 메일침프도 회사의 영업 실적에 비례해 직원들에게 대단히 후한 연금을 지급하는 이익 공유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금융 관련 데이터 회사인 CB인사이츠의 CEO 아난드 산왈(Anand Sanwal)은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상원 공화당이 발의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세제안이 통과되면 스타트업들은 (미래의) 주식 대신에 수익이나 이윤을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를 받치고 있는 기둥 하나를 교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는 바람직한 변화일 수도 있고, 끔찍한 일일 수도 있다.”
(와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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