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들, 특히 의대를 지망하는 학부생들은 내게 종종 그들이 진화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사실 진화론은 질병의 치료에 바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진화론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이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화론을 치료를 위해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오히려 진화론의 가치는 그 설명력, 곧 우리가 언제, 어떻게, 왜 이런 형태와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여기서 ‘우리’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알려준다는 데 있으며 또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결국, 진화론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후드 프로젝트(The Neighborhood Project)”의 저자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한 발 더 나아가 진화생물학을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봅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 곧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의 조상들이 가지게 된 습성과 행동 양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 문제와 도시 문제, 불경기, 정신병, 이민족 배척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진화과학은 언젠가는 이 학문 없이 어떻게 우리가 살 수 있었을까라고 의심하게 될 만큼 유용한 학문으로 밝혀질 것이다. 나는 이곳 빙햄턴시에서 여러 시도를 함으로써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 “네이버후드 프로젝트”에서 진화생물학을 이용해 뉴욕주의 인구 5만인 낡은 도시 빙햄턴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두꺼비와 진드기가 전공인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의 진화생물학자 윌슨은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연구대상으로 삼습니다.
윌슨은 “집단선택설”이라는 논쟁적인 이론에 대한 기여로 잘 알려진 학자입니다. 오늘날 진화이론은 유전자와 개인에게 작용하는 자연선택을 강조하지만, 윌슨은 사회적 집단에도 자연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특히 인간 협력의 기반인 이타주의와 공감 능력 등 “사회성”의 진화에 이 집단선택설이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타적 행동은 다른 이의 도움만을 취하고 다시 그들에게 갚지 않는 사기꾼이 쉽게 악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자연선택으로는 이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집단선택설은 인간의 이타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조상들이 여러 작은 집단에 속해 있고, 각 집단에 이런 이타적 인간과 사기꾼의 비율이 달랐다면, 이타적 인간이 더 많은 집단이 더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며, 자신과 비슷한 집단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윌슨은 이런 집단의 성공률 차이가 오늘날 인간을 매우 협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진화론자들이 일반적으로 집단선택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집단 선택은 이타적 행동과 같이 개인에게는 해롭지만, 집단에게는 유익한 특질을 만들어 내기에 효율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집단은 개체가 번식으로 다른 개체를 재생산하는 것처럼 자주 다른 집단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이타적 습성이 가진 개인 수준에서의 불리함을 집단 수준에서의 유리함이 이겨낼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는 아직 집단 선택이 어떤 특질의 진화를 만들어냈다는 증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사회성의 진화에 대한 다른 설명, 곧 호혜적 관계(reciprocal support)와 같이 개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직접적인 선택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윌슨이나 E. O. 윌슨(두 사람은 친척이 아닙니다)과 같은 소수의 생물학자만이 집단선택설을 협력이 진화한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슬론 윌슨은 빙햄턴의 시민들을 서로 우호적으로 경쟁하는 집단으로 나누어 경쟁시킴으로써 이상적인 도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의 열정은 때로 강박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는 마치 그가 다윈이 명한 임무(on a mission from Darwin)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블루스 브라더스의 노래 제목(We’re on a mission from God)을 딴 것입니다.)
윌슨의 계획은 빙햄턴에 사는 학생들의 친사회성(prosociality)을 측정하고 이를 이웃과 비교하는 심리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때 친사회성은 “나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 정도로 측정됩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는 “나는 나를 사랑하고 지원하는 가족이 있다”라든지 “나는 나의 성공을 돕는 이웃이 있다”와 같은 문장을 통해 측정합니다. 윌슨은 친사회적 본성이 친사회적 양육을 통해 나온다고 주장하며 사회성과 우호적 환경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지만, 이러한 통계가 자기보고(self-report)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따라서 환경에 대한 독립적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윌슨은 각 지역의 친사회성을 측정한 뒤, 이들을 경쟁시켜 도시 전체의 친사회성을 높이려 합니다. 이는 공원 디자인에 대한 지역 간의 경쟁, 그리고 왜 어떤 교회는 사람들을 잘 모집하고 교인들을 오래 유지하는지 등에 관한 연구, 또 나이든 시민들의 유전자와 그들의 기대 수명과 같이 친사회성과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연구들을 포함합니다.
사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빙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진화생물학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윌슨의 비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윌슨은 교육이 우리 조상이 하던 방식, 곧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대신 놀이와 더 큰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게 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 말합니다. (윌슨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서드버리 밸리 스쿨의 예를 듭니다.) 경제학 이론은 인간을 이기적 개체가 아니라 집단선택에 의해 공정함과 이타심을 가지게 된 개체라고 가정함으로써 혁명을 맞게 될 것입니다. 청소년기의 비행은 고위험도의 아이들을 따로 분리해 친사회성에 악영향을 주는 부정적 강화를 막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자신의 도시와 세상을 개선하려는 윌슨의 열망에는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진화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접근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 본성” 중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과 문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종교나 범죄와 같은 수많은 행동에 대해서도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과연 그 사실이 중요한지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녹지를 좋아하는 것은 우리 조상이 그런 환경을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녹지를 좋아한다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사냥과 대화를 초원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교육”을 통해 배웠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기나 공학, 수학을 그런 방식으로 배울 수는 없을 겁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가 진화해온 세계가 아닙니다.
대안을 결정해야 하는 위원회나 보상을 주지 않는 행동을 포기하도록 배우는 아이들의 예를 이야기하며 윌슨은 “변이와 선택”을 가지는 모든 인간의 행동이 “잔화적으로” 형성된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립니다. 이런 예들은 생물학적 진화와는 무관한, 유전자의 변이에 의한 자연선택과는 무관한 것들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윌슨이 다른 종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한(예를 들어 말벌을 통해 우리는 협력과 대립을 배울 수 있고 까마귀를 통해 다른 종의 문화를 배울 수 있습니다) “우화”라는 짧은 장들입니다. 이 부분은 그의 생물학에 대한 깊은 사랑을 잘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 우화들은 네이버후드 프로젝트와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윌슨의 열정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 이르면 교만으로 변질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내 지적 생활과 일상의 생활이 함께 시험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들의 긴밀한 연결을 나는 느끼는 듯하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처럼, 인간 본성의 깊이와 숨결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5년 동안의 네이버후드 프로젝트는 친사회성 설문조사로 이루어진 하나의 논문으로 끝났습니다. 빙햄턴 공원 경진대회는 사람들이 윌슨의 처음 계획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아 취소되었습니다. 유전자 조사 같은 다른 계획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에는 너무 거대한 시도였습니다. 윌슨은 좋은 의도를 가졌고, 그의 노력은 그가 그렇게 칭송하는 친사회성의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보기 흉한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이 책은 의심스러운 가정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윌슨은 자신의 이타성에 걸맞은 학문적 깊이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은 이 책의 내용이 아직 설익었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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